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2026년 8월 26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관에서 《서도호》 개인전 개최에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김성희 관장, 전시를 기획한 설원지 학예연구사, 작가 서도호가 참석했다. 행사는 김성희 관장의 환영 인사와 설원지 학예연구사의 전시 설명으로 시작해 곧바로 전시장 투어로 이어졌고, 투어를 마친 후 서도호 작가와 함께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국립현대미술관 김성희 관장
전시는 8월 27일부터 2027년 2월 9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3·4·5전시실과 MMCA 스튜디오, 서울박스에서 열린다. 다만 서울박스에 설치되는 〈아파트 A, 복도와 계단, 미국 뉴욕 웨스트 22번가 348번지, NY 10011〉은 전시 개막 이후인 12월 18일부터 이듬해 3월 28일까지 별도로 공개 예정이다.
김성희 관장은 환영 인사에서 서도호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인연을 먼저 짚었다. 2013년 서울관 개관 당시 서울박스에 〈집 속의 집〉이 장소 특정적으로 처음 선보인 지 13년 만에 다시 대규모 개인전으로 마주하게 됐다는 점을 두고 굉장히 뜻깊은 자리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가 처음 공개되는 대학 시절 초기작부터 현재 진행 중인 신작까지 폭넓게 조망함으로써 서도호의 작업이 어떻게 시작됐고, 변화되고, 확장되어 왔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국립현대미술관의 국제 거장전이 국내 활동 작가를 새롭게 조명하고 담론을 만들어가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서도호 개인전 역시 도쿄도현대미술관과 홍콩 M+로 이어지는 아시아 순회를 통해 그 파장이 확산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3층 전시실 앞 Seed Bank 일부
이어서 전시를 기획한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이번 전시가 기존 개인전과 차별화되는 지점을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는 창작의 뿌리와 작품 세계의 연결망이다. 옷을 최초의 거주 공간으로 보고 집을 옷처럼 지어 이동시키는 작가의 관점이 대중에게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전부터 형성돼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 왔다는 점을 이번 전시가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해석의 시각이다. 그동안 서구적 맥락에서 주로 조명돼 온 서도호의 작업을 한국적 정서와 사고에서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 따라 전시는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선형 구조 대신, 인연이 다시 만나고 연결되는 나선형 구조로 구성됐다고 덧붙였다. 실제 동선은 노란색 외부 복도 공간에 설치된 ‘시드 뱅크 Seed Bank’에서 시작해 3·4·5전시실의 드로잉과 주요 작품을 거친 뒤 다시 복도 공간으로 이어지며 처음의 질문으로 되돌아오도록 짜였다. 이는 작가의 지난 이동과 경험이 전시장 내 관람객의 이동과 경험과 유사한 성질을 띠는 것임을 암시할 수 있도록 계획된 것이다.
전시 소개가 끝난 후 실제 작품을 볼 수 있는 투어로 이어졌다.
전시는 전시실 안이 아닌 외부 복도에서부터 시작된다.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이 공간을 '시드 뱅크'라 이름 붙였으며, 유년기 조각과 대학 졸업작품, 유학 이전에 제작한 실험작 등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작가의 예술적 출발점을 모아 놓았다고 밝혔다.
서도호, 〈작은 문, 서울 성북구 성북동 206-10〉, 2017
3전시실에서는 A6 크기부터 대형까지 약 200여 점의 드로잉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소개된다. 성북동 한옥 대문을 1:1 비율로 재현한 드로잉 〈작은 문, 서울 성북구 성북동 206-1〉(2017)이 전시의 여정을 여는 상징적 작품으로 입구에 놓였다. 이어지는 드로잉들은 싱가포르 STPI(싱가포르 타일러 프린트 인스티튜트) 레지던시 참여를 계기로 발전한 실 드로잉과 젤라틴 티슈 기법을 아우른다.
