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범 : Fantasia
2021.8.25–9.18
선화랑


 
정우범 작가는 수채화가 이다. 그는 수채화가 중 깊이 있고 몇 단계 더 높은 품격의 그림을 선보인다. 그럴 뿐만 아니라 상투적이고 진부한 소재들도 품격 있는 소재로 변화시키는 뛰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그리고 그의 수채화에는 물맛이 살아 있다. 수채화의 특성상 흐르고 번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특성을 그 이상 살리면서 물맛을 낸다. 물론 작가가 아르쉬 같은 수채화 용지를 사용하므로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용지를 푹 적시거나 빨아들이는 작업을 진행하면서 수채화에서 보일 수 있는 물맛의 깊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작가는 아크릴 안료를 함께 사용하는 작품을 출품했다. ‘판타지아’ 연작은 형형색색의 꽃이 소재가 되어 어딘지 모르게 꿈결에서 마주하는 유토피아와도 같은 화면들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고달픈 삶을 살아가는 대중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어 연작을 그려왔다. 현재 코로나 펜데믹으로 고통받는 현대인들에게 위로와 안식의 자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Fantasia>, 2019, 250x20cm (200), Aqua, acrylic, indiaink, arches canvas

2019년 작품 ‘Fantasia’는 먹색 바탕에 꽃이 드리워져 있는 작품으로, 작품 제목처럼 마치 꿈속의 꽃밭에 앉아서 꽃을 구경하는 타인이 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다채로운 꽃의 색감을 표현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실제가 아닌 자신의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기 위해 먹물을 사용했다. 크고 작은, 아름다운 꽃들이 캔버스에 총총 박혀 있어 시선을 압도시킨다.

 
<Fantasia>, 2021, 150x122cm (100), Aqua, acrylic, indiaink, arches canvas

2021년 작품 ‘Fantasia’는 2019년 작품과 다르게 시각적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작가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라고 메시지를 먹색 바탕에 메시지를 적어 놓았다. 이러한 메시지는 그림과 함께 해석해보면, 아름다운 꽃밭에서 함께 웃으면서 놀던 우리의 시절이 가고, 현재 코로나 펜데믹 시기로 인해 소통할 수 없는 관람자의 설움을 읽어내는 듯하다. 이에 관람자는 작품을 감상할 때 메시지가 주는 의미를 상기시키면서 작품에 도달할 수 있게 된다.

 
전시장 전경

김승주 rami101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