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공예박물관에서 선보이는 문화적 외교의 흔적 《더 하이브리드》와 
대한제국 시대의 유물과 공예품 전시 《안동별궁, 시간의 겹》

2026년 4월 27일 오전 10시부터 서울공예박물관에서 두 전시를 소개하는 기자설명회가 있었다. 전시 3동에서 설명회가 진행됐으며, 교육홍보과장 김서란이 두 전시 소개를 진행했다. 《더 하이브리드》는 한-불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고자 마련된 전시이다. 《안동별궁, 시간의 겹》은 순종-순정효황후 가례 120주년을 맞아 기획된 전시로 한국순교복자수녀회와 협업하여 대한제국의 유물과 공예를 소개한다고 전한다.


교육홍보과장 김서란


서울공예박물관 김수정 관장

본 기자설명회에는 서울공예박물관장 김수정, 두 전시를 총괄한 전시기획과장 채영, 전시 협력기관인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의 아가사 관장과 아네스 수녀가 자리했다. 또한, 이번 전시의 주제에 맞춰 미디어 작업을 제작한 권민호 작가도 참석했다.

김수정 관장에 의하면 《더 하이브리드》는 대한제국에서 이루어진 큰 변화들을 다루고, 《안동별궁, 시간의 겹》에서는 안동별궁 터에서 결혼하고 생활한 황실 여성들을 좀 더 내밀하게 알아보는 전시이다. 위 전시들을 위해 해외에 소재한 탓에 쉽게 접할 수 없는 유물들이 많이 서울공예박물관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첫 번째 전시에서는 프랑스와 독일로 나간 유물을 중심으로 전시가 이루어지고, 두 번째 전시에서는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이 기증받은 유물들이 오랜만에 공개되는 자리이다.


이효선 학예연구사

이어서 채영 전시기획과장의 전체적인 전시 구성 소개가 끝난 후, 각 전시를 기획한 담당 학예사가 직접 전시를 안내하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이효선 학예사가 《더 하이브리드》에서 주요 소장품을 소개했다. 입구를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말총 모자는 고종이 미국인 학자 퍼시벌 로웰(Percival L. Lowell, 1855-1916)에게 하사한 선물이다. 말총을 이용해 만든 중절모로 20세기 초 공예의 변화를 보여주는 유일한 작품이라 강조했다. 전시 제목 또한 위 모자로부터 영감받아 지어졌다.


백자 청화 용무늬 항아리, 18세기, 백자에 청화, 프랑스 국립세브르도자박물관 소장

이어서 '1부: 외교 사절이 되다' 섹션으로 넘어가며 외교의 언어이자 우의와 우정을 기억하는 매체로 역할한 공예품들을 살핀다. 대표적으로 〈백자 청화 용무늬 항아리〉가 있으며 이때부터 대한제국 황실은 외국 외교관과 선교사들에게 줄 공예품을 외국인 취향과 생활양식이 반영되도록 했다. 이때 용무늬 항아리를 비롯해, 명성황후가 미국 선교사 알렌 부인에게 하사한 자수 부채, 〈자수 화조무늬 부채〉처럼 대한황실문화원이 서울역사박물관에 기증한 소장품 등 거의 공개되지 않은 유물들이 다수 공개됐다.


자수 화조무늬 부채, 19세기 말, 비단에 자수, 상아,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항아리, 부채, 수를 놓은 가리개, 팔찌 등 다양한 공예품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외교 선물로 주어진 공예품 중에는 의복도 포함되어 있다. 19세기 말에 신식 군복이 도입되면서 전통적인 의장용 갑옷과 투구는 실용성을 잃게 됐다. 대신 고종은 국빈이나 외교관에게 선물하면서 당시 의복은 외국인들의 수집 대상이 되기도 했다고 전한다.


(좌측부터) 대훈위 서성대수정장, 20세기 초, 금속, 국립민속박물관 소장
민영환 훈장, 1896년 금속, 비단, 서울대학교 박물관 소장

이어서 '2부: 세계와 마주하다'에서는 대한국 궁내부 어용품 직조기로 제작한 직물을 볼 수 있다. 서울공예박물관 측에서 구매한 소장품으로, 우리나라 국산 누에와 국산 기술로 직조한 수공예품이면서 황실만 사용한 것이 아니라 상점을 통해 대중에게도 유통된 적이 있다고 한다. 추가로 대한제국이 서양의 근대적 개념에 부합하는 자주 독립국임을 보여주고자 표훈원을 설립하고 훈장 제도를 도입했다고 한다. 따라서 태극 문양이나 별 같은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차용한 훈장들도 볼 수 있다.


(위에서 아래로 차례대로) 프랑수아 패로딘, 〈67.23〉, 2015. 나무에 아크릴 채색
프랑수아 패로딘, 〈67.19〉, 2015. 나무에 아크릴 채색
프랑수아 패로딘, 〈67.22〉, 2015. 나무에 아크릴 채색

프랑수아 패로딘, 〈84.3〉, 2019. 나무에 아크릴 채색

맞은편에는 프랑스 현대미술 작가인 프랑수아 패로딘이 태극기의 태극 문양을 모티브로 만든 작품이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다음은 마지막 '3부: 동서양이 융합하다'로 이어진다. 대한제국이 사라진 후, 세브르 도공들이 코리아 화병 시리즈를 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요소를 차용하되 그들만의 미감으로 제작하여 한국에서 제작된 도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울산 화병, 1899, 자기, 도안가 앙리 루이 로랑 울리히, 국립세브르 도자박물관 소장

이어서 화양가구, 당시 제작된 도안들도 함께 살피면서 전시가 마무리된다. 이효선 학예사에 의하면 '분명 외래적인 요소도 유입을 했지만, 정통을 잃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이런 금강산도라던가…우리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했다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라고 전한다.

본 전시 안내가 끝나자 바로 《안동별궁, 시간의 겹》 전시장으로 이동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전시는 안동별궁을 중심으로 전시 내용이 흘러간다. 정다슬 학예사를 따라 들어간 1부에서는 '조선 왕실에서 대한제국으로'를 볼 수 있었다. 여기서는 우리나라가 칭제를 하면서 의례가 변화하며 생긴 변화들을 보여준다. 『의왕영왕책봉의궤』를 비롯해 〈원유관〉과 〈추봉책봉의궤〉를 확인할 수 있다.


『의왕영왕책봉의궤』, 1900, 44×33cm


〈의왕 원유관〉, 19세기 후반-20세기 초, 21.8×25cm, 국가민속문화유산 소장

2부에서는 순정효황후와 의왕비가 한국순교복자수녀회에 기증한 황실 복식 유물들을 조명한다. 직접 의왕비가 간직해온 비녀들도 확인할 수 있으며 외교용이 아닌 황실에서 실생활을 위해 만든 공예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이다. 3부 '보존을 넘어 치유로'에서는 권위의 상징이 아닌 역사의 일부로 기증된 대한제국 황실 유물들을 조명한다. 끝으로 4부에서는 권민호 작가가 제작한 〈세 개의 질서 하나의 풍경〉(2026)이 안동별궁, 풍문여고와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기억의 축적을 보여준다.


의왕비 비녀와 각종 꽂이, 오륜대한국순교자박물관 소장


권민호 작가와 〈세 개의 질서 하나의 풍경〉(2026)

두 전시는 같은 시기의 공예품을 다른 주제로 탐구하며 조선과 달리 비교적 주목받지 못한 시기의 역사와 공예품들을 알아본다. 여러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오랫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한 유물들이 등장한 전시인 만큼 우리가 모르던 역사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