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펼쳐나갈 망원동의 푸른 공간, ‘스페이스더파란’ 전수진 대표
위치: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 54
운영: 13:00-18:00 (화-토/일, 월 휴관)
인터뷰: 2026.03.10.
인터뷰어: 손예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연구원

Q. 기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 공간은 기본적으로 갤러리와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올해 초 정식으로 개관했지만, 사실 작년 말에 한 번 프리오픈(pre-open) 전시를 진행했습니다. 지금의 화이트 큐브 공간으로 정비하기 전, 예전 자동차 공업사였던 공간을 그대로 활용해 전시를 열었습니다. 거친 바닥과 공업사의 구조, 셔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전시를 진행했고, 개인적으로는 그때가 실제 오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공간을 다시 정비해 지금의 모습으로 갖추게 됐습니다.
더파란은 규모가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은 공간입니다. 처음에는 공업사의 분위기를 더 살리고 싶었지만, 작품을 걸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어 지금의 전시장으로 바꿨습니다. 그럼에도 바닥과 높은 층고에서 공업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정아, 〈무제〉, 2025
Q. 이름의 ‘더파란’의 파란은 색상을 가리키는 것인지, ‘파란을 일으키다’의 의미로 지으신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제가 파란색을 좋아하는 데서 시작했습니다. 간판이나 디자인도 모두 파란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파란색이 굉장히 귀한 색으로 특정 계급의 사람만 사용할 수 있는 값비싼 색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색이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는 귀했던 것이 현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열려 있다는 이미지를 떠올렸습니다.
또 ‘파란’이라는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파도를 일으키던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 의미와 ‘파란만장하다’라는 표현처럼 역동적인 느낌도 있죠. 이름을 고민할 때 그런 의미들이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습니다. 또 재미있었던 점은 다른 문화권에서 이 단어를 들었을 때 ‘Beyond’처럼 ‘넘어간다’, ‘경계를 넘는다’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색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의미를 담게 된 이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Q. 대표님께서 과거에 미술 잡지 기자로 활동하셨던 경험이 있는데, 직접 예술 공간을 운영하게 된 소감은 어떠신가요?
기자로 일했던 시절은 굉장히 오래전이라 이제는 거의 다른 시대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보도자료를 받았다면, 지금은 보도자료를 보내게 되었다는 정도입니다.
다시 미술에 대해 생각하고 전시를 만들며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즐겁고 행복합니다.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때도 작가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며 부럽기도 했고, 내가 이 작업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지 스스로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공부할 것이 많다고 느낍니다. 미술의 생태계도 많이 바뀌었지만, 결국 미술을 좋아하는 마음과 관심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습니다.

윤경미, <On Circles 2025033 - Blue>, 2025
Q. 산업공간을 개조해 더파란을 운영하게 된 계기와 배경은 무엇인가요?
일부러 산업공간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고, 우연히 만나게 된 장소였습니다. 이곳이 약 30년 넘게 자동차 공업사로 사용됐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습니다. 예술이 생활과 완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일상의 공간과 연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예술은 필수품이라기보다는 여유가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이잖아요. 그런데 이 공간은 본래 사람들이 먹고살기 위해 일하던 장소였습니다. 그런 공간 위에 예술 작품을 올려놓는다는 것은 삶과 예술의 연결로 이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이 갤러리는 특별한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기보다는 지나가던 분들도 편하게 들어와 작품을 보고 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기관의 운영 철학이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요?
저는 판매 중심의 공간보다는 작가들이 작품을 편안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또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해외 작가와 지역 작가를 함께 소개하는 것입니다. 서울 중심의 미술 환경에서는 지방에서 작업하는 작가들이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 속에서 해외 작가와 지역 작가의 작업을 함께 소개하는 전시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배경의 작가들을 함께 소개하며 더파란만의 색깔을 만들고 싶습니다.

전수진 대표
Q. 관람객이 이 공간에서 어떤 경험을 가져가길 바라시나요?
모두가 편하게 들어와 작품을 보고 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바로 옆에 시장도 있어서 상인분들이나 동네 분들이 오가면서 전시가 궁금하시면 들어오시기도 해요. 미술 전시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그냥 편하게 들어와서 보고 가시기도 합니다.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들러 주시는 것도 제게는 굉장히 소중한 인연입니다.
앞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행사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연말에 작가들과 관람객이 함께 모이는 작은 파티를 열거나, 1년 동안 전시에 참여했던 작가들의 작업을 다시 함께 나누는 자리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자리가 미술과 사람들의 일상이 더 가까워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즐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의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앞으로는 단순히 전시 공간으로만 운영하기보다 '스페이스', '프로젝트', '리서치' 세 가지 방향을 함께 아우르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전시는 기본적으로 계속 진행하겠지만, 작가 연구나 프로젝트 형태의 작업도 함께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들과 리서치를 통해 일종의 아카이브 혹은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해 보고 싶습니다. 작가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기록하고,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작가의 생각을 모아보는 작업도 시도하고 싶습니다. 물론, 지금은 공간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전시에 집중하고 있지만,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프로젝트들을 점차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Q. 이번 전시가 끝나면 다음에 진행하실 전시를 짧게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다음 전시는 《힘겨루기: 게임의 법칙》이라는 제목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삶 자체가 일종의 힘겨루기라고 생각합니다. 매일이 투쟁이고 전쟁이기도 하잖아요. 작가들도 그렇게 느낄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기도 하고, 작업을 할 때도 힘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놀이처럼 경쟁하고 살아남는 과정이기도 하죠.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포함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고 싶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동 작업도 몇 점 포함될 예정입니다. 하나의 캔버스에서 여러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데, 그것 자체도 하나의 ‘싸움’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끊임없이 신경을 쓰고 조율하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이런 ‘싸움’ 혹은 ‘게임’의 구조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 규칙은 누가 만드는지, 싸움의 목적은 무엇인지 같은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됩니다. 그래서 이 고민을 전시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공간 구성 측면에서도 여러 방안을 생각 중입니다. 공동 작업 외에도 입체물이 들어올 수 있고, 작은 공간 안에서 사물을 어떻게 배치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공간이 크지는 않지만, 방처럼 분리된 곳도 있어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더파란 / spacethepara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