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큐브 서울, 엘 아나추이의 《Luwvor》: 금속 입체의 확장성


화이트큐브 서울에서 진행 중인 엘 아나추이(El Anatsui, b.1944, 가나)의 개인전 《Luwvor》는 그의 기존 작품 세계관을 되돌아보는 전시이다. 전시명에 쓰인 ‘Luwvor’는 가나 에웨어로 ‘영혼’ 또는 ‘정신’을 뜻한다고 한다. 

엘 아나추이, 〈LuwVor III〉, 2025, 알루미늄과 구리선, 260×300cm

전시장에 들어서면 금속 병뚜껑들이 얇게 펴져서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만들어져 있다. 멀리서 보면 얇은 천이 천장으로부터 내려와 매달린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본다면 수많은 금속 물체가 체인처럼 엮여서 하나의 입체적인 평면을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과 뒤, 어디에서 봐도 특정 면에 천착되지 않도록 유도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제작 과정에 주목하도록 한다.

엘 아나추이, 〈LuwVor II〉, 2025, 알루미늄과 구리선, 270×303cm

조금 더 세밀하게 각 작품을 들여다보면 노출된 이음부, 틈, 벽면에 비치는 그림자, 조금씩 다른 형태와 색의 구성품 등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작업은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다. 70년대 초부터 후반까지 아칸 부족의 문화를 탐구하고, 80-90년대에 한 목판 부조 작업의 연속성을 보인다. 그는 전체가 아닌 부분의 조합을 통해 구축하는 것을 지향한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작업이 빛과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서 완성하는 그 총체성이 하나의 작품으로 보였다. 이번 금속 작업은 설치와 입체 사이의 경계선을 탐구하며 예술 작품이 공간에 배치될 때 가지는 영향력과 그 확장성에 대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