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승려 장인
2021.12.7.-2022.3.6.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포스터



조선시대 불교미술을 조성한 승려 장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살펴보는 대규모 특별전이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로 불교가 쇠퇴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임진왜란(1592~1598) 이후 조선 후기 불교미술은 활발히 제작되었으며 현재 전국의 사찰에 전해오는 수많은 불상과 불화가 이 시기 제작된 것이다. 

이번 특별전에 출품되는 유물은 총 145건으로 국내외 27개 기관의 협조를 받았다. 이 중 조각승 단응이 1684년(숙종 10) 제작한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은 이번 전시를 위해 337년 만에 처음으로 사찰 밖으로 나온 것이라 한다.




<손으로부터>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 전경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된다. 제1부 ‘승려 장인은 누구인가’ 에서는 일반 장인과 구별되는 승려 장인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공동으로 불상과 불화를 제작하였다는 것이 조선 불교미술이 갖는 특징이다. 또한 승려 장인은 수행승이자 예술가로, 전시 도입부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장 줄리앙 푸스의 <손으로부터> 영상에서 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시대 승려 장인의 정체성으로부터 그 역사, 이웃 나라와의 연결까지 아우르는 1부에서는 불상, 불화를 비롯해 화기와 발원문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다. 




‘화승의 스튜디오’ 전경




통도사 팔상도 전시 전경



제2부 ‘불상과 불화를 만든 공간’ 에서는 승려 장인의 스튜디오를 엿볼 수 있다. 크게 ‘화승의 스튜디오’와 ‘조각승의 스튜디오’를 연출하였는데, 이를 통해 승려 장인의 작업과정에 대한 이해를 얻을 수 있다. 특히 1775년(영조 51) 제작된 <통도사 팔상도> 4점이 초본과 나란히 전시되어 있는데, 스케치에서 완성본으로 가는 변화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새로운 불상에 대한 수요가 줄어듦에 따라 불상을 수리하고 표면에 금을 다시 입히는 중수 작업, 그리고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한 명부전과 그곳의 동자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단응,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과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1684)




‘그들이 꿈꾼 세계’ 전경



제3부 ‘그들이 꿈꾼 세계’는 이 전시의 핵심 부분이라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조각승과 화승의 주요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조각승 단응의 <용문사 목각아미타여래설법상>(1684)와 화승 의겸의 <해인사 영산회상도>(1729), 화승 신겸의 <고운사 사십이수관음보살도>(1828)이 그 일부이다.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 전경




<염불서승도>, 김홍도, 조선19세기 초, 모사에 엷은 색,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



마지막 제4부 ‘승려 장인을 기억하며’는 조선 후기 작품들과 함께 설치미술가 빠키(vakki)의 ‘승려 장인 새로운 길을 걷다’를 함께 전시한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 미래로 나아가는 불교미술의 새로운 면모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을 지나 전시를 나가는 길에 만나게 되는 짧은 글과 서방정토로 오르는 승려의 뒷모습을 그린 <일불서승도>는 전시의 내용을 다시 한번 곱씹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조선 후기의 불교미술을 보여주는 자리였지만, 단순한 유물 전시가 아닌 곳곳에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하여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가 설치되었다. 앞서 언급한 <손으로부터>는 전시장에 입장하는 순간 전시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언뜻 유물처럼 보일 정도로 공간과 어우러지는 삽화와 짧은 글은 전시 중간중간 생각을 정리하게끔 해준다. 화승의 스튜디오의 유물 사이에 설치된 모니터와 작품을 더욱 상세히 볼 수 있는 터치스크린 등은 작품의 이해를 돕고 전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면서도 결코 튀지 않는다.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불교미술을 보다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한 시도가 돋보이는 전시이다. 

황수현 vmflxlzhzh1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