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옷을 입다(The Clothed Home)》
2025.8.26.-10.19
서울공예박물관

서울공예박물관 전경

서울공예박물관은 한국의 ‘공간의 호흡’과 폴란드의 ‘계절의 조율’을 주제로 한 《집, 옷을 입다》를 2025년 8월 26일부터 10월1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기후 위기 시대에서 지속 가능한 주거 문화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과 함께 모색한다. 

《집, 옷을 입다》의 핵심은 한국의 ‘24절기’와 폴란드의 ‘12계절’이라는 서로 다른 계절 감각이 만들어낸 주거 문화의 비교이다. 두 나라 모두 자연에 순응하여 사계절을 보내는데,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는 좋은 전시가 될 것이다. 참여 작가로는 한국의 고소미, 김영은, 온누비(김은주), 장영철이며, 폴란드에는 알렉산드라 켕지오렉(큐레이터), 알리차 비엘라브스카, 마우고자타 쿠시에비츠, 시몬네 데 이아코비스이며, 김민수가 함께 협업하였다.


장영철, 필정, 2025, 글루램, 자작나무합판, HPL, 3.9x9.4x4.0m

안내동 입구로 들어가서 왼쪽을 보면 바로 한국 주제전인 ‘공간의 호흡’을 볼 수 있다. 황혜림 학예연구사는 “24절기라는 시간의 흐름을 근간으로 하되, 그 안에 담긴 자연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반응하는 것에 주목하였다”라고 하였다. 그에 따라 작품의 안과 밖의 공명, 호흡과 빛(공기), 자연 순응의 흐름으로 공간과 자연을 연결하였다. 

한옥은 특히 계절의 변화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건축물로써 마루와 벽, 창호, 지붕 등을 각기 다른 섬유 작품으로 파빌리온의 완성도를 더했다. 장영철의 파빌리온 ‘필정’은 침엽수인 가문비나무를 여러 겹 덧대어 붙여 만들었다. 직물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며 머무르는 공간을 의미하는 필정처럼 관람객도 이 공간 앞에서 천천히 감상하며 빛과 공기의 변화를 확인해 볼 수 있다. 


공간의 호흡 전경 사진

창호는 한옥의 순환구조를 잘 드러내는 데, 통풍과 채광과 방과 방을 연결하는 기능으로 고소미 작가는 이런 창호의 역할에 주목하여 작업을 하였다. 작가는 줌치 기법으로 다녀진 한지에 꽃살을 접어 붙였는데, 관람객들은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빛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한옥의 지붕에는 ‘삼베’를 올림으로써, 지붕에서 바닥으로 또 다른 빛 그림자를 꽃과 조화롭게 구성하였다. 

내부에는 김영은의 가리개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중 휘장에 영감을 받아 공간 속에 또 다른 작고 내밀한 공간을 만들었다. 은조사로 만들어진 휘장은 밖과 안의 풍경이 투과하여 둘 사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연결시킨다. 또한 김은주의 누비이불과 무렵자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관람객은 4명의 작가를 통해 지속 가능한 우리나라 주거 문화를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김민수, 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을 위한 통로, 2025

‘공간의 호흡’을 지나가면 폴란드의 ‘계절의 호흡’의 주제가 나온다. 가장 먼저 맞이하는 건 김민수의 <하늘과 땅 사이를 방문 중인 손님을 위한 통로>이다. 한국의 24절기를 상징하는 삼베, 모시, 춘포, 한지 등 재료들을 사용하여, 촉각과 시각을 중심으로 계절의 흐름을 표현하였다. 24절기 사이로 관람객이 지나갈 수 있는데, 각기 다른 절기의 문양들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계절을 돌아볼 수 있다. 

디자인:알리차 비엘라프스카, 제작: 민속예술공예협동조합‘코론카-보보바(Koronka Bobowa)’, 직조: 아가카 크룰, 다누타 미실 리비에츠
자수: 야드비가 실리바, Kilim, 2021, 모섬유, 면, 150x140cm

우리나라의 24절기와 달리 폴란드는 12계절이 있는데, 알리차 비엘라프스카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자연의 색감을 담아내었다”라고 말하였다. 전시 공간에는 색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진 직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관람객은 폴란드의 12계절을 따라가며 감상할 수 있다. 

색의 선정에 대하여 알렉산드라 켕지오렉 큐레이터는 “여름에는 시원하게 하도록 푸른 계열을, 겨울에는 따뜻함을 주기 위해 붉은 계열을 사용했다”라고 말하였다. 

디자인:알리차 비에라프스카, 제작: 제노비아 슐하, 나주타 Narzuta, 2021, 모섬유, 손염색, 135x330cm

폴란드에서 실제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직물로써 작품을 제작하였는데, 먼저 나주타로 겨울을 어떻게 났는지 보여준다. 나주타는 보온을 위하여 덮은 천이며 이것으로 가구와 바닥의 일부를 덮어서 체온을 유지하는데, 추울 때는 담요의 용도로 덮기도 했다고 한다. 


디자인:알리차 비엘라프스카, 제작:인 위브(베아타비에트진스카), 발다힘 Baldachim, 2021, 리넨, 56x450cm

발다힘은 침대 위에 설치되어 빛과 외부 시야를 차단해 아늑하고 개인적인 공간을 만든다. 그래서 밖과 분리 시키는 작물이다. 또한 작품을 자세히 보았을 때 관람객은 아주 섬세한 무늬를 확인할 수 있다. 


디자인:알리차 비에라프스카, 제작: 레이지스튜디오(클라우디아 필리피악), 무호와프 muchołap, 2021, 리넨, 손염색, 85x350cm

무호와프는 폴란드어로 파리 잡는 물건이라는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이 작물은 불볕더위에 실내와 실외를 구별해준다. 벌레를 차단하기도 하며, 긴 선이 여러 갈래로 구성되어 있어 공기의 순환도 원활히 돕는다. 


폴란드 아담 미츠키에비츠 문화원장의 인사말


기자간담회 전경

이번 《집, 옷을 입다》 전시는 한국과 폴란드의 서로 다른 계절 감각을 통해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온 선조들의 지혜를 보여준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속 가능한 주거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며, 집이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닌 자연과 호흡하는 살아있는 공간임을 일깨워준다. 관람객은 서로 다른 위도와 기후, 계절관을 품은 두 나라의 문화 비교를 넘어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사유하게 한다.

우현서 atmanrive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