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형 개인전

전시 기간 : 2021.12.15-12.27
전시 장소 : 갤러리민정 galleryminjung.com
관람 시간 : 10:00–18:00(화, 목, 금, 토, 일요일)
14:00-20:00(수요일)
*월요일 휴관
*점심시간 1시-2시



이상형, <엄마의 이름으로 For the name of mother>, 2016



  2021년 개관한 갤러리민정은 지난 9월, 《김선현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장르의 예술작품을 소개해왔다. 벌써 9번의 개인전을 맞이한 갤러리민정에서는 12월 15일부터 27일까지  이상형 작가의 개인전이 진행 중이다.




전시전경




전시전경




전시전경


 먼저, 전시장 안에 들어서면 우리는 기괴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물들이 화려한 색채를 자랑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림들에는 반전 요소가 존재한다. 멀리서 봤을 때 유화나 아크릴화라고 생각했던 작가의 그림은 자세히 살펴볼수록 빛을 받는 표면이 반들반들하다거나 반사되는 부분을 찾아보기 힘들다. 캡션을 보니 모두 ‘장지에 석채'. 사실 동양화 재료로 이렇게 물감 층을 쌓고 다채로운 색을 내는 작가들은 드물다. 작가가 이러한 방식을 고수해온 이유에는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일본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이력이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석채를 사용함으로써 작품이 마치 캔버스 안에서 빛을 내뿜는 것처럼 여겨지는 효과를 드러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관람자가 이상형 작가의 작품에 더욱 집중하게끔 만들어준다.

  작가의 작품에 나타나는 주제를 키워드로 나열하자면, ‘여성, 생명력, SF'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동양화에 ’SF‘라니,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는 작가의 캡션에 노골적으로 등장하는 부분이다. <너무도 sf적인 2>와 같이 말이다. 마름모 안에 갇힌 기이한 형상은 꽃, 또는 신체의 일부이거나 SF에 출현할 것 같은 새로운 생명체의 형상을 띠고 있다. 또한 수정란 안에서 생명이 움트는 모습을 포착한 듯한 <신세대>는 말 그대로 새로운 세대의 출현을 연상시킨다. 2021년 작품인 <인류세>의 경우 이러한 설정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대홍수로 인해 물에 가라앉은 2080년을 그리고 있다. 물에 반사되는 대상들. 잠겨가는 섬들과 위로 뻗은 손만 남겨진 자유의 여신상은 이러한 주제를 뒷받침해준다. 하지만 작가는 이 대홍수의 재난을 밝고 화려한 색채로 표현하였는데, 우리에게 도래한 경고를 아직 인류가 끝나지 않았으며,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상형, <인류세 Anthropocene>, 장지에 석채, 2021




이상형, <신세대 New generation>, 장지에 석채, 2014




이상형, <너무도 sf적인 2>, 장지에 석채, 2021



  다음으로, 작가의 작품에서 ‘여성’과 ‘생명력’이 두드러지게 드러난 작품은 꽃이나 과일을 그린 작품들이다. 귤의 단면을 그린 <아니마>는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운 칼 구스타브 융(1875-1961)이 명명한 용어로, 남성의 무의식 속에 있는 여성적 요소를 뜻한다. 여성의 신체 혹은 생식기와 닮아 있는 단면은 무의식 속에 내재한 여성성과 생명력을 의미하며, ‘아니마’라는 단어의 의미를 그대로 해석했을 때, 귤의 겉 표면은 남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지만 결국 그림에서 남성과 여성은 이분법적으로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의 생명체로 표현된다. 독을 품은 약초인 ‘천남성’을 담은 <현혹>, 그리고 그를 보위하듯 양 옆에 서 있는 <정령1>, <정령2> 또한 여성과 생명력,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 대모신에 대한 이야기를 내포하고 있다.




이상형, <아니마(남성 속 내적 여성인격)>, 장지에 석채, 2015




이상형, <정령1 The spirit of flower>, 장지에 석채, 2014(왼쪽)
이상형, <현혹 Temptation>, 장지에 석채, 2014(가운데)
이상형, <정령2 The spirit of flower>, 장지에 석채, 2014(오른쪽)




이상형, <어머니란 이름으로 A mother named>, 2016

  

작가가 이야기하는 ‘생명력’이란 때로는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곪>에서 작가는 부패와 생성을 동시에 그려낸다. 어머니의 죽음은 후대에게 거름과 생명을 남기고 또 그 자손과 다음 세대까지 생명과 죽음의 순환을 만들어낸다. 이를 생명체의 생성과 곰삭음이 동시 존재하는 형상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에 안에서 등장하는 생명체 혹은 사물들은 비현실적이고 마치 외계생명체처럼 보이지만 현실의 대상과 마음속에 품고 있던 이미지들이 우연이 서로를 마주볼 때 생성되기도 한다. <사과, 알 그리고 달빛콩고>에서 보이는 비현실적인 사과와 달걀의 형상은 실제로 어느 날 오후 사과 위에 달걀이 올라가 있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며 자신만의 번역을 시도하는 작가의 노력이 담긴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때때로 이 번역은 글로 탄생되기도 한다. 이상형 작가는 회화 작업과 더불어 꾸준히 SF형식의 글을 써오고 있으며, 이를 그림과 함께 선보일 계획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작가가 지닌 예술세계가 무한히 확장되어 나가길 기대해본다. 




이상형, <곪 Maturation>, 장지에 석채, 2014




이상형, <사과, 알 그리고 달빛콩고>, 장지에 석채, 2014



윤란 rani7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