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굿-비수거리(작두굿)’
2025. 09. 04.
갤러리현대

갤러리현대는 9월 4일(목) 저녁 10시, 삼청나잇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국가 무형유산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승 교육사인 만신(萬神) 김혜경의 〈대동굿 - 비수거리(작두굿)〉을 선보였다. 굿 퍼포먼스는 1990년, 백남준이 동해안별신굿 세습 무당과 함께 요셉 보이스를 추모하며 선보였던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의 걸음으로 – 서울에서 부다페스트〉를 펼친 갤러리현대 앞마당에서 진행되었다. 전 세계 예술인이 한자리에 모이는 삼청나잇에서 열리는 이번 ‘굿 퍼포먼스는 백남준의 자유분방하고 실험적인 예술 정신을 계승하는 것과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현실과 영적 세계 속 모든 존재의 안녕과 번영을 빌고, 회화 예술의 기원과 긴밀한 관계에 놓인 샤먼, 한국 전통의 ‘굿’ 문화재를 전 세계 예술인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였다.

갤러리현대와 ‘굿’의 인연은 1990년 7월 20일 오후 4시, 백남준이 요셉 보이스(Joseph Beuys, 1921-1986)를 추모하기 위해 갤러리현대 마당에서 선보인 굿 형식의 퍼포먼스 〈늑대의 걸음으로 – 서울에서 부다페스트 (A Pas de Loup: De Séoul à Budapest)〉에서 비롯된다. 퍼포먼스는 추모와 더불어 한국 전통의 샤머니즘인 ‘굿’과 전위적인 현대미술의 만남을 의미했다. 백남준은 스스로 무당이 되었고, 요셉 보이스를 대신하여 망가진 피아노와 머리가 뚫린 중절모를 가져다 놓아, 두 사람의 예술적 이상은 하나의 흥겨운 굿판 안에서 어우러졌다. 이 퍼포먼스는 현대미술사의 큰 족적을 남긴 중요한 사건으로 당시 프랑스의 CANAL Plus, 한국의 KBS에 방영되면서 유럽 전역과 국내 전지역에서 소개되었다. 당시의 퍼포먼스를 기록한 도록 『늑대의 걸음으로: 서울에서 부다페스트 A Pas de Loup: De Séoul à Budapest』에 백남준은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매체란 중세 신학의 개념으로서 신과 소통하는 수단, 곧 매개를 뜻하는 말이다. 굿의 어원은 몽골어의 얼(정신 자체)이니, 매체와 굿은 거의 같은 말이다.” 백남준은 ‘굿’을 텔레비전과 같은 하나의 매체로 접근하고 스스로를 매개자, 만신의 역할을 자처하여 현세와 사후 세계를 연결하는 초월적 커뮤니케이션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2004년, 갤러리현대에서 개최되었던 귄터 워커(Günther Uecker)의 아시아 순회전 《고통받는 사람들 – 치유의 은사》 전시 오프닝에서 백남준과 교류가 잦았던 만신 故 김금화 선생이 굿판을 벌였다. 독일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귄터 워커는 자신의 작업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진혼곡이라 불렀고, 한국적 치유 방법인 굿을 벌임으로써 동서양의 문화의 만남을 끌어내고자 했다. 귄터 워커는 실제 오프닝의 퍼포먼스에서 직접 갓을 쓰고, 굿판에 참여했다. 또한, 갤러리현대는 2016년 백남준 작고 10주기를 기리는 전시 《When He was in Seoul》을 개최하며, 전시에서 1990년 당시 굿판을 일부 재현해 그 정신과 한국 전통 샤먼의 예술혼을 이어왔다.
이번 삼청나잇에 펼쳐지는 굿을 선보이는 김혜경은 나라 만신으로 알려진 故 김금화 선생의 조카이자 직계 계승자로 서해안 배연신굿 및 대동굿 전승 교육사로 활동하며 전통을 잇고 있다. 김금화는 세계적으로 한국의 무속을 널리 알린 인물로, 2014년에 개봉한 영화 〈만신〉의 실제 주인공이다. 2007년 쌈지길에서 열린 '故 백남준을 위한 1주년 추모 굿'은 김금화 만신과 김혜경이 함께 하기도 했다. 〈대동굿 – 비수거리(작두굿)〉는 작게는 마을, 크게는 나라 단위로 이뤄지며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 화합, 안전과 번성, 평안을 기원하는 굿이다. 대동굿은 통상 15가지 절차를 따르며, 이번에 선보여진 비수거리(작두굿)은 그중 하나로 육굿에 해당한다. 비수거리는 신장과 장군님께 액운을 물리쳐 달라고 기원하는 의식으로, 허주나 잡신을 쫓아내고, 사고나 재물 손실, 구설이나 관재수를 막아달라는 바람을 담아 작두를 타며 진행되었다. (홈페이지 참고)
정다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