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걷는 이가 발견한 보물: 타샤 튜더가 남긴 ‘인생이라는 정원’


Still, Tasha Tudor :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

2025.12.11 - 2026.3.15

롯데뮤지엄


ⓒ안효례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가는 도심 한복판, 잠시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한 평온한 공간을 만났다. 롯데뮤지엄에서 마주한 《Still, Tasha Tudor : 행복의 아이콘, 타샤 튜더의 삶》 전시는 흙 묻은 손끝과 즐기려 시간을 떼어둔 애프터눈 티타임, 카모마일 한 잔 마시고 개똥지빠귀의 노래를 듣는 진짜 행복에 대해 나직하게 들려준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중 한 명인 타샤 튜더는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연과 벗하며 살았던 ‘슬로우 라이프’의 대명사다. 평생 100여 권의 책을 집필했고, 동화작가의 최고 영예인 칼데콧 상과 레지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직업을 물으면 주부라고 대답했다는 타샤 튜더.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전시는 그녀의 삶을 아시아 최초로 대규모로 조망한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칼데콧 상을 거머쥐게 했던 『1은 하나(1 is One)』의 책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비밀의 화원』 삽화까지 그녀의 예술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타샤가 저술한 책들ⓒ안효례



미디어 아트가 작품 중간 중간 설치되어있다 ⓒ안효례


Tasha's Greenhouse ⓒ안효례


단순히 그림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머물던 버몬트주 숲속 생활을 입체적으로 재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약 190여 점의 수채화와 드로잉은 타샤의 집에 들어온 듯 벽등과 벽지, 정원 사이에 펼쳐진다. 타샤의 작업실을 연상시키는 공간에서는 작가의 일상을 상상해볼 시간도 만들어준다. 또, 전시장을 함께 채운 미디어 아트들은 귀여운 상상력이 가미되어 상상력의 부족한 이들까지도 타샤의 말처럼, 그림에서 영화를 보게 만들어준다.

여전히, 우리를 숨 쉬게 하는 이름 전시 제목인 ‘Still(여전히)’이 의미하듯, 그녀가 남긴 메시지는 삭막한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계절이 바뀌는 것을 살피고, 가족을 위해 정성껏 식탁을 차리는 사소한 행위들이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드는지 전시 내내 증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2026년 3월 15일까지 계속되는 이 전시는 지친 일상에 건네는 다정한 위로와 같다. 겨울의 끝자락, 차가운 콘크리트 벽 대신 타샤 튜더가 가꾼 따스한 온기 속에 몸을 맡겨보는 건 어떨까. 그녀의 정원을 나서며 깨달았다. 우리 각자의 삶 역시, 정성껏 가꾸어야 할 하나의 화원이라는 것을.


ⓒ안효례


Boy with a Goat/ Girl with a Goat ⓒ안효례



A is for Anna Belle/ Kitty in Kelo, 1995/ Lina & Freya/ Owen and the Frog ⓒ안효례

정원처럼 꾸며진 마지막 부분 ⓒ안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