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백자 대호'를 품은 루시 리와 버나드 리치의 교차... 英 도예사를 훑다
갤러리 LVS는 1900년대 영국 현대 도자계에 많은 영향을 주었던 버나드 리치, 루시 리, 한스 코퍼를 중심으로 그들의 흐름을 이어가는 존 워드, 제니퍼 리의 작품들을 통해 영국 도자 역사 속에서 그들이 어떻게 교류하며 발전해왔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국 도자기 100년의 길》전을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선보인다.

버나드 리치 (Bernard Leach, 1887-1979)는 일본에서 도예를 공부하고 1920년 하마다 쇼지와 함께 영국에 '리치 포터리(Leach Pottery)' 설립했다. 일본식 노보리 가마를 도입하는 등 영국과 일본 기술의 결합을 이끌며 동서양 미학의 교류를 주도하며, 야나기 무네요시의 민속 공예 운동 철학 계승했다. 장인 정신과 손으로 빚는 도자의 가치를 강조하여, 산업 기반의 영국 도자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도자의 예술성과 공예적 가치를 재조명하는데 기여했다. 영국 현대 도예 스튜디오의 효시로서 전 세계 도예가들에게 큰 영향 끼쳤다. 마이클 카듀 등의 제자를 배출하고, 아들 데이빗 리치에게 계승되어 기술 혁신(오일 난방 가마 도입)과 기능성 연구를 이어나갔다.

나치 박해를 피해 오스트리아에서 영국으로 망명한 루시 리 (Lucie Rie, 1902-1995)는 유럽의 모더니즘을 추구하는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했다. 기물의 본연의 형태와 기능성을 살리되, 절제된 디자인, 정교한 유약 처리, 미세한 표면 질감을 특징으로 하는 얇고 세련된 도자 제작했다. 한스 코퍼 (Hans Coper, 1920-1981) 역시 루시 리의 작업실에 도예를 시작했다. 뛰어난 형태감과 건축적 공간감으로 버나드 리치가 '조각에 가까운 도예'라 언급할 정도로 고유한 조형성 추구했다. 〈Spade〉, 〈Arrow〉, 〈Bud〉 같은 오브제 성격의 도자 시리즈 전개했다.

버나드 리치가 1935년 한국에서 백자 대호(Moon Jar)를 구매했고, 세계 2차 대전 당시 이를 루시 리가 받아 평생을 보관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녀가 죽고 유산으로 남긴 이 백자 대호를 다시 버나드 리치의 아내인 자넷 리치가 받았으며 1999년에 영국 박물관이 이 것을 매입하여 소장하였다.

루시 리의 섬세하고 정교한 유약 질감과 미니멀리즘을 계승하고, 한스 코퍼의 조각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부터 영향받아 독자적인 조형성 완성한 존 워드 (John Ward, 1938-2023)는 물레 성형이 아닌 핸드 빌트(Hand Built) 방식으로 작업하여, 흙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고, 거주지인 웨일스 자연(바다, 산, 절벽 등)의 영감을 초록빛 유약, 줄무늬, 그을린 질감 등으로 표현했다.

이번 전시는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한 이들 주요 영국 도예가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교류하며 각자의 예술적 실험과 변화를 거듭해왔는지, 그들의 작품을 통해 한 세기에 걸친 영국 도예의 예술적 흐름을 조명한다.


◇상세전시
영국 도자기 100년의 길 A Path through a Century of British Ceramics
2025-11-05 ~ 2025-12-05
APMA CABI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