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과 기술의 흔적,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다
– 전시 《모터타임즈》 아티스트 토크 ‘공장의 몸 자동차의 몸 노동자의 몸’ –
2025년 11월 9일, 인천 부평에 위치한 한국 지엠 차체2공장에서 전시 《모터타임즈》의 아티스트 토크 ‘공장의 몸, 자동차의 몸, 노동자의 몸’이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월간미술 강재영 기자와 경인콜렉티브 김은희 작가가 공동 모더레이터를 맡았으며, 참여 작가 양정욱·오석근·민운기가 함께했다. 산업화의 상징적 공간에서 열린 이번 아티스트 토크는 예술이 산업의 기억과 노동의 현장을 어떤 감각으로 재해석할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전시 기획 총괄을 맡은 김은희 작가는 사라져가는 공장과 산업의 흔적을 예술의 언어로 기록하려는 시도로써 본 전시를 소개했다. 김은희 작가는 2020년 소사공단의 폐공장에서 진행한 리서치 작업과 2023년 아트벙커 전시를 거쳐 한국 지엠 공장으로 이어지는 작업 과정을 통해, 이번 작업이 산업 구조 속에서 인간의 흔적과 감각을 다시 읽어내려는 시도로 기획되었음을 밝혔다. 공장 내부를 효율과 질서가 극대화된 체계적 공간으로 인식하면서도, 그 안에 남은 인간의 노동과 시간이 만들어낸 결을 예술적으로 복원하고자 한 것이다.
민운기 작가는 인천 지역의 문화와 노동 현장을 오랫동안 탐구해온 예술가로, 공장 내 사물과 흔적을 통해 노동자의 삶을 포착한 <노동자의 자리> 작업을 선보였다. 민운기 작가는 거대한 설비와 자동화 시스템의 구조를 관찰하면서 인간의 손길이 남은 도구와 흔적에 주목했다. 커피믹스 봉지나 방석처럼 현장에서 발견한 물건들을 기록하는 과정은 기계적 질서 속에서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감각과 균형을 시각화하는 작업으로 탄생했다. 이러한 민운기 작가의 수집과 기록은 단순한 아카이브를 넘어 노동의 기억을 새롭게 매개하는 예술적 행위로 확장되었다.
오석근 작가는 산업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하며, 공장의 구조와 시간, 노동자의 신체에 새겨진 변화를 탐구했다. 프로젝트 준비 과정에서, 오석근 작가는 공장의 질감과 빛, 색의 차이를 세밀하게 담아내기 위해 약 4m 높이의 사다리를 오르내렸다. 공장 내부의 복층 구조와 좁은 동선을 따라가며 쌓인 촬영 경험은 일종의 수행이자 공간과의 대화로 이어졌다. 이러한 과정은 생산과 소비,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성찰하는 시각적 언어를 구축했다. 작가는 노동자들의 몸과 표정에 새겨진 시간의 흔적을 기록함으로써 산업의 기억을 개인의 신체로 확장하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양정욱 작가는 공장의 구조적 질서와 조형적 감각에서 영감을 받아 <빛을 만드는 모양>, <속삭이는 모양>, <희망의 모양>을 제작했다. 공장의 구조를 하나의 조형적 대상으로 인식하며, 빛과 움직임을 활용한 설치 작업은 관람객의 감각을 확장시키는 경험을 제시했다. 공간과 작품이 상호작용하며 관람객이 머물고 대화하도록 구성된 이번 작업은, 공장이라는 비일상적 장소가 사회적 관계의 장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양정욱 작가는 작품을 매개로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 비로소 전시의 의미가 완성된다며 작품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토크 후반부에는 기획자와 작가, 관람객들이 소감 공유 및 질의응답의 시간을 나누었다. 과거 공장에서 근무했던 노동자부터 양정욱 작가와 함께 작업에 참여한 학생들까지 함께한 이번 행사는 관람객들로부터 작품을 통해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위로를 받았다는 소감을 자아냈다. 《모터타임즈》 아티스트 토크는 산업 현장이 단지 생산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 기억과 시간이 교차하는 예술적 아카이브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전시는 산업화 시대의 흔적을 예술의 언어로 번역하며, 도시가 품은 기억을 새롭게 사유하게 하는 계기로 남았다.
정승현 ggubbyub@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