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 미술계에는 데이비드 호크니, 게오르그 바젤리츠, 구사마 야요이의 부고가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최근 3년 사이 박서보, 정상화, 곽덕준, 최병소 등 20세기 후반 한국미술사를 일군 작가들이 세상을 떠났다. 이들의 작고는 작품과 기록, 권리와 기억을 누가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호크니와 구사마는 그 답을 생전에 준비했다. 호크니는 2008년 재단을 설립했고, 재단은 8천 점이 넘는 작품과 스케치북, 서신 등을 보존하며 전시 대여와 연구·출판을 맡고 있다. 구사마 역시 생전에 재단과 미술관을 세웠다. 이들에게 사후 관리는 죽음과 함께 시작된 일이 아니라 생전에 설계된 장기 사업이다.
한국에도 박서보재단과 박서보미술관처럼 생전에 기반을 마련해 사후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그러나 상당한 자산을 가진 일부 작가의 모델을 모든 작가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재단과 미술관은 운영이 어렵고, 다수의 중견·원로 작가는 이를 감당할 자산이나 전문 인력을 갖추기 어렵다. 기존 갤러리가 작품을 소개하더라도 상업적 대리가 아카이브 보존과 권리 관리, 유족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도 없다.
더 취약한 쪽은, 꾸준히 작업해왔지만 시장과 제도권에서 그 작업세계와 작품이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작가들이다. 작가가 떠난 뒤 작업실의 작품과 드로잉, 편지, 사진, 전시 기록은 보관비와 공간 문제 앞에서 쉽게 흩어질 수 있다. 기초 목록조차 없다면 연구와 전시는 물론 진위와 소유 이력을 확인할 토대도 약해진다.
호크니와 구사마는 그 답을 생전에 준비했다. 호크니는 2008년 재단을 설립했고, 재단은 8천 점이 넘는 작품과 스케치북, 서신 등을 보존하며 전시 대여와 연구·출판을 맡고 있다. 구사마 역시 생전에 재단과 미술관을 세웠다. 이들에게 사후 관리는 죽음과 함께 시작된 일이 아니라 생전에 설계된 장기 사업이다.
한국에도 박서보재단과 박서보미술관처럼 생전에 기반을 마련해 사후로 이어진 사례가 있다. 그러나 상당한 자산을 가진 일부 작가의 모델을 모든 작가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재단과 미술관은 운영이 어렵고, 다수의 중견·원로 작가는 이를 감당할 자산이나 전문 인력을 갖추기 어렵다. 기존 갤러리가 작품을 소개하더라도 상업적 대리가 아카이브 보존과 권리 관리, 유족의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도 없다.
더 취약한 쪽은, 꾸준히 작업해왔지만 시장과 제도권에서 그 작업세계와 작품이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작가들이다. 작가가 떠난 뒤 작업실의 작품과 드로잉, 편지, 사진, 전시 기록은 보관비와 공간 문제 앞에서 쉽게 흩어질 수 있다. 기초 목록조차 없다면 연구와 전시는 물론 진위와 소유 이력을 확인할 토대도 약해진다.
AI 생성이미지미술시장은 작품만 거래하지 않는다. 작가와 제작 시기, 재료, 전시와 소장 이력, 권리관계를 증명하는 정보가 작품과 함께 거래된다. 이 정보가 정리되지 않으면 경매사와 갤러리는 가치 판단이 어려워지고, 구매자는 불확실성을 떠안는다. 관리체계를 갖춘 작가의 작품은 계속 연구되고 유통되는 반면, 기록을 잃은 작가는 좋은 작품을 남기고도 미술사와 시장 양쪽에서 사라질 수 있다. 예술유산 관리의 격차가 시장의 격차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국에 관련 공공기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지역 공립미술관, 공립 작가미술관이 근현대미술을 수집·연구하고, 예술경영지원센터도 원로작가 디지털 아카이브 사업을 운영한다. 그러나 이들은 선별된 작품과 자료의 수집·연구가 중심이다. 다수 작가의 생전 준비에서 사후 보관, 저작권, 상속과 유족 협의까지 이어지는 통합적 관리체계와는 역할이 다르다.
세제도 충분한 해법은 아니다. 미술품 물납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상속인이 작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게 하지만 상속 이후에야 작동한다. 사립미술관 소장품의 징수유예에는 공익법인 요건이 붙고 건물과 토지는 제외된다. 시장 가치가 높지 않은 작가의 유족에게는 상속세보다 당장의 분류·보관·보존 비용이 더 큰 부담일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모든 작가에게 개별 재단을 요구하는 일이 아니다. 기존 아카이브 사업을 확대해 작가가 생전에 작품 목록과 보관 위치, 저작권, 기증 의사와 사후 관리자를 정리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관리체계는 작고 이후의 유산을 수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로 작가가 생전에 작품 정보와 전시 이력을 직접 확인·정리해 향후 연구와 전시, 거래가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을 남기도록 하는 기반이 된다. 여러 작가와 유족이 함께 이용하는 공동 관리조직을 마련해 목록화, 임시 보관, 보존처리, 연구, 전시 대여와 권리 상담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소실 위험이 큰 작업실은 전문가 평가에 따라 주요 작품과 기록을 우선 보존할 수 있어야 한다.
예술유산은 유족에게 남겨진 재산인 동시에 사회가 축적한 문화적 기억이다. 이를 지키는 일은 특정 작가의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연구되고 전시되며 정당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신뢰의 기반을 남기는 일이다. 작가가 떠난 뒤에야 대책을 찾기보다 생전 준비, 공동 관리, 공공 지원과 세제 개선을 함께 설계할 논의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