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5년 7월13일, 관훈갤러리에서 열렸던 《신학철: 한국현대사 어제와 오늘》이 막을 내렸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 이후에 열렸던 전시였다.



두 달여 동안 이어진 전시는 ‘촛불혁명’, ‘관동대학살’, ‘관동대지진-한국인의 학살’ 등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장면들을 대형 회화로 소환하며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특히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 집단 학살을 다룬 작품은 깊은 충격과 슬픔을 관람객들에게 안긴다.



신학철은 1943년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의 한 축을 담당했던 그는, 미술을 시대의 기록이자 증언의 도구로 삼아왔다. 



그의 붓끝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기보다, 억압된 목소리를 드러내고 침묵당한 기억을 환기하는 데 집중했다. ‘시대의 증언’과 ‘시대의 초상’ 연작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다.


이번 전시는 그의 일관된 문제의식이 다시 한번 집약된 무대였다. 신학철의 화면 속 인물들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다. 그들은 역사적 상처의 증인으로, 동시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회화라는 매체가 ‘현재의 고발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학철은 몸소 증명해왔다.



예술이 미적이고 지적인 즐거움으로만 머물러야 할까. 신학철은 그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다. 그의 작품은 아름다움보다 진실을 택했고, 장식보다 기록을 선택했다. 그 선택이 때로는 불편함을, 때로는 눈물을 불러왔지만, 그것이야말로 예술이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방식이었을 것이다.



관훈갤러리의 이번 전시에서 신학철은 말한다. “우리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반복된다.” 그의 그림은 우리에게 잊지 말라고, 끝내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한다.



역사의 가장 어두운 페이지를 마주하게 하는 순간, 관람객은 비로소 오늘을 성찰하게 된다. 예술의 본령이 어디에 있는지를 묻는다면, 신학철의 전시는 하나의 대답이 될 것이다. 



기억을 불러내고, 고통을 공유하며,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그의 그림이 지닌 힘이며, 한국 현대미술이 지켜온 양심이다.



이번 전시는 광주에서의 회고적 성격이 서울에서 사회적·비판적 재맥락화로 이어지며, 작가의 궤적을 전국적이자 시대적인 차원에서 다시 확인하게 했다. 이는 한국 현대사와 민중미술의 메시지가 특정 지역이나 시기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넓은 보편적 성찰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준다.



전시장 곳곳에 숨어 있는 작가만의 이상향적 표현과 독자적인 미감은 관객에게 또 다른 흥미로운 감상의 지점을 제공한다. 그러나 전시의 핵심은 단순한 미학적 향수에 있지 않다. 신학철은 이번 작업을 통해 민중미술이 과거의 운동사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퇴적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회적 윤리와 집단적 기억을 매개하는 살아 있는 언어임을 증명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