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전경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2021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전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를 12월 14일부터 2022년 3월 20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과 주한 네덜란드 대사관의 협력으로 진행되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의 국내 최대 전시이다. 어윈 올라프는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세계적인 동시대 사진작가이다. 그의 사진은 사회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본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담아내며 촬영의 피사체인 등장인물부터 스튜디오 배경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상황을 ‘감독’으로서 연출하는 특징을 지닌다.

이번 전시 제목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는 급변하는 시대와 그 안에 살고 있는 인간의 모습을 정교한 스튜디오 연출과 실외 촬영으로 포착해 내는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작품 형식에서 착안했다. 최근에는 작가가 직접 사진의 피사체로 등장하여 코로나19로 혼란에 빠진 전 세계인의 심경을 대변하기도 했다. 어윈 올라프의 사진은 매우 정적인 완벽한 순간으로 포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가능한 모든 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전달하기 위한 그의 치열한 고민이 숨어있다.




박현진 학예사가 전시를 설명하고 있다



개최를 앞두고 12월 14일 오전 10시 30분,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기자간담회는 전시 투어와 어윈 올라프와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되었으며 전시투어는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현진 학예사가 진행했다.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작가의 40여 년간의 작품 활동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인 라익스 뮤지엄(Rijksmuseum)에서 2019년에 진행했던 <12인의 거장과 어윈 올라프 전> 작품을 포함해 총 11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 전경



먼저 전시장에 들어서면 특별섹션 ‘12인의 거장과 어윈 올라프’를 만나볼 수 있다. 201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인 라익스 뮤지엄에서 개최됐던 《12인의 거장과 어윈 올라프》 전시를 소개하는 섹션이다. 어릴 때부터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에 전시된 회화를 감상하며 풍부한 영감을 얻은 올라프는 이 미술관에 사진과 영상 작품 500점을 기증했다. 이 전시에서는 올라프가 기증한 사진 작품 중 12점을 네덜란드 거장 렘브란트와 한스 볼론기르 등의 명작 회화 작품과 나란히 전시해 어윈 올라프의 작업과정과 각 회화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 그리고 그가 받은 영감에 대해 보여준다.





어윈 올라프, Annoyed, 2005



1부 ‘순간: 서사적 연출’에서는 어윈 올라프가 철저한 배경 연출을 통해 인간의 극적인 감정을 서사적으로 연출한 2000년대 작품들을 소개한다. 그중 인간 존재의 연약함은 그의 작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주제이다. <Annoyed>, ‘짜증나는‘이라는 뜻의 작품의 제목은 한 건물 안에 간호사, 세입자, 여자 세 인물이 층간소음으로 고통 받는 모습을 세 영상을 통해 보여준다. 이들은 서로 피해자이지만 이를 인지하지 않고 서로를 가해자라고 생각하며 본인들이 소음을 없앨 수 있는 최대한의 행동을 한다. 이후 소음이 멈춘 뒤 평화로움을 되찾지만 작가는 작품을 통해 인간들이 살고 있는 건물에서 그 안에 느껴지는 고독함을 담고자 했다.




어윈 올라프, Rain, 2004



<Rain>은 작가가 감정을 담아내는 첫 번째 시리즈이다. 1950-60년대 사회가 번성한 미국을 배경으로 작품을 제작했으며 아메리칸 드림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작품 속 인물들의 표정은 어두우며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당시 미국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변화하지만 그 과정에서의 소통의 단절을 보여주며 이로 인한 고립감, 내면에 느껴지는 공허함, 인간의 외로움  등을 느낄 수 있다.




어윈 올라프, 만우절, 2020



최근작인 <만우절 April Fool>은 코로나라는 복합적인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드러나게 되는 인간의 나약함을 암시하고 있다. 마트의 선반이 비어 있고 주차장에 차가 없는 등 공허한 모습을 통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믿을 수 없는 것들을 보여준다. 작품에는 작가가 직접 출연하여 현실을 대변하는 이미지로서 ‘진짜 세계’라는 착각을 강화한다. 




(왼)어윈 올라프, 초상화1, 2012 / 프리메이슨의 집회소, 다렘, 2012




어윈 올라프, 카루셀 설치, 2012



2부 ‘도시: 판타지 사이’는 2010년대부터 오윈 올라프가 실제 존재하는 도시를 배경으로 연작들을 제작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이 시기부터 그의 작품에서 현시로가 예술적 허구 사이의 경계는 더욱 느슨해진다. <베를린 Berlin>, <상하이 Shanghai>, <팜스프링스 Palm Springs> 3부작 시리즈는 실내 촬영이 아닌 현지 촬영을 통해 화려한 겉모습이 감싸고 있는 각 도시의 현재성을 은유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전시 전경



전시 전경



<베를린> 연작에서는 어린아이들이 수트를 입고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어린아이와 성인의 역할을 교체함으로서 성인이 하지 못했던 변화를 적응, 인지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모습보다는 아이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어른은 그 지위를 상실함을 보여준다. 또한 <카루셀 설치> 설치 작업을 통해 삐에로 형상을 하고 눈이 가려져 무릎을 꿇은 어른을 수트를 입은 아이들이 둘러싼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또한 어른이 지위를 상실하고 아이들이 지위를 갖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어윈 올라프, 호수에서, 2020