서도호, 〈러빙/러빙: 서울집〉, 2013-2022, 닥지에 흑연, 스테인리스 철사, LED 조명, 534×866×802.5cm
서도호, 〈러빙/러빙: 광주극장 사택〉, 2012, 종이에 흑연, 나무 구조믈, 522.8×1,124×66.6cm
4전시실에는 대표 연작 〈러빙/러빙: 서울집〉과 〈러빙/러빙: 광주극장 사택〉두 점이 마주본다. 〈러빙/러빙: 서울 집〉은 작가의 부친 故 서세옥 작가(1929-2020)가 철거된 한옥의 목재를 모아 전통 방식으로 지은 성북동 한옥을 대상으로, 집 전체에 닥지를 붙이고 1년에 걸쳐 문지르고 탁본해 완성한 작업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아버지와 자신의 초상이라 말하는 작품이라고 전했다. 맞은편에 전시된 〈러빙/러빙: 광주극장 사택〉(2012년 광주비엔날레 출품)은 여러 참여자가 눈을 감고 손으로 더듬어 공간의 흔적을 함께 채집한 작업이다. 개인의 기억에서 출발한 앞의 작품과 공동체의 역사를 담은 이 작품이 서로 마주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전시에서 중요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서도호,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 2024, 폴리에스터 천, 스테인리스 스틸, 455×1,237×575cm
5전시실은 서로 다른 시기와 매체의 작업이 개념적으로 얽히도록 구성됐다. 입구에서 만나는 〈완벽한 집: 런던, 호셤, 뉴욕, 베를린, 프로비던스, 서울〉(2024)은 현재 거주하는 런던 집을 실물 크기로 재현하고 그 표면에 여섯 곳의 집에서 가져온 문손잡이·자물쇠·스위치·콘센트 등을 겹쳐 배치한 작업으로 국내 최초 공개작이다. 이어지는 〈다리 프로젝트 Bridge Project〉는 서울과 뉴욕 중간 지점에 다리를 놓고 그 위에 집을 짓는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1999년부터의 진행형 프로젝트다.

〈Who Am We?〉디테일. 가까이 가서 보면 인물들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어서 대형 벽지 작업 〈Who Am We?〉(2000)는 작가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인물 사진을 식별 가능한 최소 크기로 축소해 15m 벽면을 채운 작품으로, '나'를 뜻하는 단수와 '우리'를 뜻하는 복수를 함께 쓴 제목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함께 놓인 〈바닥〉(1997~2000)은 수많은 인물상이 투명판을 떠받치는 구조로, 관람객이 그 위를 걸으며 개인이 무수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을 체험하게 한다.
서도호의 〈Who Am We?〉와 〈바닥〉이 함께 설치된 전시전경
전시실을 나서면 22m 규모의 대형 설치작 〈둥지/들〉(2024)이 이어지는데, 서울, 뉴욕, 런던, 베를린 등 작가가 거주했던 여러 집의 복도와 문, 방 같은 전이 공간을 하나의 연속된 통로로 재구성한 작업이다.
서도호, 〈둥지/들〉, 2024, 폴리에스터 천, 스테인리스 스틸, 410.1×2,148.7×375.4cm
마지막으로 1층 MMCA 스튜디오에서는 작가의 런던 스튜디오 일부를 재현하는 한편, '부성애(Fatherhood)'를 주제로 한 신작을 처음 공개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사랑의 기억(래코드 협업)〉(2026)은 작가가 오래 간직해 온 코트 안감에 세상을 떠난 부친과 자녀들의 옷에서 뗀 주머니를 달고 그 안에 가족과 관련한 사물을 담은 작업이다.
서도호, 〈사랑의 기억(래코드 협업)〉, 2026, 모직, 나일론 의류, 93×45×30cm
설원지 학예연구사는 전시 설명을 마무리하며 “서도호의 예술은 곧 집이다'라는 공식에서 조금은 벗어나 보기를 바란다면서, 작가는 집을 짓는 사람이기보다 자신의 내면과 세계의 내면을 향해 나아가는 작업을 이어온 작가라고 말했다.
아래는 질의응답 시간 동안 나온 내용의 요약이다.
긴 시간 동안 질의에 답변해준 서도호 작가
Q. (서울신문) 지난해 테이트 모던 전시 반응이 뜨거웠다. 이번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전시에서는 어떤 새로움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또 작가의 뿌리인 한국에서는 어떤 감정이 공유되길 바라는지?
A. (서도호) 테이트 모던 전시와 이번 전시는 성격이 다르다. 미술관 측은 회고전 형식을 원했지만, 대형 작업이나 장소 특정적으로 영구 설치된 작품이 많아 국립현대미술관이 사용 가능한 전시장 규모 등을 고려해 회고전 성격은 아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대신 국내외에서 소개되지 않은 작품과 신작을 모아 구성했다. 테이트 전시가 최근 10년간의 작업 중 한 토막을 보여준 것이라면, 이번 전시는 어린 시절 그림부터 최신작까지 폭넓게 보여주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Q. (미술세계) 기억이 불완전하고 흐릿하기 때문에 반투명한 천을 쓴다고 말한 바 있는데, 실제 작품에서는 문손잡이, 스위치, 경첩 등이 매우 정확하게 재현된다. 기억이 흐려지는 것과 재현이 더 정확해지는 것 사이에 모순은 없는지?
