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리 : 차가운 녹색 기지
2022.8.17-9.0
SeMA 벙커
SeMA 벙커에서 8월 17일부터 9월 4일까지 송아리 개인전 《차가운 녹색 기지》가 전시된다. SeMA 벙커에 뿌리내린 8종의 식물 조각들과 미술 기반의 작가, 현대무용 기반의 무용수는 각자의 신체를 매개로 타자와 연계하여 합성/대체를 거듭합니다.

전시 전경
《차가운 녹색 기지》는 심해를 배경으로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의 신체를 탐구하는 전시다. 송아리 작가는 ‘변이 신체’에 관한 사유와 경험을 ‘퍼포먼스적 조각’으로 실천하고 주로 투명한 재료들을 물질-기호로 사용하여 반 순수성을 은유해 왔다. ‘변이 신체’는 인간과 비인간이 모두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하에 다양한 지식 체계와 실천 속에서 여러 존재와 기호를 획득하며 변화하는 신체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깊은 심해 속 생명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작가적 상상으로 직조한 조각과 그러한 생명체의 움직임을 표현한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
<차가운 녹색 동물>(2022)은 벽돌 모양의 틀에 작가가 직접 채취한 해수를 넣고 얼린 얼음을 투명하고 반짝이는 테이프로 감아 만든 조각이다. 재료의 주를 이루는 해수가 녹아서 빠져나가면, 얼음으로 단단히 가둬져 있던 사각형의 거푸집에는 부유물, 미생물, 소금 입자, 물의 자국과 같은 수많은 흔적이 남게 된다. 또한 제작 과정에서 엉겨 붙은 실, 손톱, 먼지, 음식물 찌꺼기, 출처를 알 수 없는 털, 작은 벌레들이 거푸집에 숨어들어와 있어, 속이 훤한 사각형의 거푸집은 다양한 흔적으로 오염되어 그리 투명하지 않다.
<차가운 녹색 식물>(2022)은 움직일 수 없는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지나 사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며 강한 본능을 가지고 행동하는 식물의 역동성을 확대하여 보여주는 퍼포먼스 작업이다. 두 명의 퍼포머들은 해초와 같이 어두운 녹색 빛을 띤 ’입을 수 있는 조각‘을 착용한 채 ‘녹색 식물’을 모방한다. 심해로 변모한 전시장에서 퍼포머들은 조각으로 움직이며 잠시 정체만 가능한 채 ’심해 식물의 신체‘로 재구성되고 확장되며 전시장을 유영한다. 심지어는 다른 인공물과 연동되면서 합성과 대체를 거듭한다. 이러한 유영은 인간과 자연 사이, 기계와 유기체 사이, 물질과 비물질 사이, 순종과 잡종 사이 등 이항 대립의 접촉면을 고찰하여 각각의 생존 방식을 체화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떠올리지 못하는 어떤 생태나 조건 또는 어느 세계나 시간에서도 변이는 끊임없이 발생한다. 태어난 존재들은 고정되지 않고 계속해서 다양한 형상으로 새롭게 빚어진다. 작가는 여러 존재가 어떻게 신체의 껍질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꿈꾸는 실체들과 관계를 맺는지에 집중한다. 《차가운 녹색 기지》에서 식물로 변모한 ’변이 신체‘는 다양한 지식 체계와 실천 속에서 여러 존재와 기호를 획득하며 심해 속 ‘움직이는 조각’과 ‘조각적인 움직임’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기이하고 신비한 존재의 흔적을 관찰하고 시간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무수한 겹의 세계를 보여준다.

송아리, <차가운 녹색 동물>, 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투명 테이프, 옐로우 홀로그램 시트지, 그린 홀로그램 시트지,
가변크기(각각의 블록: 22×10×6cm), 2022.

송아리, <차가운 녹색 동물>, 바닷물의 흔적이 남은 투명 테이프, 그린 홀로그램 시트지,
가변크기(각각의 블록: 22×10×6cm), 2022.
작품을 다방면에서 감상하면, 같은 작품이라도 보는 각도와 거리에 따라 전혀 다른 빛깔로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전시연계프로그램으로 송아리 작가와 이민진 무용수가 함께하는 퍼포먼스 <차가운 녹색 식물>(2022)이 매주 토요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진행된다. 퍼포먼스는 30분간 진행되며, 사전 예약하여 관람할 수 있다.(예약문의 : 02-2124-8902)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미술인 전시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전시 중 하나로, <신진미술인 전시 지원 프로그램>은 역량 있는 신진미술인을 지원하기 위해 2008년부터 전시장소와 전시지원금, 학예인력 매칭을 통해 멘토링을 제공해온 서울시립미술관의 지원·양성 프로그램이다. 2016년부터 기획자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되어 프로그램 개설 후 총 249명의 작가 및 기획자가 선정되었으며, 참여 이후 활발한 예술 활동을 개진해나가고 있다. 2022년부터는 전시 운영 및 홍보 지원을 확대하여 신진미술인들의 전시 진행과 향후 활동에 실질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편했다. 2022년 3월, 심사를 통해 김정인, 김신애, 박웅규, 송아리, 안진균, 임선구, 전장연 작가와 김현주, 문현정 기획자가 최종 선정되었으며, 9명의 신진미술인 전시는 7월부터 SeMA 창고, SeMA 벙커, 아트스페이스 보안 1에서 순차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이번 송아리 작가의 개인전은 그중 6번째 전시다.
관람 시간: 11:00-19:00(화-일, 공휴일)/월요일 휴관
김희영 hppyh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