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얼마나 어리석고도 간절한 일이랴. 날렵한 끌이나 기능 좋은 쇠붙이를 그저 온 마음 사무치게 갈아서 손 끝에 모으고 생애를 기울여 한마디 한마디 나가는 것이다.”_최명희
이 구절은 전북 남원 (구)서도역 건너편 혼불숭어리들름터 옆 80대 할머니가 사는 집 담벽에 접시꽃 그림과 함께 쓰여 있었다. 이것은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 일환으로 최명희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남원 (구)서도역을 중심으로 문학과 미술이 만나 이루어진 혼불문학의 진수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한부분이다. ‘마안 서도가 좋아졌등교?’ 라는 명칭으로 5명의 전업작가들이 작가 최명희의 소설 『혼불』 10권이 17년 동안 집필된 것에 맞추어 마을 진입로를 따라 4m가 넘는 17개의 기념 폴(Pole)을 세우고 거기에 소설 10권에 등장하는 문장 중 기억에 남을 아름다운 문장을 간추려 기록했다. 마을로 들어오며 도로변 담장과 창고 벽면에는 여러 그림들이 이야기를 꾸며주고, (구)서도역 앞에는 고목이 존재감을 살려주며 역주변 풍경이 잊혀진 옛 기억들을 되살려주고 있었다.

생활공간 공공미술로 가꾸기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는 1월 17일 성과보고 세미나를 가졌다. 이 프로젝트에 당선되어 진행한 14개 팀의 성과보고에 이어, 김윤섭, 장준석, 임창섭, 이태호, 조관용 5명의 미술이론가들이 참석하여 분석했다. 이어 1월 18일부터 2박 3일로 현장을 돌아보는 작가투어에는 48여 명이 참여하여 김포 ‘꿈꾸는 대명항’, 대전 ‘중촌동에는 거리미술관이 있다’, 군산 ‘길 111 in 군산’, 남원 ‘마안 서도가 좋아졌등교?’, 울산 ‘장생포 고래를 기다리며’, 경산 ‘하늘공원-미술관 경산’, 보은 ‘도깨비 잔치’, 괴산 ‘해 달 별 그리고 사람’, 철원 ‘Forever Fish Project’ 9개처를 순회하였는데 참여 작가 설명과 주민, 담당했던 지자체 공무원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시행되는 마을미술프로젝트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마을미술프로젝트추진위원회(위원장 김춘옥 / 총괄감독 김해곤)와 (사)한국미술협회가 주관하였다. 총 사업기간은 2010년 2월부터 2011년 2월까지이며 사업비는 국비 15억과 지방비 7억 1천만원이 소요되었다. 추진과정에서 6차례 추진위원회의와 13차례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전국 15개 지역에 대규모 미술마을을 조성하였다. 특히 2009년의 소액다건 지원방식에서 벗어나 2010년에는 선택과 집중에 비중을 두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2010 마을미술프로젝트의 성과와 새로운 비전은 진보된 공공미술의 대안으로 발전하고 있다. 생활공간을 공공미술로 가꾸는 사업이라는 목적을 감안할 때 기존의 일반적인 공공미술 개념과 유사하면서도 동시에 보다 확장시킨 개념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기존의 공공미술은 특정 작품이나 지정된 장소성에 의존한 참여형 미술이라고 한다면 마을미술프로젝트는 지리적 특성이 지닌 생태·문화적 감성을 매개로 한 교감의 미술이다. 이는 소외지역 주민의 문화예술 향유 여건 증진, 도시재생과 지역 활성화, 공공미술의 스펙트럼 확장 등 기대효과를 통해 생활 속 깊이 침투하려는 미술사업이라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추진 기간은 비록 2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많은 순기능을 통하여 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지리·생태·문화적 가치가 잠재되어 지역의 테마가 있는 공공미술을 가미하여 새로운 문화예술 공간이자 지역 명소로 자리잡도록 하고, 미술가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프로젝트 추진 이후 지역이 바뀌고 지역주민들의 행복지수가 커지며 공공미술이 각 지자체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철저한 사후관리, 평이한 재료와 형식의 단순한 환경미화에서 벗어나 창작성의 발휘, 일회성이 아닌 예산 확보로 연속적인 확장이 필요한 미술운동이다.
사진 1. 김포
사진 2. 군산
사진 3. 울산
사진 4. 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