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칠 : 완성되지 않은 형식들》
2026.01.16(금) – 2026.02.28(토)
갤러리도올

갤러리도올은 2026년 첫 전시로 권훈칠(1948-2004)의 개인전 《완성되지 않은 형식들》을 26년 1월 16일부터 2월 28일까지 개최한다. 작가가 ‘만다라’로 이어지는 자신만의 회화적 언어를 탐구하는 여정을 되짚는 구성으로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업을 역순으로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전시장 전경
권훈칠은 두 차례 국전 수상을 통해 일찍 주목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이력의 확장보다는 묵묵히 작업에 몰두하여 오로지 작업으로만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 서울대학교 졸업과 이탈리아 유학을 거치면서 체득한 조형 감각은 그의 화면에서 추상과 구상을 오가는 독특한 회화 언어를 조성한다.

권훈칠, 심문, 1996, 카드보드지에 아크릴, 160 x 160cm
한층 차분해진 화면 속 우리 것의 결이 은은하게 떠오른다. 오래된 가구나 골동품, 보자기 같은 소재를 떠오르게 하는 리듬이 추상 회화로 나타난다. 정사각의 캔버스가 마치 색종이처럼 접힌 느낌 또한 받을 수 있다. 위쪽 배경은 따뜻한 금빛으로 나타나고 아래는 짙은 검정색을 써 입체감 또한 느낄 수 있다. 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긁히고 눌린 흔적 같은 것들이 촘촘히 얽혀있다.

권훈칠, 우의적 형식-XII, 1978, 캔버스에 유채, 145 x 113cm
잿빛 회백색 바탕 위 푸른색의 삼각 구조물이 자리 잡고 있다. 피라미드는 화면을 꽉 메우고 있으며 가운데 세로선이 형태를 정확하게 반 가르고 있다. 피라미드의 표면은 매끈하지 않고 두껍게 쌓인 물감이 밀리고 긁힌 흔적이 층층이 남아있다. 붓질 같은 자국이 띠처럼 겹쳐져 있으며 어떤 부분은 거칠게 요철이 존재한다. 기하학 형태의 도상에서 마치 지층 혹은 암석과 같은 물질성이 느껴진다.

권훈칠, 사조II, 1974, 캔버스에 유채, 163 x 132cm
캔버스 내부가 완성된 하나의 작품이라기보다 서로 다른 층이 겹치고 잘려 나가며 드러난 구조의 단면처럼 보인다. 화면 중앙을 크게 차지하는 연한 베이지색의 도상은 안정적인 형태가 아닌 찢긴 종이의 조각이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중심 면은 위로 갈수록 좁아지며 불균형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작품의 주변부는 훨씬 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상단에 위치한 굵은 파란색 띠는 화면 전체를 비스듬히 회전시키는 듯 보이기도 하며 붉은 갈색, 청록, 회백색 등 다양한 색들이 얽히며 충돌한다. 특이한 건 이 색면의 경계들이 대부분 종이가 뜯긴 흔적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콜라주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권훈칠, 무제, 1990, 마분지에 유채, 100 x 72cm

권훈칠, 그날 이후로, 1982, 캔버스에 유채, 113 x 145cm
권훈칠의 회화는 추상과 구상을 자유롭게 오가지만, 어느 한쪽을 정답으로 삼지 않는다. 비정형적인 형태와 색의 배치, 화면 속 공간감 조성 등을 통해 추상의 형식을 계속 시험하고 분석하는 조형 언어를 구축한다. 결국 이번 전시 《완성되지 않은 형식들》은 권훈칠이 남긴 회화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전시가 1990년대에서 1970년대로 거슬러 내려가는 역순의 흐름을 택한 것도, 완성으로 향하는 서사가 아닌 끊임없이 되묻고 돌아가며 다시 쌓다 올리는 그의 ‘만다라’를 향한 여정을 또렷하게 드러낸다. 화면은 추상과 구상, 한국적 정서와 물질 사이를 오가며 닫히지 않는 질문을 품는다.
박지나 wlskjicqc40@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