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율: 라이언 갠더>
2021.06.24 - 9.17
스페이스K 서울
집 가까운곳에 좋아하는 취향의 전시를 하는 전시공간이 있다는건 좋다. 전시를 관람하러 방문하는 내 마음과 발걸음이 한없이 가볍기 때문이다. 비가 많이 오는날 라이언 갠더의 개인전을 보러 마곡으로 갔다.
라이언 갠더전을 보러가기로 마음먹은 건 잠들어 있는 고양이의 전시포스터가 한몫 단단히 했다.
리이언 갠더
영국에서 태어나 맨체스터와 암스테르담에서 인터랙티브 미술관 순수 미술을 전공하였다. 2011년 베니스 비엔날레와 이듬해 카셀도큐멘타에서 잇단 주목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시각적 형식과 내용을 다채롭게 선보여온 그는 오늘날 개념 미술을 주도하는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퐁피두 센터와 테이트 미술관을 비롯하여 뉴욕 현대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구겨진 편지를 전시장 바닥에 연출한 <젊은 작가에게(Letter to a young artist)>는 여덟 살 시절의 자신을 젊은 예술가로 상정하여 써 내려간 편지를 관람객과 공유한다. 유년 시절의 기억과 상실감을 주제로 한 이 작품들처럼 현실을 벗어나 상상의 영역으로 관람객을 이끌기 위해 갠더는 우연과 사고의 속성을 유머와 위트에 결합한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지폐를 구겨 넣어진 쥐구멍이 보인다. 지폐가 움직이기에 쥐가 나올 줄 알고 한참을 구멍을 쳐다보았는데 기다려도 쥐가 나오지 않아서 포기하고 사이드 벽면으로 갔는데 쥐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며 유창한 영어로 말을 하고 있었다.
페이크인가 하면서 웃음이 났다.

<난 다시는 뉴욕에 가지 않을거야(I`m never coming back to New York)>에서는 쥐가 파먹은 듯한 갤러리 벽의 구멍에 20파운드짜리 지폐를 구겨넣어 미술계에 만연한 엘리트주의와 속물주의를 비판하고 있다고 한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의자들이 넘어져있고 눈이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처음엔 뭔가 싶어서 한참을 쳐다보았다.
작가는 의자에 쌓여있는 눈을 모래시계 속 모래처럼 시간의 흐름을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기호로써 이용하였다. 전시제목 <변화율(The Rates of Change)>은 이러한 자신의 작품에 시간적 소성을 부여하려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있다.

<몇 인치의 눈이 쌓인, 뒤집힌 브로이어 의자(Up ended Breuer chair after several inches of snowfall)>와 <눈 내린 오후 뒤집힌 르 코르뷔지에 의자(Up turned Le Corbusier chair following an afternoon of snowfall)>에는 디자인사에 남다른 의미를 갖는 유명의자를 등장시켜 그 위에 쌓인 눈을 연출한다.
이렇게 이야기꾼으로서 갠더의 재주는 고양이와 좌대가 등장한다.





살아 숨 쉬는 듯한 고양이와 흰색 좌대가 작품의 전부이다. 작가는 본래 다른 작품이 놓였던 좌대 위에 기계 모형 고양이를 배치하고 모든 좌대의 출처와 고양이 이름을 작품의 제목에서 서술형으로 길게 풀어내었다. 길고양이 로티와 타이거, 삭스, 스모키가 각각 에바 헤세와 수잔 힐러, 브루스 맥클린, 조나단 몽크 와 같은 현대의 주요 조각가의 논쟁적인 작품들이 놓였던 좌대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 고양이는 재미있는 존재입니다. 보편적인 지표 또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고양이에 관한 신화와 역사, 문화를 살펴보면 그 범위가 아주 넓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만나는 작품 속 고양이들은 시소의 한가운데 앉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소의 양쪽에는 현실과 가상, 그리고 예술관 현실이 놓여있습니다.'
<라이언갠더: 변화율>은 스페이스K 서울에서 9월 17일까지 만나 볼 수 있다.
편집부 | 주애, 정윤
전시장 사진: 주애
<구겨진 편지>이미지와 참고 자료: 스페이스K 보도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