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개관 20주년 소장품전: 《흐르고 쌓이는》

장소: 경기도미술관
기간: 2026.03.26.-2026.06.14.
기자간담회 일시: 2026.03.25.

3월 26일부터 경기도미술관에서 개관 20주년으로 소장품전을 개최한다. 경기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중 기관의 정체성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소장품 125점을 중심으로 기획됐다고 한다. 본 기자간담회는 김선영 학예연구사와 나기현 학예연구사의 전시 안내가 먼저 진행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김선영 학예사, 나기현 학예사

5부로 구성된 본 전시는 각각 예술이 관람자 개개인과 어떤 관계를 맺는지 다방면에서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흘러갔다. 1부 시작에는 유영국 작가의 〈산〉(1997)과 박현기의 〈무제〉(1993)을 만날 수 있다. 한국현대미술의 실험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요한 기점이 된 작품들을 소개한다. '예술은 ( ) 시작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여 '우리는 ( ) 살아가는가'로 이어진다. 이 섹션에서는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과 삶의 현장, 감정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유영국, 〈산〉, 1997, 캔버스에 유채, 133×133cm, 경기도미술관 소장.

박현기, 〈무제〉, 1993, 모니터, 돌, 폐침목, 싱글채널비디오, 흑백, 무음, 245×55×23cm, 경기도미술관 소장.

대표적으로 민정기의 〈사람들〉(1983-1989)이 전시되어 있다. 판화 묶음집인 이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김선영 학예사는 관람객에게 안에 있는 그림들을 모두 보여주기 위해 모니터에서 슬라이드로 확인 가능하게끔 만들었다고 전한다. 함양아의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2019)의 경우, 객체가 사회와 어떻게 상호구성됐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2.0〉, 2019, 싱글채널비디오, 컬러, 사운드, 7분, 경기도미술관 소장.

다음 질문인 '우리는 ( ) 기억하는가?'를 묻는 파트에서는 강요배의 〈황파 1〉(2002)을 볼 수 있다. 총 두 점으로 구성된 시리즈로 경기도미술관에서 한 점을 소장 중이다. 이어서 안규철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2016)가 설치되어 있었다.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없는 아이들이 지금 어른이 되었다면, 읽어봤으면 혹은 읽었을 책들을 비치했다. 위로를 하거나 건네 보내는 대신 슬픔을 공감하는 방법을 고찰한 작품으로, 이전에 녹음한 목소리를 재연하면서 해당 섹션의 물음을 상기시킨다.


강요배, 〈황파 1〉, 2002, 캔버스에 아크릴, 161×259cm, 경기도미술관 소장.

네 번째 장 '예술은 ( ) 함께하는가?'에서는 전소정의 〈보물섬〉(2014)과 김인숙의 〈리얼 웨딩〉(2010/2016)을 볼 수 있다. 예술이 사회와 깊은 관계를 맺으면서 예술의 경험이 곧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사유와 실험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마지막 장은 김정헌 작가의 기증작들로 이루어졌다. ① 큰 그림, 작은 그림과 ② 영매로서의 미술로 세부적으로 나뉜 본 전시장은 김정헌 작가의 세계관과 삶을 살펴보며 예술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색한다.

이어서 질의응답 시간으로 마무리됐다. 경기도미술관의 전승보 관장, 김선영 학예사, 나기현 학예사가 참석했으며 유채린 학예사가 진행을 맡았다. 전승보 관장의 인사를 시작으로 질의가 이어졌다.


전승보 관장

Q. 김정헌 작가님의 작품을 얘기하면서 아버지로서 그리고 교육가로서, 행정가로서의 면모를 보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씀 주셨는데 구체적인 사례나 일화 혹은 나기현 학예사님께서 인상 깊었던 이야기를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나기현 학예사) 제가 미술을 통해서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해 늘 뾰족한 답이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걸개그림을 공부하면서 예술가들이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와 사회를 위해서, 어떻게 사회 구성원으로서 예술로 발화하고 실천하고자 했는지가 드러나는 부분들을 고민했습니다. 저는 늘 미술에 빚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미술을 통해서 제 사회가 넓어졌고 사람들과 함께 사는 방법에 대해서 늘 고민하다가 김정헌 선생님께서 실천하신 것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시대에 따라서 그 당시 어떤 현실과 다른 운동이 있던 그 시기에 대중문화 이미지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오늘날에 보기에는 살짝 위험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은 있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선생님의 일생과 작업을 그냥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카이브를 통해 보여드리고자 했습니다.