어윈 올라프, 폭포에서, 2020




전시 전경



마지막 섹션인 3부 ‘고전: 현대적 초월’은 어윈 올라프의 가장 최신작을 선보인다. 과거와 현재의 시공간을 사진이라는 매개를 통해 사실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세계로 창조해내는 탁월한 작가의 현대적 해석을 엿볼 수 있다. 작품들은 자연을 배경으로 현실을 초월한 모습을 담는다. 특별섹션에서는 17세기 네덜란드 명작에서 영감을 받았다면 최근 작가는 19세기 낭만주의에서 영향을 받아 현대의 가장 큰 논쟁거리 중 하나인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에 불완전한 세계를 대입하여 매우 완전한 순간으로 표출한다. 전혀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공간들을 찾아 실제 인물들을 자리에 세워 촬영했다. 사진 속 인물들은 광활한 자연을 인식하기보다는 헤드폰을 끼고 있거나 명품 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인간들이 자신을 자연보다 위의 존재라고 느끼지만 자연 앞에서 인간은 작고 나약하다는 모습을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오만함을 말하고자 했다.




미디어룸 전시 전경



미디어룸에는 앞선 작품들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작가가 디렉팅하고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관람객이 작품을 보다 친밀하게 느끼고 전시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메이킹 영상을 만나볼 수 있다.




질의응답 모습



전시 투어가 끝난 뒤 어윈 올라프와의 질의응답이 온라인 줌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은 질의응답 중 일부이다.

Q. 작가의 작품이 인상 깊었다. 작가가 보는 오늘날 사회 인간들의 모습이 궁금하다. 또한 사진을 디테일하게 작업하는데 인물들의 자연스러운 순간을 포착하는 것보다 디테일을 포착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광범위한 질문이다. 인간이 하나하나 보기에는 좋은 사람들이나 줌해서 내부를 보면 굉장히 소통이 많이 단절되어 있고 슬픔도 많다. 개인적인 관계가 될 수도 있고 사랑도 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작품을 통해 좀 더 눈여겨보고 싶었던 것은 전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 내부, 사람 안에 있는 사람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감정, 슬픔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또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가진 상상력을 조망하고 싶었다. 상상력을 재현하는 작품들을 많이 하고 있고 내가 작업하는 사진뿐만 아니라 춤 회화, 음악과 같은 미디어로도 표현이 가능하다. 난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통해 머릿속 상상력 세계를 허구이지만 재현하고, 현실과 맞물리게 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감정을 사진에 담아낸다는 것을 과정으로 봤을 때 기록하고 모델에 전달하는 과정이 있다. 감정이라는 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연구하는지, 그리고 모델과 스텝들에게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는지 구체적 예시가 있는가?

A. 감정에 대한 유일한 연구라면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하철 거리, 영화관, 식당 등 주변에서 바라볼 수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 중 가장 즐겨찾는 장소는 내가 가는 식당이다.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의 깊게 관찰한다. 지하철이나 광장에서 항상 사람들을 보며 외관, 옷, 패션, 감정, 서로 간 소통하는 소통 방법, 문신이나 귀걸이와 같이 스스로를 꾸미는 방법, 사람들 간 물리적인 거리도 유의 깊게 본다. 사람들이 어떻게 소통하는지 언어적 부분뿐만 아니라 신체적 부분도 관찰한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다.
흔히 모델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모델은 수동적인 이미지가 연상이 되기 때문에 능동적인 의미로 연기자, 액터라고 부른다. 사진 작업을 할 때 머리, 옷, 메이크업 등 중요한 부분들이 많지만 액터의 눈빛을 통해 어떻게 메시지가 전달되는지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비>, <희망> 시리즈는 사람들의 행동과 반응을 보는 작품이었다. 액터들에게 좋은 뉴스가 될 수도 있고 안 좋은 뉴스일 수도 있지만 뉴스를 들었다는 상상을 하라고 전달했다. 그리고 그것을 액터가 듣고 연기를 했다.


Q. 코로나 상황에서 작품 활동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알고 싶다.

A. <만우절> 시리즈는 팬데믹 초기에 만든 작품이다. 아시아에서 지내다 유럽으로 돌아와서 팬데믹에 관한 많은 뉴스를 팔로우업했다. 그리고 마트에 갔는데 마트에서 사람들이 패닉한 모습을 보고 많이 두려웠다. 폐가 좋지 않아 건강 문제도 있었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내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에게는 사진이 매개체였기 때문에 이를 통해 상황을 표현해냈다.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모든 사람, 인간들이 바보같고 자만심으로 가득한 존재라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세계를 정복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작은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전 세계가 스탑되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자만하지 않았나?‘와 같은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다.


Q. 이번 전시가 국내 최대 규모인데 소감과 관람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A. 우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실제로 한국에 가지 못해서 슬프다. 원격으로 전시가 설치된 모습을 봤는데 미술관이 디자인 등 아름답게 준비했기에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했다. 전시 작품들을 보니 내 머릿속을 관람객이 여행할 수 있는 전시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큰 규모로 하고 있는데 아시아에서도 최대 규모이다.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한다. 대상이 되고 있는 감정들이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도 느낄 수 있는 감정이기에 감정을 이미지를 통해 전달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거대한 메시지라고 할 순 없지만 <만우절>, <숲> 등 현재 살고 있는 현대 시대에 대한 메시지기에 나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우리들이 결코 자만해선 안 되고 자연을 사랑하고 보존해야만 우리도 생존할 수 있다. 정치적인 메시지가 될 수 있지만 어쨌든 사람들의 소통 단절되어 있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길 희망하며 이런 부분에 대해 조명하고 싶었다.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전시장을 들어갈 때와 다르게 나올 때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또한 수많은 작품들과 여러분들이 작품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


김지수 acupofmojit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