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노 도불 초 작업을 재조명하는 《꼴라주-이응노의 파리 실험실》



 

전시전경ⓒ 촬영 김승중

 

 꼴라주·이응노의 파리 실험실이 2025년 9월 12이응노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이번 전시는 2001년 서울 이응노미술관의 60년대 이응노 꼴라주이후 24년 만에 열리는 꼴라주 집중 기획전이다. 전시는 이응노의 1960~70년대 종이 꼴라주 작업을 중심으로 조명하고, 동시대 프랑스 작가들의 실험적 회화와 함께 선보여 이응노와 파리 화단과의 관계를 모색한다.



 

전시를 설명하는 김상호 학예팀장ⓒ 촬영 김승중

 

전시는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2·3전시장의 질감의 탐색으로, 1960년대 파리 정착 초기 이응노가 시도했던 꼴라주 작업을 다룬다. 신문, 잡지, 한지를 오려 붙이고 먹을 덧입히며 구축된 화면은 프랑스 앵포르멜 회화의 거친 표면과 닮아 있으면서도, 단순한 추상 너머로 이응노의 실험성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4전시장의 재료의 확장으로, 1970년대에 이르러 솜과 직물 등 종이를 넘어선 재료를 도입해 꼴라주의 전통적 범주에서 벗어나 표현 영역을 넓힌 작업을 소개한다. 이응노는 동시대 추상미술의 언어를 흡수하면서도, 한지와 수묵 등 한국적 재료를 통해 고유한 질감과 정서를 화면에 남겼다.

 

전시전경ⓒ 촬영 김승중

 

함께 소개되는 장-피에르 팡스망과 끌로드 비알라는 쉬포르/쉬르파스운동을 전개하며 캔버스 형식에서 탈피하고 재료의 물성을 활용해 회화의 범주를 확장하고 재정의를 시도한 작가들이다. 시몬 한타이는 독창적인 접기 기법을 활용해 자유로운 추상을 전개했으며, 이들의 작업은 이응노의 꼴라주를 프랑스 현대미술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한다.

 

1960, 1970년대 이응노의 꼴라주 관련 아카이브ⓒ 촬영 김승중

 

이번 전시는 꼴라주라는 매체를 통해 이응노가 어떻게 서구 추상미술의 언어를 수용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했는지를 보여준다. 1962년 파리 폴 파케티 화랑에서 열린 이응노의 첫 개인전 제목이 <응노 리, 꼴라주>였듯, 1960년대 초 종이 꼴라주는 이응노를 대표하는 추상 양식이었다. 단순히 서양 모더니즘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종이와 먹이라는 한국적 재료를 추상화의 언어로 전환하며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형성했다. 문자추상으로 이행하기 직전의 과도기적 실험들이 집약된 시기 역시 꼴라주 작업에서 확인된다.

 

 

<구성>, 1972, 종이 꼴라주, 채색, 274×132cm, 이응노미술관 소장ⓒ 촬영 김승중

 

<구성>1970년대 이응노의 구상적 추상 양식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종이의 잘린 단면에서 드러나는 거친 섬유질과 닥종이 특유의 물성은 캔버스 형식에서 벗어나 회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려는 프랑스 화단의 실험성과 맞닿아 있다.

 

이응노미술관 외관 


또한, 한자 수()를 형상화하여 이응노미술관 건축의 모티브로 활용된 대표적 작품이기도 하다. 이응노미술관은 건축가 로랑 보두엥이 설계한 동양권 유일의 건축으로, 미술관 내 기하학적 조형과 곳곳에 배치된 대나무는 추상화가이자 과거 대나무를 그려 죽사(竹史)라는 호를 사용했던 이응노의 삶과 예술세계를 건축 양식으로 승화시킨 듯하다. 전시는 11월23일까지 열린다.

 

이갑재 이응노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대해 이응노의 추상 창작의 모태가 되었던 꼴라주 작품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며, “동시대 프랑스 미술과 나란히 살펴보면서 한국 근현대미술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전시정보
꼴라주-이응노의 파리 실험실
이응노미술관
2025.9.12-11.23
https://www.daljin.com/display/D104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