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완: 사람 얼룩
2021.08.27-09.15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일기 예보가 수시로 바뀌고, 비가 예고없이 내리다 그친 날들 중이었다. 경복궁역으로부터 출발하는 경복궁 오른편의 동네 큰 길에는 무궁화가 피었다. 나무마다 담당하는 주민이 적혀 있는게 인상적이었는데 나무 자체가 많이 줄었다. 꽤 오래 보는데도 서울치고 변화가 없는 동네다 싶었는데, 변화하지 않는 도시는 없다.
사람도 그렇다. 오래전 학생일적 들었던 인간발달 관련 수업에서 교수는 '3프로' 라고 말했다. 다 자란 사람이 후천적으로 변화가능한 최대치를 3퍼센트로 본다고. 나라는 사람 전체 중 3퍼센트가 내 노력을 최대한 발휘했을 때 변화할 수 있는 범위. 그런 이론을 바탕에 두고 생각하면, 변화를 주고자하는 사람들은 고작 3퍼센트 이하의 변화를 위해 얼마나 치열하게 노력해야하는가 싶다. 습기 때문인지 어쩐지 감성적이 되는 것 같다.

(사진)OCTOPUS호 여신상, 2021

(사진)을지로 이탈리아 요리사, 2021
작가 박노완의 전시에 들어서자마자 나이를 느꼈다기 보다는 (나갈 때야 되서 알았지만) 실제로 작가가 전시장에 있었고, 전시서문 내용을 읽고서 젊은 작가 전시이구나 했다. 스마트폰으로 찍어둔 풍경을 작은 종이에 수채화로 옮겨 그리기 시작했던 것이 오늘의 작업을 만들었다는 설명. 사진이 회화로 바뀌는 과정에서 실물을 보고 그렸다기 보다는, 한 번 편집된 작가의 눈으로 본 세상을 다시 한 번 회화라는 도구로 편집한. 극단적인 작가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다. 방식 자체는 꼭 회화가 아니어도 요즘을 사는 많은 작가들이 사용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폰이란 대중적인 도구, 리플릿에 적힌대로 그가 찍는 주변의 '어딘가 모자라고 어설퍼 보이는 대상'. 그래서 관객은 쉽게 공감하고 작품에 몰입해버려, 그 안에서 내 삶을 보게했다.

(사진)옷을 입은 마네킹/생각 없는 개/지하철 타일 벽화/사료봉투/묶은 비닐봉투/수박과 방울토마토, 2021

(사진)생각 없는 개, 2021

(사진)사료봉투, 2021
화면을 보고, 소개된 재료를 읽고나서 화면을 다시봤다. 수채화는 보통 투명한 색감을 상징하기 마련인데, 여기에 아라비아 고무를 섞어서 뿌옇게 불투명해졌다. 멀리서 보면 어릴 때 쓰던 크레파스 같기도 하다. 고르지 않고 얼룩덜룩해보이는 표현때문인지도 모른다. 섬세하지 않고 낙서한 듯 빠르게 그려나간 외곽 선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다만 자유롭게 그려진, 자세히 보면 뭔지 알 것도 같은 일상의 대상들이라 보는 눈이 편안하고 또 그렇게 웃음도 지어진다. 심각하지 않은데 가까이보면 또 심각한,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도 든다. 작가가 정말 그런 심각한 의미를 부여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진)무제, 2021
작가는 학부를 졸업하기 전까지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했다. 잘 그리는 것에 천착한 유화를 다루던 그의 3퍼센트의 변화는 어디까지일까. 수채화+아라비아 검으로 그려진 회화일까, 사실적으로 그리던 것을 각진 선 하나 없는 드로잉으로 바꾼 것까지일까, 혹은 그 넘어 어딘가일까. 사실 3퍼센트를 말하자면 그 사람이라는 100퍼센트를 다 알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그게 0.3퍼센트인지 3퍼센트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도 모르는 누군가의 100퍼센트라니. 그래서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하는가. 세상의 변화를 추구하는 수많은 모두를 응원해본다. 매일 같은 것들만 보고 같은 일들만 해도, 3퍼센트의 변화가 우리를 우리가 아직 모르는 더 멀리 데려가주길.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