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9일 오후 창원 성산아트홀에서 2026 창원조각비엔날레 《공명장(Resonance Field)》 개막을 하루 앞두고 프레스 데이를 열었다. 비엔날레는 9월 30일부터 11월 15일까지 47일간 성산아트홀을 중심으로 창원의집·창원역사민속관, 진해역, 마산어시장에서 열린다. 세계 41개 도시·지역의 74개 팀(81명) 작가가 참여해 조각·설치 작품 200여 점을 선보인다.


한국인 조혜정과 중국인 장쥔(Jiang Jun)이 공동예술감독을 맡아 함께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는 두 감독이 공동 기획한 본전시 《공명장》과 조혜정 감독이 기획한 특별전 《조각 이전의 조각》, 장쥔 감독이 기획한 특별전 《창원조각아틀라스》 세 갈래로 구성됐다.


조혜정 감독

장쥔 감독


조혜정 감독은 전시 설명에서 이번 비엔날레의 핵심을 '공명은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이에서 시작된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전통 오방색에서 출발한 키비주얼의 색 띠가 하나로 섞이지 않고 각자의 색을 유지한 채 만나 또 다른 색을 만들어내듯, 서로 다른 신앙과 기억, 정체성이 한 도시 안에 공존하는 지금의 상황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날 알고리즘이 우리의 취향과 생각을 예측하고 묻기도 전에 답을 제시하면서, 정작 나와 다른 존재와 한 공간에 머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경험은 줄어들고 있다고 짚었다. 공명장이 말하는 공명이란 같아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들이 차이를 지닌 채 기꺼이 만나 서로의 개입으로 스스로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자리이다. 


출품작 위치와 키워드를 스크린 터치로 확인할 수 있다


성산아트홀 투어에서는 먼저 특별전 《창원조각아틀라스》 전시실을 둘러봤다. 장쥔 감독은 이 프로젝트가 2018년 팔레르모 아틀라스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소개하며, 전시장에 놓인 대형 지도형 스크린을 통해 창원 각 지역의 공공조각과 이번 비엔날레 출품작의 위치, 관련 키워드를 연결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스미나 요베트, 루이스 페르난드 폰스, 〈창원 핑퐁〉, 2026, 혼합재료, 마산 225.2×210.2×79cm, 창원 147.4×222×79cm


이어서 본 전시인 《공명장》으로 이동하여 스페인 작가 하스미나 요베트와 루이스 페르난데스 폰스의 〈창원 핑퐁〉 앞에서는, 창원의 서로 다른 지형과 정체성을 세 조각으로 분리되는 탁구대로 풀어낸 작품으로, 실제로 여러 명이 함께 탁구를 치며 작품을 통해 공동체를 다시 만들어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르나우트 믹, 〈다크 피트니스〉, 2025, 4채널 영상 설치, 45분 31초


아르나우트 믹의 영상 작품은 홀로 헬스장에서 운동하는 사람의 모습을 통해 고독이라는 주제를 다룬 작업이라고 소개하며, 앞선 작품이 공동체적 움직임을 보여줬다면 이 작품은 혼자만의 움직임을 보여준다고 대비해 설명했다. 


특별전이 있는 지하1층 전시장 입구


조혜정 감독은 《조각 이전의 조각》 전시장 입구에서 한국어·영어·중국어 세 가지 언어의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창원에 거주하는 이주민과 유학생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직접 참여해 제작한 오디오 가이드 제공을 소개했다.

잔왕,〈내부의 사각〉, 2025, 스테인리스 스틸, 100×107×187

이어 본전시 공간에서는 잔왕이 중국의 전통 괴석인 태호석을 스테인리스로 재현한 작품을 소개했다. 

신예진,〈응답 이전의 방〉, 2026, 복합매체, 가변설치


신예진 작가의 설치 작업은 원래 전시장이 아닌 곳을 일종의 실험실 같은 공간으로 연출해, 무엇이 자연이고 무엇이 인공인지 묻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한요한 작가의 영상 설치 작품을 소개했는데, '아직 울리지 않는 소리를 품고 있는 조각'이라는 설명과 함께, 비엔날레 개막에 앞서 창원 시민들이 참여해 함께 완성한 작품이 전시됐다. 작품에 쓰인 조롱박과 복숭아씨 악기는 아프리카 전통 악기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한다. 


영상 뒷쪽에 놓인 악기들

한요한, 박가인,〈창원을 봄〉이 앞에 설치되어 있고 뒤에는 백남준의 〈창원의 봄〉이 있다.


건물 외관에는 지역 서예가 윤영미와 중국 작가 리순이 협업한 한글 서예 작품 〈빛의 명문: 임진왜란의 비문〉도 눈길을 끌었다.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군 등자룡과 이순신 장군이 함께 지었다는 시를 윤영미 작가가 한글 서예로 쓰고, 리순 작가가 도시의 빛을 촬영한 사진을 결합해 서예의 형태를 다시 구현한 작업이라고 소개하며,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다른 두 작가의 협업 자체가 이번 비엔날레 주제인 '서로 다른 존재의 공명'을 잘 보여주는 작업이다.


리순, 윤영미, 〈빛의 명문: 임진왜란의 비문〉, 2026, 투명 건축용 필름 설치, 1600×730


투어는 이어 창원의집으로 이동했다. 입구를 들어가 좌측으로 가면 딩이의 〈성수비〉가 등장한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매끈한 표면 위로 하늘이 거울처럼 비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하늘, 구름, 땅, 관객이 작품 위로 비쳐지는 모습이 자연과 사람이 공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딩이, 〈성수비〉, 2026, 석비 위 디지털 부조, 140×240×15

마날 알도와얀, 〈내 말을 들어줘〉, 2026, 단조 황동, 160×120×35*3


마날 알도와얀의 입술 모양 조형물 〈내 말을 들어줘〉를 소개했다. 황동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관람객이 직접 두드려 소리를 낼 수 있다. 



조소흐, 〈…어디…〉, 20260, 실, 320×1500×600


창원의집 마루에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조소희 작가의 설치작 〈…어디…〉가 이어진다. 실이나 종이처럼 가볍고 흐트러지기 쉬운 물성으로 작업해 온 조소희 작가가 손으로 직접 그물을 떠서 만든 작품이며, 평소 감각하기 어려운 바람과 공기의 흐름을 그물이 흔들리는 모습으로 보여줌으로써 관람객이 공간 자체를 새롭게 인지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창원역사민속관 지하 전시장 전경


 창원역사민속관에서도 전시가 진행된다. 이어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김수자, 〈연역적 오브제-더그리드〉, 2026, 벽돌, 시멘트, 224×155×161*6


진해역에는 김수자의 〈연역적 오브제-더그리드〉 신작을 볼 수 있다. 기찻길의 수직적인 선로에서 영감을 받아 벽돌을 이용해 만든 입체 작품이다. 각 벽돌 기동은 서로 다른 크기의 벽돌로 제작되어 사용된 벽돌 수가 저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여러 국가의 작가들이 참여해 서로 다른 존재 사이의 관계성을 다각도에서 고찰한 작업을 조각이라는 매체를 통해 보여준다. 저마다 다른 시각적 언어의 문법을 구사하면서도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존중하며 공명한다는 점에서, '조각'이라는 장르와 조각품이 지닌 물성이 실제 공간에서 만났을 때 발생하는 감각을 폭넓게 둘러볼 수 있는 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