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진 카이젠 : 이별의 공동체
2021.7.29-9.26
아트선재센터

전시장 전경
‘코리안 디아스포라’ 그리고 ‘여성’
제인 진 카이젠 이라는 사람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제주에서 출생한 카이젠은 생후 3개월 만에 덴마크로 입양되었는데 무의식 속에 버려짐에 대한 상실이 제주를 비롯해 한반도의 근현대사를 공명하고 페미니즘의 관점과 얽힌 채 작품으로 등장한다. 카이젠은 개인적인 경험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이에 관한 시선을 확장시켜 집단적인 서사와 결부시켰다. 일제 지배 하의 강제징용, 한국전쟁, 스탈린 치하의 고려인 강제이주 등으로 생겨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여전히 주목받지 못한 채 이별의 공동체로서 비극적 서사를 안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역사적 사건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젠더 차별과 사회적 소외가 전쟁과 이주 속에서 공동체가 해체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별의 공동체, 3채널 영상 설치(1/3), 4K, 컬러, 사운드, 2분 58초, 가변 크기, 2019
태어나자마자 여자라는 이유로 버려진 바리데기 공주 이야기는 그녀의 서사와 너무나 닮아있다. 검은 용암석과 짙푸른 물의 제주 바다를 풍경을 부감으로 찍은 영상은 내레이션과 함께 진행된다. 한국 무속의 기원이 담긴 신화를 차용하여 상실의 상징이자 회복과 치유, 타자성의 초월적 가능성을 반영한다. 바리공주는 나중에 무당이 되어 서로 다른 것과 연결하는 역할과 동시에 다른 사람을 치유하고 구원하는 사람이 되는데, 바로 카이젠이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바리와 같은 존재로서 자리하기 때문이다.

전시장 전경

이별의 공동체, 3채널 영상 설치(3/3), 4K, 컬러, 사운드, 72분 13초, 가변 크기, 2019
전시 제목이자 영상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이별의 공동체’는 프로젝션 스크린 분할과 설치로 구성된 채 하늘로부터 땅과 바다, 사람으로의 연결 그리고 원경으로부터 근경의 서사로 진입해 가는 여정을 지난다. DMZ, 제주도, 서울, 북한,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독일, 미국 등에서 만난 디아스포라의 여성들이 겪어온 여러 시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소리를 내고 제주 4·3학살의 생존자 무당 고순안의 제의 장면이 후렴에 교차적으로 등장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별의 공동체’는 그 이름과는 다르게 공동체 구성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산 자와 죽은 자를 결합하여 상실과 회복, 치유의 공동체로 소환하는 하나의 제의적 리듬으로 영상을 구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인 진 카이젠 & 거스톤 손딘-퀑, 달의 당김, 오크 라이트 박스에 사진 6점, 각 103x153x11cm, 2020

제인 진 카이젠 & 거스톤 손딘-퀑, 달의 당김, 오크 라이트 박스에 사진 6점, 각 103x153x11cm, 2020
조수의 경계에서 용암석 위에 올려진 것들은 황동그릇, 과일, 쌀 등 제주의 해녀들이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바다로 던진 제물과 하얀 명실 가닥이다. <달의 당김>은 밀물에 드러나고 썰물에 가려지는 바닷가 조수 웅덩이에 각종 사물들을 올려 촬영한 이미지로 바위 위에 실금처럼 얹힌 흰 명실은 <땋기와 그치기>에서 하나의 실타래 같은 머리카락의 매듭으로 이어진다.

땋기와 고치기, 2채널 비디오 설치, 4K, 흑백, 사운드, 6분 3초, 반복 재생, 2020
둥글게 원을 이루며 앉아있는 여성들은 각자 여러 세대를 아우른다. 그녀들은 서로의 머리카락을 만지고 다듬고 땋아주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서로를 연결하고 봉합하는 위로의 공동체는 바로 소외된 것들로 존속되던 그녀들의 혼연일체와 서로의 보살핌 속에서 형성되는 것임을 암시하는 듯하다.
작가는 자신의 고향 제주의 자연과 수년간의 제주 샤머니즘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억압받고 소외된 공동체의 목소리와 그들과 관련된 역사적 사건들의 이미지를 병치함으로써 사건에 대한 다각적인 시점과 복수적인 화법을 미학적 형식으로 확보하는 작업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그녀의 시적인 페미니스트 작업을 통해 광범위한 역사의 장을 횡단하며 소외된 장소와 사람, 사건에 대해 똑바로 마주하고 이야기한다. 나아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작가의 대안적 공동체의 가능성과 그 경로를 탐색하는 여정에 동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안채원 chaewon63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