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K-heritage 이음의 선》 전시는 2026년 9월 1일 부터 6일까지 창덕궁 낙선재 일원에서 개최되었다. 이번 행사는 포르쉐가 후원했다. 국가유산청이 주최하고 창덕궁관리소, 한국헤리티지문화재단, 세이버스코리아가 주관한 이번 전시는 무형유산 전승자와 동시대 현대 미술가 48인이 참여해 궁궐 공간과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2023년 시작해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전시는 전통 공예의 보존을 넘어 현대 미술과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문화유산의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전시가 열린 낙선재, 석복헌, 수강재는 과거 왕실의 일상과 의례가 이루어지던 생활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이 낮은 처마와 마루, 창 너머의 뜰을 거닐며 궁궐의 건축적 아름다움과 예술 작품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참여 작가들은 전통을 단순히 과거의 형태 그대로 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재료를 다루는 장인의 숙련된 손길과 현대 작가의 새로운 시각이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었다.
미술사에서 말하는 '전통의 전승'이란 박물관 유리장 안에 과거의 물건을 멈춰 두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손에서 다른 사람의 손으로 기술과 정신이 건너가며 계속해서 변화하는 과정을 뜻한다. 즉, 전통은 고정된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의 삶과 만나 끊임없이 움직이는 현재진행형의 지식이다. 이번 전시 제목인 '이음의 선' 역시 과거와 현재라는 두 점을 곧게 이은 단순한 선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방향을 틀고 새로운 바탕을 만들어가는 움직임을 상징한다.


전시는 공간별 특성에 따라 세 가지 구성으로 진행했다.
낙선재에서는 오랫동안 이어진 손의 기술과 재료의 본질을 보여주는 작업 중심이다. 자수, 금박, 소목, 칠, 입사, 누비, 채상, 궁시, 장도 등 무형유산 전승자들의 대표 공예 작품을 소개했다.
석복헌은 전통 공예와 현대 공예, 사진과 회화를 함께 배치해 장르 간 경계를 느슨하게 풀었다.
수강재에서는 국내외 동시대 작가들의 회화 및 조각 작업을 더해 표현의 폭을 확장했다.
대한제국 말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궁궐이 본래 모습을 잃었던 역사적 기억 때문에 궁궐의 현대적 활용에는 늘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역사적 장소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오늘날의 예술적 쓰임을 덧입히는 방식을 취했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이나 영국 버킹엄 궁전이 고건축 공간에 현대 미술을 들여와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술관의 하얀 벽을 벗어난 현대 미술품은 옛 목조건축의 비례와 빛, 그림자를 만나 색다른 표정을 얻었다. 동시에 오랫동안 조명받지 못했던 궁궐의 기둥과 창호, 마루의 매력도 현대 작품과의 대비를 통해 새롭게 드러났다. 보존이 과거의 시간을 지키는 일이라면, 활용은 그 시간을 오늘로 이어가게 하는 일임을 이번 전시는 보여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