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2026 금호영아티스트》, 세계 속에서 확장하는 감각과 그 표현
금호미술관은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인 《2026 금호영아티스트》를 1부와 2부로 나누어 전시한다. 4월 24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행될 예정으로 정수정, 최지원, 박현진 작가의 개인전을 각 층마다 선보인다. 4월 23일 17시에는 전시 프리뷰가 진행됐으며 세 작가가 모두 참여하여 자유롭게 작품 설명을 해주기도 했다.

이번 2부 전시를 기획한 이가린 학예사에 의하면 '금호영아티스트'는 개개인의 작업 세계관을 조망한다고 한다. 정수정 작가는 일상에서 수집한 다양한 이야기와 사회적인 사건들을 교차시켜 삶의 역동성과 죽음의 정지성이 맞물리는 순간을 보여준다. 최지원 작가는 매끄러운 표면 아래에 드러나는 사물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내재된 욕망과 소유의 역사를 표상한다. 박현진은 인공지능 로봇 개를 통해 인간, 동물, 기계, 식물 간의 관계를 알아본다. 이 세 작가를 통해 여성, 사람으로서의 감각, 신체와 정서적 감각이 세계 속에서 어떻게 표현되고 확장하는지 조망한다.

최지원,〈난초열병〉, 2026, 캔버스에 유채, 181.8×454.6cm
1층에 전시 중인 《글레이즈드 피버》는 최지원 작가의 개인전이다. 작가는 19세기 영국을 휩쓴 '난초 열병(Orchidelirium)'과 도자기 인형을 참조해서 작업했다. 도자기처럼 매끈한 표면을 표현한 캔버스 속에는 현대 복식을 입은 인형과 여러 개의 난초가 화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작가-비평가 매칭 프로그램을 통해 최지원 작가 전시 비평문을 쓴 최지나 학예사에 의하면, 최지원은 그 현상의 기호들을 '난초 열병(Orchid Fever)'으로 번역했다고 한다.
이처럼 이국적인 식물을 수집하고 소유하고자 한 근대 유럽인들의 욕망을 상징하는 난초와, 또 다른 욕망의 대상인 도자기 인형을 향한 열망(fever)이 작가의 언어로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이 도자기 인형들이 모두 여성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욕망의 대상'이라는 단어 자체를 재고찰하게 만든다.

《에코 트랙스》 전시 전경
2층으로 올라가면 박현진 작가의 《에코 트랙스》를 볼 수 있다.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사람과 사물, 인공지능 로봇과의 관계를 탐구한다. 작가는 키우던 반려견 '뽀뽀'의 죽음 이후 새로 입양한 인공지능 로봇 개를 훈련시켰다.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볼 수 있는 어질리티 코스의 재현은 실제로 쓰이는 코스 형태이다. 여기에는 규칙이 존재하지만 로봇인 '에코'는 제조사의 프로그래밍에 따라 행동하기 때문에 이에 부합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여기서 작가가 알아보고자 한 바는 '과연 로봇 개인 에코는 어질리티 수행이 가능한 개였을 수 있나?'라고 한다.

박현진, 〈굿 걸〉, 2026, 복합매체, 가변크기
〈굿 걸〉(2026)은 다중적인 의도가 함축된 설치 작품이다. 보라색 자갈 위에 누워 있는 개의 자세는 어려운 어질리티 코스를 수행한 후 지쳐서 쓰러진 것인지, 혹은 사후에 취한 자세인지 관람객이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 또한 작가가 의도한 것으로, 주변을 걸어다니면 에코와 뽀뽀의 숨소리가 뒤섞여 혼란스러움을 가중한다.

박현진, 〈에코 트랙스〉, 2026, 4채널 비디오, 가변크기
그 옆에는 실시간으로 전시장을 감시하는 영상이 송출된다. 이는 로봇에 탑재된 카메라가 의도치 않게 모든 것을 촬영함으로써 갖게 되는 감시 기능과, 실제 어질리티 코스를 시행할 시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카메라의 시선을 노출한다.
마지막 3층에는 정수정의 《하얀색 운동화: 죽음도 좋지만, 그러면 사랑이 없잖아》가 전시 중이다. 들어서면 격정적이고 몰아치는 순간들이 혼재된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유행한 트로니(Tronie) 장르를 가져와 작업에 접목한다.

정수정, 〈스우핑〉, 2025, 캔버스에 유채, 아크릴릭, 255×200cm
하나의 장면이라기보다는 여러 순간들을 한 화면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처럼 표현했다. 작가의 상상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미지인 것 같으면서도 개인적 경험과 동시대 사회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회화적으로 재구성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익숙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전시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전시다.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보지 않으려 한 심리, 삶의 이면을 가져와 시각적으로 표상하고 있다는 점이 본 전시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