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한국 근대사를 관통하며 개인의 삶과 사회적 인식을 형성해 온 시각문화의 역할을 탐구하고자 〈한국 근대 시각문화 특강: 근대, 시각문화로 읽다〉을 기획하였다. 이 프로그램은 현대사회가 시각 이미지의 과잉 속에서 구성됨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가 사유와 사회를 형성하는 방식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에 단순한 미술사적 지식의 전달을 넘어, 시각문화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국 근대사를 비판적이고 입체적으로 독해하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주제 2] 잡지표지, 신문으로 보는 근대 (서유리 서울대인문학연구원 책임연구원)


[1강] 잡지 표지로 보는 근대 ①: 여성과 아동
2025년 10월 21일 화요일


이번 강연은 근대기 잡지 표지를 통해 한국의 근대 여성 이미지가 구축되고 변모해 온 과정을 시대순으로 추적하고, 그 이면에 담긴 사회적, 문화적 함의를 고찰하였다. 먼저 강연은 ‘안면성의 정치학’을 분석의 틀로 제시하였다. 이는 잡지 표지가 단순히 책의 외피가 아니라, 특정 시대가 요구하는 이상적 주체를 시각적으로 제시하고 독자의 욕망을 조직하는 정치적 기획이었다고 분석하는 방법이다. 즉 잡지 표지는 잡지의 얼굴이며, 이는 당대의 문화와 욕망이 투사된 핵심적인 문화적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1900년대 초반, 여성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등장한 초기 여성 잡지와 소설책 표지에서 여성은 훌륭한 어머니나 재혼하는 과부와 같이 계몽적 서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1920년대 문화통치 시기 『신여성』과 같은 잡지가 본격적으로 발행되면서 여성 이미지는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이 시기 표지는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며 여성적인 것과 미학적인 것을 결합했고, 구여성에서 신여성, 여학생, 모던걸로 이어지는 이상적 여성상을 끊임없이 제시하였다. 이는 남성 지식인의 시선으로 재단된 이상형이었으며, 표면적으로는 여성 해방을 외치는 계몽을 내세우면서도 이면에서는 미용 상품 광고를 게재하며 상업주의와 연계하는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사회주의 잡지에서 노동과 지식을 주체로 삼는 예외적 여성상이 등장하기도 하였으나, 1930년대 『신동아』, 『삼천리』와 같은 시사 종합 잡지가 주류를 이루면서 여성 이미지는 또 다른 전환을 맞았다. 여성 독자의 동일시 대상이었던 표지 여성은 이제 남성 독자의 시선 아래 소비되는 조선 미인이자 취미와 오락의 기호, 즉 미학적 대상으로 전유되었다. 이는 외모의 권력화를 부추긴 화장품 광고의 확산과 궤를 같이하는 현상이었다. 이처럼 잡지 표지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는 계몽의 주체에서 미학적 대상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겪는 등 다양하게 전개되었으며, 이는 근대화 과정 속에서 젠더, 민족, 자본주의의 역학 관계가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되었는지를 보여준다.



[2강] 잡지 표지로 보는 근대 ②: 변혁과 건설
2025년 10월 28일 화요일


이번 강연은 근대기 잡지 표지가 시대의 변혁과 건설이라는 담론 속에서 어떠한 이상적 주체를 형상화하고 대중에게 전파했는지를 고찰하였다. 논의의 출발점은 1900년대 계몽적 잡지 표지에 나타난 상징적 이미지였다. 『소년』의 표지를 장식한 월계관, 『소년』지의 한반도 형상의 호랑이, 그리고 최남선의 시 「해(海)에게서 소년에게」가 제시한 광활한 바다의 이미지는, 암울한 현실을 넘어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소년과 청년이라는 주체를 호명했다. 이는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잠재적 역량으로서의 신세대를 상징적인 방식으로 기획하려는 시도였다. 1930년대에 이르면 청년의 이미지는 구체적인 행동 주체로 나타나게 된다. 『신동아』가 표지에 내세운 건설자와 등반가로서의 남성상은 근대적 문명을 건설하고 시련을 극복해 나가는 실천적 인간형을 제시한 것이다. 이는 국가 건설이라는 과업을 수행할 근대적 주체의 모습을 보다 명확하게 각인시킨다. 이와는 또 다른 흐름으로, 사회주의 이념의 확산은 혁명을 지향하는 새로운 주체상을 탄생시켰다. 김복진이 표지화를 그린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동맹(KAPF)의 기관지 『문예운동』을 비롯하여, 『집단』과 『대중』 같은 잡지들은 영웅적 개인 대신 혁명적 집단과 노동자를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소비에트 러시아를 이상적 국가의 모델로 제시하며, 계급 해방을 통해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려는 변혁적 주체의 이미지를 강력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한편 『신소년』과 같은 잡지는 모범적 학생의 이미지를 통해 근대적 교육 시스템 안에서 훈육된 질서정연한 국민을 양성하고자 하는 또 다른 차원의 주체 형성 기획을 보여주었다.
강연에서는 근대기 잡지 표지가 당시의 시대적 과제였던 변혁과 건설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핵심적인 매체였음이 확인되었다. 신화적 청년부터 근대적 건설자, 혁명적 노동자, 훈육된 학생에 이르기까지, 표지 위에 나타났던 다양한 주체상들은 당대의 지식인들이 꿈꾸었던 국가의 미래상이자, 대중을 동원하고 했던 기획의 산물이었다.



