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니페리 개인전: 빈랑시스檳榔西施
2021.12.9.(thu)-2022.1.8(sat)
씨알콜렉티브




포스터



2021년 CR 신진작가로 무니페리가 선정되었다. 이번 전시가 국내 두 번째 개인전인 무니페리는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활동 중이며 앞선 작품들에서는 비거니즘과 페미니즘의 교차점을 탐구한 바 있다. 

씨알콜렉티브에서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대만의 빈랑시스(檳榔西施)를 중심으로 ‘더러움’ ‘오염’ 에 대해 말한다. 빈랑(betelnut)은 대만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 열매로 각성 효과와 약간의 환각 효과를 갖는다. 이 때문에 장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노동자를 중심으로 도로에서 판매되었으며 이 빈랑 열매를 파는 여성들을 빈랑시스라 불렀다. 작품에 등장하는 빈랑 농부의 말을 빌리자면 판매를 위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빈랑시스들은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곤 하는데, 이 때문에 빈랑시스는 일반 열매 상인과 성노동자의 경계에 서 있다. 




빈랑시스 챕터 1과 2, 3채널 영상_4k, 8mm/16mm, VHS, 스테레오 사운드, 26:30, 2021



전시장에 들어서면 3개의 큰 스크린을 마주하게 된다. 메인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빈랑시스 챕터 1, 2>(2021)이다. 챕터 1은 독특하게도 판소리로 진행된다. 소리꾼과 가야금 연주자 2인으로 구성된 이 무대는 “쓰레기가 뭐 어때서요?” 하며 ‘추락한 존재’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세 스크린은 서로 연관되는 이미지를 내보내고 있으나 그 각도와 자막이 서로 달라 눈을 바쁘게 움직이게 된다.그러나 이 노래의 가사를 아무리 잘 듣고 읽어보아도 이 ‘추락한 존재’를 특정할 수 없다. 누구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추락한 존재’는 깨끗함/더러움, 긍정적/부정적 과 같은 이분법적 틀에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의 머리말과도 같이 느껴진다. 




빈랑시스 챕터 1과 2, 3채널 영상_4k, 8mm/16mm, VHS, 스테레오 사운드, 26:30, 2021  



챕터2는 빈랑 농부와 그 공장, 그리고 빈랑시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빈랑 수확장에서 빈랑들을 기계에 차곡차곡 쌓여 움직이고 농부는 편안한 일상 노동복을 입고 있다. 카메라가 농부에게 빈랑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물었고, 농부는 빈랑과 구강암을 연결지었던 과거, 그리고 정부의 규제와 정책이 씌운 ‘더러움’을 이야기 한다. 빈랑시스에 대한 의견을 묻자 판매를 위한 패키지 정도이며 우리는 그런 것을 잘 모른다며 대답을 뭉뚱그리지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대로변에서 장사를 하는 빈랑시스들이 빈랑의 가치와 이미지를 격하시키는 불온한 존재로 보인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빈랑시스 챕터 1과 2, 3채널 영상_4k, 8mm/16mm, VHS, 스테레오 사운드, 26:30, 2021   


농부의 이야기가 끝이 나고, 카메라는 대만의 Baby Betelnut 이라는 빈랑 가게로 옮겨간다. 대로변에 위치한 이 가게에서 노출이 많은, 자극적인 옷을 입고 빈랑을 판매하는 여성들을 만난다. 이들은 빈랑시스라는 직업과 이 직업을 통해 얻은 것들을 담담하고 긍정적인 투로 말하며, 혹 타인/사회가 이 직업을 불온하게 보더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인터뷰가 끝나고 두 여성은 분장을 한채 노래를 부르다 푸른 구멍으로 사라져버린다. 챕터1의 판소리로부터 농부, 빈랑시스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작가는 옳고 그름으로 누군가를 판단하려 하지 않고 단지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그는 두 빈랑시스가 시공간이 파괴되는 푸른 구멍(포털)을 통해 어딘가로 간 것처럼 위/아래, 긍정/부정, 성공/실패와 같은 이분법을 택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