A. (서도호) 크게 변화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방을 관찰하면 벽처럼 디테일이 없는 부분과 문손잡이와 스위치처럼 디테일이 집중된 부분이 있는데, 처음부터 후자에 집중해 왔다. 이는 일상에서 가장 많이 만지는 사물이기 때문이며 문손잡이를 25년간 하루에도 몇 번씩 만졌다면 거기에 나의 에너지가 포함됐을 것이다. 다만 천이라는 재료 자체의 한계로 인해 아무리 구체적으로 만들어도 실제만큼 정밀할 수는 없으며, 그 정밀함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도 아니다.
Q. (브리크매거진) 이번 전시에 학생 시절 초기작도 함께 전시됐다. 지금 보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지.?
A. (서도호) 어색함을 넘어서 옷을 홀딱 벗은 것 같은 느낌이 솔직히 든다. 전시를 준비하며 어릴 적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지금 작품들의 씨앗이 그때 다 있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회고전이 아니라, 이후 작업들의 기원을 모아놓은 자리로서 특별하다.
Q. (교민일보) 1994년 초기작 〈516호〉 이후 집을 소재로 한 작업을 오래 이어왔다. 시간이 지나며 집에 대한 개념이 바뀌었는지, 작가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지.
A. (서도호) 집에 대한 생각은 끊임없이 변하는 것 같으며,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변화의 흐름은 설명할 수 있다면서, 잘 알려진 천 재질의 집 작업은 대부분 독신 시절 빈 방에 홀로 앉아 그 공간과 나눈 대화에서 나온 것이다. 결혼 이후 가족이 생기면서 집은 물리적 공간을 넘어 사람들 사이에서 생기는 이야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 됐고, 그렇게 확장하다 보면 학교가 되고 사회가 되고 나라와 우주로도 이어졌다. 결혼과 육아를 거치며 생긴 변화가 최근 신작에도 영감을 주고 있다.
Q. (교민일보) 대표적인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로 꼽히는데, 차세대 한인 디아스포라 작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지?
A. (서도호) 디아스포라적 측면이 작품에 분명히 있지만, 이를 깊이 의식하며 작업하지는 않았다. 유학 초기 한옥을 소재로 한 자신의 작업이 한국인 정체성이나 오리엔탈리즘으로 해석되곤 했던 경험이 있지만, 이는 한국적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온 환경을 있는 그대로 다룬 것이다. 조언을 한다면, '한국인 디아스포라'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유연하게 끌어내는 편이 좋겠다고 전하고 싶다.
Q. (뉴스프리존) 실 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전통 자수의 미학을 담아낸 것으로 봐도 되는지?
A. (서도호) 실과 천으로 작업을 이어오면서도 실로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STPI 레지던시에 참여했을 당시, 3주 일정 대부분이 지나도록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던 중 실로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 계기가 됐다. 전통 자수에 관심은 있지만, 실 드로잉이 그로부터 의도적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다.
Q. (중앙일보) 이번 전시를 두고 '금의환향'이라 부를 만한 귀국 회고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집에 돌아온 소감과 향후 계획은?
A. (서도호) 화려하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며, 한국에 뿌리를 두고 어머니도 한국에 계셔 자주 오가는 만큼 오랜만에 귀향하는 느낌은 아니다. 다만 전시를 준비하며 그동안 작품을 참 많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불교 용어인 '회향'이라는 개념이 계속 떠올랐다. 외국에서 전시할 때마다 한국 팬들로부터 국내 전시 요청을 많이 받아왔고 그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쌓여 왔는데, 이번 전시가 그 마음을 나누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Q. (서울문화투데이) 집은 누군가에게는 보금자리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집에서 밀려나거나 집 없이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생각이 작품에 담겨 있는지. 또 개인적으로 이상적으로 꿈꾸는 집의 형태가 있는지, 젤라틴 티슈처럼 특별한 재료는 어떻게 발견하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A. (서도호) 집이 누군가에게는 보금자리이자 행복의 자리지만 많은 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으며, 집이 없거나 전쟁 등 여러 이유로 강제로 집을 떠나야 하는 상황도 있다는 점을 한국을 떠날 때부터 계속 고민해 왔다. 다만 아름다운 색상의 천으로 집을 만들다 보니 이런 문제의식이 다 녹아들지 못한다는 한계를 스스로도 느껴, 〈다리 프로젝트〉에 관련한 고민을 많이 담았다. 건축, 인류, 사회, 주거 문제 전반에 관심이 있으며,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난민을 위한 이동식 쉘터를 예술이 아닌 실질적인 해법으로 연구하고 있다. 재료는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재료를 찾는 과정과 평소의 재료와 기법 리서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Q. (한국일보) 새로 공개된 옷 작업과 관련해, 가정을 이룬 이후의 '새로운 집'이 곧 옷을 의미하는 것인지, 앞으로 집보다 옷을 소재로 한 작업을 더 늘려갈 계획이 있는지?
