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
2021.7.26.-8.27
슈페리어갤러리

전시장 전경
슈페리어 갤러리에서 진행 중인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는 현대의 작가들 중 동시대의 모습을 자신의 고유한 조형언어로 화폭에 표출한 세 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현대미술은 한 가지 틀로는 해석하기 힘든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지닌다. 작가들은 개인의 서사를 작품에 반영하기도 하며 시대의 변화 속에서 단순히 개인의 서사로 그치지 않고 시대상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들 자신의 삶을 둘러싼 경험의 대상이 되는 욕망, 일탈, 억압의 감정을 캔버스 위에 흔적으로 남기고 마치 연극하듯이 자신들만의 고유한 기호체계로 화폭에 등장시키는 실험을 한다.

(왼쪽부터)
최병진, 기묘한 뒷 발에 녹아내린 요동, Oil on canvas, 145.5x97cm, 2018
최병진, 페어플레이 Fairplay, Oil on canvas, 165x147.5cm, 2016
최병진, 카페에서 기다릴게, Oil on canvas, 168x140cm, 2015
최병진, 체육합반 A combined PE class, Oil on canvas, 162x130cm, 2016
최병진, 2인 3각, Oil on canvas, 145.5x97cm, 2019
최병진 작가에게 작품 창작이란 강박에 시달린 한동안 그 문제의 해답을 찾기 위한 통로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는 작가에게 ‘구멍’ 같은 존재로서 항상 그 자리에서 발목을 잡아챘다. 구멍의 크기는 어떨 때는 작고 어떨 때는 크기도 하다. 작가는 그 구멍에 대해 관찰하며 만져보기로 했다. 최병진 작가의 그로테스크한 초상화 작품들은 강박, 콤플렉스, 불안 등의 요소를 끌어안고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그러한 요소를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끄집어내어 추억 속에 있는 공간으로 확장시킨다.

전시장 전경

서희원, 수상한 행렬/ 두 번째 버전 (Suspecious parade/ Version2), Oil on linen, 130.3x162.2cm, 2021
<수상한 행렬>은 사실 장례/추모 행렬을 상징하는 것이었다고 서희원 작가는 말한다. 생일파티나 축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실상 삶과 죽음의 어느 경계를 걷고 있는 자들처럼 생기가 없게 표현하고자 했던 의도가 드러난다. 환하고 다양한 색채를 띠는 놀이의 공간 속에서 ‘죽음’이라는 초대받지 않은 자가 비집고 들어온다. 가상의 공간 속 설정된 캐릭터들은 어떠한 의도된 연기의 행위를 하고 있지 않다. 그저 의식의 흐름대로 충만한 불안감과 결핍 그리고 그리움 속에서 평안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서희원, 죽음에 사로잡힌 드럼치는 소년 (The Drummer boy possesed by death), Oil on linen, 193.9x112.1cm, 2018

전시장 전경

배윤환, 어덩더듕성, enamel, oil, acrylic on canvas, 145.5x89.4cm, 2010
배윤환 작가는 마치 파브르의 영혼이 몸속에 들어온 것처럼 이전의 작업물들을 다시 꼼꼼히 관찰했다. 그것들은 꼬물거리는 개미나 애벌레처럼 머릿속에서 우글거리며 여러 가지 생각들을 뒤섞고 또 생각의 생각을 낳았다. 통제를 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었다. 인정을 한 뒤부터 작가는 우글거리는 개미와 애벌레를 조화롭게 그림으로 녹여낼 수 있었다. 가짜가 아닌 온전히 작가의 생각을 그대로 배출해낸 세계의 구축에 도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세 명의 작가들은 일상의 억압과 결핍을 허무주의적인 관점에서 바라본 채 현대인들을 손으로 가리킨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언어로서 현대를 재해석하며 인간의 실존적 삶에 대한 철학적 이미지를 선보인다. 우리는 그들로 하여금 보다 우리의 존재의 의미에 관해 깊이 있는 사유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안채원 chaewon6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