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지난 8월 17일까지 특별전 《상상해, 귀스타브 도레가 만든 세계》를 개최했다.

전시는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 1832~1883)의 원작 판화를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였다. 도레는 단테의 『신곡』,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페로의 『동화집』 등 세계 문학 고전에 삽화를 남기며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 인물로 평가된다. 특히 『신데렐라』, 『장화 신은 고양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 친숙한 작품의 장면을 섬세하면서도 극적으로 구현해 전 세계 독자들의 상상 속에 문학적 세계를 시각적으로 각인시켰다.

『장화 신은 고양이』 삽화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모두 도레 생전인 1883년 이전 제작된 원작 판화로, 작가가 직접 인쇄 과정에 참여한 진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내에서는 보기 어려운 유럽 삽화 예술의 정수를 통해, 문자로 기록된 이야기들이 그림으로 확장되고 다시 청각과 촉각으로 확산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박물관은 이를 단순한 판화 전시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다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돈키호테』 삽화
양진희 학예사는 이번 전시에 대해 “도레의 판화는 문자와 이미지가 어떻게 결합해 문학적 상상력을 확장하는지 잘 보여준다”며, “특히 『페로 동화집』의 삽화가 국내 최초로 공개되는 만큼 많은 관람객이 새로운 감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레는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삽화의 힘을 누구보다 잘 보여준 작가로, 그의 작품은 문학의 장면을 단순히 그리는 것을 넘어 독자의 내면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이번 특별전은 문자와 이미지, 시각과 청각, 촉각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 경험으로 기획됐다. 도레가 남긴 삽화 세계는 박물관이 추구하는 ‘문자의 무한한 상상력’이라는 정체성과 맞닿아 있으며, 관람객은 고전 문학의 장면을 오늘날 감각적으로 재현한 공간 속에서 문자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2023년 6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문자 전문 국립박물관이다. 두루마리를 형상화한 곡선형 건축물이 특징이며, 세계 55종의 문자를 아우르는 상설전시와 희귀 유물, 복제본을 통한 실물 체험, 촉각·점자 기반의 보편적 디자인을 구현하고 있다. 특히 구텐베르크 성서 원본과 훈맹정음 점자 전시를 통해 문자와 인류 문명의 여정을 체감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전시 환경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