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택: 조각의 바깥에서》
2026.04.10.-07.26.
소마미술관

이승택(1932-) 실험 예술가의 개인전이 소마미술관에서 열렸다. A.G를 대표하는 작가로 한국 미술계에 전위적인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설치나 입체 조각만 등장하지 않고 드로잉, 사진, 콜라주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까지 등장한다.

1전시실 〈사물 이후의 조각〉 전경

1전시실부터 시작하여 석고, 대리석 같은 관습적인 조각 재료가 아닌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사물로 입체 작품을 만든 작업을 볼 수 있었다. 액자에 천과 실, 스티로폼을 더해 만든 〈무제〉(1985)처럼 평범한 사물에 이질적인 감각을 부여한다. '비조각'의 개념을 통해 물성의 변화를 꾀하고 설치와 조각의 확장을 도모했다.

이승택, 〈무제〉, 1985, 스티로폼, 천, 실, 액자, 158×130×15cm, 작가소장.

이승택 작가는 현대적인 감각의 조각 작업과 설치 작품을 만드는 데 전통을 당대 사회 흐름에 재맥락화했다. 기와, 탈, 장승, 고드랫돌처럼 도시에서 벗어나 지방으로 가면 볼 수 있었던 요소들을 차용했다. 올림픽공원에서 개최된 야외조각전에서 선보인 〈기와를 입은 대지〉(1988)를 사진으로 인화한 작품도 등장한다. 88올림픽이 열렸을 당시, 한국적인 것을 보여주고자 작가는 천마총을 연상시키는 조각을 제작했다. 사진 속의 거대한 기와는 땅을 덮어 무덤처럼 보이는 동시에, 기와가 겹겹이 쌓여 이루고 있는 대형 조각 작품이었다.


이승택, 〈기와를 입은 대지〉, 1988(1990년대 인화), 실사출력, 200×457cm, 작가소장.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넓은 범위에서 살피며 조각과 설치란 무엇인지, 그 경계는 어떻게 되는지 생각해보도록 유도한다. 1982년에 제작된 〈공간 드로잉〉을 소마미술관에 다시 재현함으로써 '비조각'의 또 다른 예를 보여준다. 이 작품이 설치된 4전시실은 〈장소로 확장된 실천〉을 주제로 했으며 사진 위에 덧그리거나 콜라주한 이미지들이 벽면을 채웠다. 눈앞의 자연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가의 시각이 그대로 녹아든 기록이자 작품이었다.


이승택, 〈공간 드로잉〉, 1982/2026, 천, 종이, 실, 철관, 가변크기, 작가 소장.

이어서 5전시실로 이어지는 길을 가던 중, 옆면의 통유리 너머로 바람에 휘날리는 〈바람〉(1970)을 볼 수 있다. 긴 끈에 한 줄로 묶여 있는 푸른 천이 움직이는 모습에서 작가와 바람이 함께 만드는 작품의 형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실내에서만 보는 작품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만큼, 공원 부지를 돌아다니며 작품이 놓인 공간과 작품을 함께 둘러보는 시간도 중요했다.


이승택, 〈바람〉, 1970

공원 내에도 많은 작가들의 조각 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송파구민과 공원을 찾는 방문자의 문화 향유를 목표로 하는 만큼, 본 전시는 이승택의 작품을 전반적으로 조망하는 동시에 조각과 설치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읽는 눈을 기르는 데 도움을 주는 유의미한 전시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