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소 : Untitled
2026.01.20(화) – 2026.03.07(토)
페로탕 서울 


페로탕 서울 외부 전경

페로탕 서울은 26년 1월 20일부터 3월 7일까지 최병소의 개인전 《Untitled》를 개최한다. 지난해(2025) 9월 작가의 별세 후 열리는 첫 번째 개인전이며, 페로탕 서울의 26년 첫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개인전은 최병소의 생애 마지막 10년 간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며, 그의 작업이 지닌 의미를 탐구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1월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전시를 기획한 박혜미 갤러리스트가 참석하여 전시 투어 후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하였다. 


1층 전시장 전경

최병소는 1943년 대구에서 출생하였으며, 서라벌예술대학교(현재 중앙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였다.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였으며 국내외 다양한 개인전과 단체전시를 통해 자신의 작품세계를 선보여 왔다. 작가의 대표 작업으로 언급되는 ‘신문 지우기’ 시리즈는 신문지나 잡지에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볼펜이나 연필로 반복적으로 지워나가는 수행적 행위를 통해 재료의 물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1974년 김구림의 실험미술에 큰 영향을 받아 1975년부터 현재의 최병소의 작업세계가 구축되었다”고 박혜미 갤러리스트는 설명했다.


〈#91401〉, 2024, Ballpoint pen on paper, 120x80x1cm

1층에서는 주로 크기가 큰 대형 작업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는 실제 신문지는 아닌 갱지에 행한 작업이다. 그중 〈#91401〉는 유독 눈에 띈다. 전시장 내부에서 유일한 밝은색의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 작업을 잉크가 없는 볼펜으로 수행한 작업한 작품이다. 기존의 작업이 신문의 활자나 이미지를 지우며 종이 위 연필의 흑연을 덧입혔다면, 〈#91401〉은 독특하게 종이의 회색빛 위에 지우기 작업의 수행 흔적만 남아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찢어진 종이의 결과 볼펜의 자국 등을 더 상세하고 자세히 관찰 가능하다. 


2층 전시장 전경

2층에서는 실제 신문지에 작업한 것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업들은 전체가 까맣게 칠해져 더 이상 내부 텍스트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없는 것들과 혹은 특정 이미지나 텍스트를 남겨둔 것들이 공존한다. 

작가는 신문지 혹은 잡지에 인쇄된 텍스트와 이미지를 볼펜과 연필로 지워나간다. 이 수행적 행위를 통해 활자와 이미지가 가진 의미를 해체하고 그것을 물질로 환원하는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해왔다. 이 과정에서 종이는 단순한 대상에서 시간과 노동이 축적된 물질로 변모한다. 연필의 흑연으로 덮인 신문지는 마찰로 인해 얇아지고 군데군데 찢기고 떨어지며 그 흔적이 고스란히 남는다. 또한 작업이 끝난 작품은 더 이상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이 얇은 금속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91427〉, 2023, Ballpoint pen and pemcil on magazine, 18.5x10.5x1cm

작가는 수행적인 작업으로 작품의 의미를 담아내기보다는 그 시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관객은 저마다의 의미를 작품 속에 부여할 수 있다. 최병소의 작품을 1970~80년대 시대적 상황에 비추어 보면, 신문은 곧 언론을 상징하는 매체로 읽힌다. 일부 평론가들은 그의 작업이 당시의 언론 탄압과 검열에 대한 저항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프랑스 평론가 ‘올리비에 케플렝(Olivier Kaeppelin)’은 “지난 세기 이래 그의 작업은 매스미디어가 끊임없이 생산하고 축적해 온 정보의 체계, 즉 뉴스와 광고, 발화의 홍수에 대해 질문을 던져 왔다”고 전시 서문을 작성하며, 정보과잉의 시대에 정보를 지워냄으로써 정보의 본질에 다가가려고 한 작업이라고 해석하기도 하였다. 

갤러리스트 박혜미는 “페로탕은 김훈규, 전광영, 이상남 등 한국 작가들을 꾸준히 소개해오고 있다”고 밝히며, “한국에 진출한 지 오래된 해외 갤러리로서 이번 최병소 전시를 포함하여 앞으로도 뛰어난 한국 작가들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박지나 wlskjicqc4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