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11일 오후 2시, 성곡미술관에서 우순옥(1958–2023) 회고전 《우순옥: 예술은 이미 당신의 마음속에 있다》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과 작가의 동생 우수경이 참석했으며, 전시 소개와 함께 전시장 투어가 진행됐다. 전시 기간은 8월 12일부터 10월 3일까지다.

1층 전시장 전경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독자적인 개념미술 세계를 구축한 우순옥의 첫 회고전으로, 1980년대 초기 작업부터 작고 직전의 대표작까지 회화, 드로잉, 설치, 영상 등을 총망라한다. 전시 기획은 이수균 부관장과 우수경이 맡았으며, 김홍석 상명대학교 교수, 안소연 아뜰리에 에르메스 아티스틱 디렉터와 홍승혜 작가가 자문으로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을 포함한 여러 작품들이 이번 전시를 위해 대여됐다.

이수균 성곡미술관 부관장

우순옥 작가의 여동생, 우수경

이수균 부관장은 우순옥을 '같은 대상을 보더라도 일상의 소소한 것들을 굉장히 존중하면서 바라본 작가'라고 소개했다. 버려진 쓰레기, 구겨진 어린이 장난감이라든지 모든 주변의 오브제에 대해 진심 어린 예술가의 시선을 보냈으며, 우리가 볼 수 없던 비가시적인 세계를 시각화한 작가라고 말했다.

우순옥은 이화여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후 1985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뒤셀도르프 쿤스트아카데미에서 귄터 우커(1930–2025)를 사사했다. 이수균 부관장은 우커가 '1960년대 플럭서스를 기반으로 한 개념 미술에 영향을 받은 제로 그룹의 영향력 있는 작가'였으며, '우순옥은 독일에 가기 전부터 이미 그런 개념 미술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귀국 후에는 1995년부터 이화여대 조형예술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2022년 정년퇴임까지 후학을 양성했다.

우순옥, 〈외로운 긍지-깃발〉, 1986, 종이 위에 목탄, 유채, 종이테이프, 210×197,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전시장 투어는 1관부터 시작하여 2관으로 가는 순서로 진행됐다. 1층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은 〈외로운 긍지-깃발〉(1986)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다. 이수균 부관장은 '그 시절의 시대 상황이 굉장히 어두웠고, 아티스트로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에 대한 분노와 같은 감정이 녹아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우순옥, 〈연기드로잉〉, 2000(2026 재제작), 방, 내화강, 50cc 투명 오브제, 물, 열판, 빛, 가변크기

같은 공간에는 〈연기드로잉〉(2000/2026 재제작)도 전시된다. 바닥에 달궈진 원형 전기 플레이트 위에 물방울이 일정한 간격으로 떨어지는 설치 작업으로,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한옥 프로젝트》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이다. 금속판 위에 떨어진 물방울은 얼룩을 남기며 하나의 드로잉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기화된 수증기가 빛을 받아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진다.


우순옥, 〈이동하는 빛〉, 2002, 버려진 샹들리에, 황동 프레임

 2층에는 〈이동하는 빛〉(2002) 네 점이 전시된다. 2002년 대림미술관 개관 기념전 《장소 속의 장소》를 위해 제작된 작품으로, 대가족이 수십 년간 살았던 단독주택에서 실제 사용했던 샹들리에를 활용해 만든 오브제다. 이수균 부관장은 이 시리즈를 흔하고 버려진 사물들로 만들어낸 독특한 오브제로서의 예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우순옥의 〈따뜻한 벽〉(2003/2026 재제작)을 만져볼 수 있다.

이 다음에는 〈따뜻한 벽〉(2003/2026 재제작)이 놓인다. 둥글게 부풀어 오른 벽 내부에 발열 장치를 설치해 37.5도의 은은한 온기를 전하는 작품이다. '산소 호흡기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으며, 엄마의 배를 상징하는 작업'이라고 이수균 부관장이 설명했다.

우순옥, 〈방〉, 1998/1993, 면천 12장, 조명 2개, 20×10×2.6m

이어서 2관에는 〈방〉(1998/1993)과 〈12편의 신기루〉(2011)를 비롯하여 여러 퍼포먼스 영상, 설치 작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 〈방〉은 천장에서 바닥까지 열두 장의 검은 천을 늘어뜨려 관람객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구성한 설치 작업이다.

이수균 부관장은 〈방〉을 바라보는 작품이 아니라 경험하는 작품, 산책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하며 참석자들에게 직접 작품 사이를 거닐기를 권했다

이번 전시는 우수경의 역할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이수균 부관장은 강조했다. 작가의 동생으로서 모든 전시의 증인이자 그의 기억과 자료가 이번 회고전의 토대가 됐다고 밝혔다.

우순옥에게 예술은 완성된 결과물이 아니라 시간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과정이었다. 버려진 사물, 녹과 연기, 온기와 빛, 식물의 생명력 등 일상의 모든 것을 매체로 삼아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낸 그의 작업은 이미지와 정보가 범람하는 지금, 침묵과 비움 속에서 사유하는 시간을 제안한다. 2023년에 작고한 우순옥의 첫 회고전을 통해 한국 개념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다시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