Q. 이번 전시가 개관 20주년을 맞아서 지난 20년을 돌아보는 전시라고 하셨는데 혹시 앞으로의 방향성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지 다시 한번 짚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많은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데 이 중에서 미술관의 지난 20년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작품을 꼽을 수 있다면 한두 가지 정도 말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A. (김선영 학예사) 저희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고민했던 지점이 방금 주신 질문처럼 앞으로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에 대한 지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20년 동안 저희 미술관은 에콜로지 그리고 미술 발전과 동시대적인 이슈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저희는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된 예술들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미술사적으로도 필요한 연구들에 대해 저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을 발휘하여 진행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에 20주년을 맞이해서 전시뿐만이 아니라 미술관 자체의 어젠다를 설정했는데, 경기도라는 정체성도 고민해보고 미술관의 역할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결국에는 미술관은 일상과 함께하는 것과 연대하고 함께하는 가치를 조금 더 실천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 도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연대'와 '환대'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오게 됐습니다.
20년간의 경기도미술관의 소장품 중 정체성을 가장 잘 담은 작품들을, 사실 소장품 자체가 미술관의 면면들 그리고 지나온 시간의 흔적의 주름처럼 하나하나 새겨져서 지금의 저희를 형성했습니다. 그래서 특정 작품을 짚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이번 전시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의 경우, 홍은경 작가님의 〈신문 읽기〉 그리고 이건용 작가님의 〈동일면적〉을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규철 작가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읽기〉의 경우, 사운드 설치로 소장이 되었는데, 저희 미술관이 이건용 작가님의 퍼포먼스 작품을 개념적으로 소장하는 방식으로 소장하게 됐습니다. 국공립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이 개념이라는 것을 소장하게 되면서 매뉴얼화하고 실행하고 전시에서 구현하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텍스트의 형태로 지금 존재하고는 있지만 만들어내기까지의 작가의 생각, 이것을 지금까지 함께 만들어 오던 그 시간들의 축적이 담긴 자료 혹은 생각들이거든요. 그리고 저희가 고민한 지점은 후대와 이것을 어떻게 공유할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Q. 사회적 측면에서 본 전시의 ESG 실천을 말씀주셨는데, 이 전시와 관련해 환경적, 행정적으로는 어떤 실천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가령, 이 전시가 끝난 후에도 사용된 가벽이라든가 부자재들이 다시 재활용될 예정인지 궁금합니다.

A. (김선영 학예사) 1차적으로는 모듈화된 전시 가벽을 만들면 좋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어려울 실정이라 저희는 최대한 현재 있는 공간을 재활용하는 방향과 쓰레기 및 폐기물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전시 공간을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사용된 가구는 열심히 재활용하여 전시를 꾸몄습니다. 수장고에서 소장품이 나올 때도 쓰레기가 많이 나옵니다.
발포제를 쓴다든지 아니면 작품에 포장을 하기도 하는데, 그 재료를 재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체로는 뜯는 과정에서 손상이 됩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가 신경을 쓴 지점은 이런 쓰레기와 폐기물을 최소화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김정헌 작가님의 기증작 중 다수의 작품을 보존 처리해야 하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현재 박스에 보관하고 있는데, 이 상자들을 다시 재활용할 수 있도록 비닐과 테이프를 쓰지 않는 방식으로 시도를 했고 작품 관리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Q. 김선영 학예사님께 여쭙고 싶습니다. 소장품 담당자로서 미술관의 소장품 브랜드화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어떻게 풀어나가실 건지 궁금합니다.

A. 코로나 이후로 미술관에 더 이상 오지 못하는 관람객들에게 소장품을 어떻게 알리고 접하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가상의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 맞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시작해서, 작품을 함께 감상하기 위해 그 '함께'의 대상은 누구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서로 다른 객체들이 함께 모여서 만드는 '우리'를 상정해서 이번 전시를 기획하고 소장품 활용 및 소개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관람객이 전시 공간뿐만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 생각을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미술관이 나침반이 되어주고, 소장품 연구의 단초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Q. 이번 전시에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이셨습니다. 그런데 첫 작품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어떤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A. (김선영 학예사) 이 전시의 첫 작품으로는 유영국의 〈산〉과 문학진의 〈가을〉이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미술관의 소장품을 논할 때 연대기적인 순으로 나열하는 것은 탈역사주의적인 시간성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기엔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경기도미술관의 영문명에 'Modern Art'가 들어가서 이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경기도미술관을 만든 시작점이 무엇이었을지 생각했을 때 유영국 작가님이 그 결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다른 모던 작가들도 굉장히 많지만 초창기 정체성을 반영해 수집한 작품 중에서 고새를 하고자 했을 때, 문학진 작가님의 경우에는 미술관이 건립되는 과정에서 수집된 작품입니다. 그래서 함께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전승보 관장) 관장으로서 조금 첨언하자면 20세기 한국 근현대 미술사에서 평가절하된 작가분들이 있는데, 그중 유영국 선생님이 계십니다. 물론 유영국 선생님은 현재 우리나라 현대 미술사에서 다섯 손가락에 드는 분이 아니냐 말씀하실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 세계에 대한 재해석의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첫 시작으로 유영국 선생님의 작품이 걸리고 마지막에 김정헌 선생님 작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작품이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교과서 명품전으로 비칠 수 있지만 관람객들에게 소장품 기획전으로서 처음 만날 수 있는 기회의 관점을 관장의 입장에서 갖고 있습니다.

Q. 경기도미술관에서 처음 소장하게 된 가장 오래된 작품은 어떤 건가요?

A. (김선영 학예사) 답변드리기 조금 고민되는 질문 중 하나인데요. 미술관이 설립되기 전에는 공모의 형식으로 수집이 이루어져서 첫 작품을 특정해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1930년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고요, 2006년에 수집됐지만 오래전에 제작된 근대 미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이 먼저 수집됐는지 설명드리기가 힘듭니다.

Q. 현재 경기도에는 많은 작가들이 있습니다. 김정헌 작가처럼 대학 교수였던 분은 기본적으로 삶이 보장되는 분들이기 때문에 작업하는 데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었을 거라고 봅니다. 그러나 전업 작가들 중에서도 작품에 헌신함에도 불구하고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경기도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서 지역 내의 잠재성이 있고 유능한 작가들의 작품을 다시 구입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미술관이 기증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경기도미술관이 지역 작가들을 대표할 수 있는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그들의 작품을 소장하는 것도 중요한데,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묻고 싶습니다.

A. (전승보 관장) 일단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병원에도 1차에서 3차까지 규모와 역할이 있는 것처럼 미술관도 비슷합니다. 경기도미술관은 경기도를 대표하는 종합병원 같은 곳이지요. 하지만 아직 체계화에 있어서는 개선의 여지가 남아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공공미술관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자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