A. (서도호) 옷은 처음부터 중요한 개념이었다. Seed Bank에 있는 〈메탈 재킷〉이 옷을 소재로 한 첫 작업이며 여러 인터뷰에서 밝혀온 것처럼, 몸을 감싸는 가장 작고 은밀하며 이동 가능한 공간이 옷이고 그 개념을 확장하면 건축이 된다. 옷과 건축은 서로 뗄 수 없는 개념이다. 가족이 생긴 뒤 아이들의 옷을 버리지 않고 모아 만든 ‘부성애’ 관련 신작들은 실제로 입었던 옷을 구체적으로 사용한 사례로, 이 역시 옷에 대한 오랜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Q. (월간미술) 옷과 건축, 집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연결'이라는 주제로 보인다. 이 연결이라는 지점에 대해 설명해 달라.
A. (서도호)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면서도, 유불선과 무속이 바탕이 된 한국 문화 안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무의식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서구 사람들보다 강하게 느낀다. 미국 대학에서 진행된 한 실험을 예로 들며, 동양 학생들은 상대를 볼 때 눈에 보이는 모습 외에 고향이나 부모, 학벌까지 함께 인식하는 반면, 서양 학생들은 눈앞의 개인만 본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이런 무의식이 자연스럽게 작업에 반영돼 왔고, 이를 돌아보니 불교의 연기론 등과도 맞닿아 있어 큐레이터들이 전시를 구성하며 이런 연결성을 짚어낸 것 같다.
Q. (서울경제) 전시 중반 언급된 〈다리 프로젝트〉가 동시대성과 시대정신을 담고 있다고 했는데, 보도자료에는 서울과 뉴욕을 잇는 상상의 다리에서 출발했다고 돼 있다. 프로젝트의 의미를 자세히 설명해 달라. 다리 위에 짓는 집은 한옥인지, 뉴욕 집인지, 혹은 이를 결합한 형태인지 궁금하다.
A. (서도호) 뉴욕에 정착해 오래 살면서 서울을 오가는 거리가 멀다는 데서 착안해, 서울과 뉴욕 정중앙에 집을 지으면 양쪽 모두로 가는 거리가 절반으로 줄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서울과 뉴욕을 일직선으로 연결한 지점이 태평양 한가운데였고, 이후 결혼해 런던에 정착하면서 서울, 뉴욕, 런던 세 도시를 잇는 지점을 다시 계산한 결과 북극점 인근이 나왔다. 조사 과정에서 그 지역에 이미 원주민 공동체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들의 터전에 자신의 집을 짓고 다리를 놓는 것이 과거 유럽 열강의 식민지 개척과 개념적으로 닮아 있다는 데 죄책감을 느껴 인류학자들과 협업하고 현지 주민을 인터뷰하는 과정을 거쳤다. 영상 작업에는 서울·런던·뉴욕 각 집의 벽면 요소를 결합해 삼각형 형태의 공간을 만드는 등 여러 형태의 집이 제안됐만, 결국 남의 생활 터전에 집을 지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러 다리를 없애고 집이 공중에 뜨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실제 거주 가능한 집으로 한정 짓지 않고 열린 프로젝트로 접근하고 있으며, 이런 기조가 작업 전반에 깔려있다.
Q. (뉴시스) 아버지가 되면서 작업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은 것과 미래 세대에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A. (서도호) 저와 아버지의 관계는 이미 많이들 아실 거다. 다들 서양식 아파트를 선망하던 1960년대에 부모님은 거꾸로 전통 한옥을 지으셨다. 조선 마지막 대목장이 6년에 걸쳐 집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어린 시절 바로 옆에서 지켜본 게 부모님이 주신 큰 선물이었던 것 같다. 그 경험이 한국인으로서의 제 정체성을 건축적, 공간적으로 만들어줬고 이제는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나이가 들수록 강하게 느낀다. 전통이 살아남는다는 것도 결국 이렇게 점으로 연결되는 과정 같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이 책임감이 앞으로 내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