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엄 SAN, 이배 개인전 ‘기다리며’ 개최… ‘숯’의 철학으로 안도 타다오와 호응
- 4월 7일부터 12월 6일까지 역대 최대 규모 전시
- 8미터 높이 ‘불로부터’, 10미터 ‘붓질’ 등 미공개 신작 포함 30년 예술세계 총망라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SAN(관장 안영주)이 오는 4월 7일부터 12월 6일까지 현대 미술의 거장 이배(b.1956-) 작가의 개인전 《En attendant: 기다리며》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30여 년간 ‘숯’이라는 일관된 매체를 통해 삶과 죽음, 순환의 원리를 탐구해 온 이배 작가의 예술 세계를 역대 최대 규모로 조망하는 자리다. 4월7일 기자간담회는 많은 취재진이 모였고 작가의 퍼포먼스도 있었다.

이배 작가는 1989년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한국적 정서가 담긴 숯을 현대 미술의 언어로 재해석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전시 제목인 ‘기다리며(En attendant)’는 단순한 시간의 흐름을 넘어, 어떤 변화가 일어나기 전 에너지를 응축하며 미래를 향해 열려 있는 능동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작가는 나무가 뜨거운 불 속에서 형태를 잃고 숯으로 재탄생하는 인고의 시간을 통해 자연의 순리와 ‘무위(無爲)’의 철학을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뮤지엄 SAN의 핵심 가치인 ‘Space(공간)·Art(예술)·Nature(자연)’를 기반으로 기획되었다.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독창적인 건축 동선에 맞춰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었으며, 관람객은 실내 전시장인 청조갤러리부터 야외 정원까지 이동하며 작품과 공간이 유기적으로 조응하는 장소 특성적 경험을 하게 된다.

전시의 입구인 본관에는 2023년 뉴욕 록펠러센터에서 화제를 모았던 작업의 확장형인 〈불로부터(Issu du feu)〉가 설치된다. 높이 8미터, 무게 7톤에 달하는 이 거대한 숯 덩어리는 정화와 치유의 상징으로서 전시장 전체를 압도한다. 이어지는 갤러리 로비에서는 자연광에 따라 시시각각 표정을 바꾸는 16점의 〈붓질(Brushstroke)〉 시리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처음 공개되는 설치 및 영상 작업들이 눈길을 끈다. 청조갤러리 3관에 마련된 〈Becoming〉은 9미터 높이의 대형 스크린 영상과 작가의 고향인 경북 청도에서 가져온 흙을 전시장으로 옮겨온 설치 미술이 결합된 형태다. 전시 기간 중 실제로 흙에서 식물이 자라나는 과정을 통해 땅과 신체, 시간이 맺는 순환적 관계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야외 공간에는 주변 산세 및 건축 지붕의 곡선과 호응하도록 설계된 10미터 높이의 브론즈 조각 〈붓질〉 6점이 배치되어 자연과 예술이 하나로 결합된 장엄한 풍경을 완성한다.

뮤지엄 SAN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이배 작가의 조형 언어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 공간과 만나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울림을 주는 전시가 될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전시를 관통하는 ‘기다림’의 감각을 통해 삶의 본질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시 기간 중에는 작가의 작업 세계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작가와의 만남’, ‘큐레이터 투어’, ‘예술명상’ 등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시는 오는 12월 6일까지 이어지며, 자세한 내용은 뮤지엄 SAN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