[3강] 신문으로 보는 근대: 광고와 관광
2025년 11월 4일 화요일


이번 강연은 ‘광고’와 ‘관광’이라는 두 가지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식민지 조선의 일상과 공간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재편되고 의미화되었는지를 고찰하였다. 첫째로, 화장품 광고를 통해 근대 여성의 신체가 어떻게 새로운 담론의 장으로 재구성되었는지 분석하였다. 화장품 광고는 1920-30년대 신문 광고의 대다수를 차지하였는데, 이 광고들은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화장을 미적 수양이자 예절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윤리적 가치를 부여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어여쁜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자신의 얼굴을 미적으로 창조하는 주체로 호명되었다. 이처럼 광고는 여성에게 상품에 대한 욕망을 주입하는 동시에, 자신의 신체를 미학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근대적 주체로서의 정체성을 부과하였다. 둘째, 경성을 재현한 시각 이미지를 통해 식민 권력의 시선과 이에 저항하는 민족주의적 시선이 어떻게 경합했는지를 조명하였다. 일본 자본이 발행한 관광 사진엽서는 총독부 청사와 같은 식민 통치 기구를 중심으로 경성을 근대적이고 미학적인 관광지로 재현했다. 이는 식민지 도시를 대상화하고 통치 질서를 정당화하는 실천이었다. 이에 대해 1924년 동아일보사가 기획한 <내동리명물> 사진 연재는 반미학적 관점을 취하였다. 이 기획은 엽서가 선호하던 식민지 경관을 철저히 배제하고, 조선인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과 역사적 장소를 조명하였다. ‘원동 모기’, ‘창신동 먼지’와 같은 비미학적 요소를 명물로 선정함으로써, 이 연재는 미관 대신 역사를, 통치자의 시선 대신 민중의 삶을 가시화하고자 했다. 이는 장소를 역사화하고, 영락한 과거의 흔적을 통해 식민 현실을 비판하려는 저항적 시도였다.



[4강] 잡지 표지로 보는 근대③: 전쟁과 개혁
2025년 11월 11일 화요일


이번 강연은 모더니즘의 수용, 전시(戰時) 체제하의 선전, 선동, 그리고 해방 이후의 새로운 모색에 이르는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적 흐름을 근대기 시각 이미지를 통해 추적하였다. 먼저 1930년대 잡지 표지 디자인에 나타난 모더니즘의 양상을 고찰하였다. 이 시기 안석주와 같은 디자이너들은 러시아 구성주의, 바우하우스 등에서 영향을 받은 기하학적 추상 양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는 단순히 서구의 최신 디자인을 모방한 것을 넘어, 산업 문명과 도시화라는 시대적 변화에 조응하려는 미학적 시도였다. 김환기가 “그린다는 것은 오로지 묘사가 아님은 이미 상식화”되었다고 주장했듯, 이 시기의 표지 디자인은 대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전통적 관습에서 벗어나, 색과 면, 선의 자율적인 구성을 통해 새로운 시각 질서를 창출하고자 한 예술적 실험의 장이었다. 그러나 1937년 중일전쟁 발발 이후 잡지 이미지는 국가의 전쟁 동원을 위한 선전 도구로 전유되었다. 『매신사진순보』와 같은 관제 잡지들은 내선일체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전쟁의 스펙터클을 과시하며 대중을 동원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이미지들은 생산력 증강을 독려하고, 식민 통치와 전쟁의 정당성을 강변했다. 나아가 이 시기는 성전미술전과 같은 전람회가 열리고, 아동들이 위문화를 그리는 등 미술계 전체가 총력전 체제에 복무한 시기였다. 해방은 이러한 억압적 질서에서 벗어난 새로운 출발을 의미했다. 언론의 자유가 회복되면서 수많은 잡지가 창간되었고, 미술계는 새로운 정신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이쾌대는 해방 공간을 대표하는 화가로서, 남한 단독정부 수립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 폭력을 성찰하는 등 비판적 지성으로서의 예술가상을 다시 정립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