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페이스138, 이주연의 《어떤 산책》: 익숙함을 낯설게 보기
2026.04.03.-08.31.
더스페이스 138

전시장 입구

4월 3일, 송파구에 위치한 더스페이스138에서 이주연 작가의 개인전이 열렸다. 누군가에게는 익숙할 동네, 거리, 건물, 풍경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바라본다. 작가는 이 익숙한 모습을 다시 그리는 데 재료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 새롭고 신선한 풍경들이 펼쳐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이주연, 〈드로잉과 회화 소품들〉

전시장에 들어가면 작가가 그린 〈드로잉과 회화 소품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매체에 구애받지 않은 다양한 드로잉 작업이 벽면을 채웠다. 이 중에는 국내와 해외 풍경들이 섞여 있었지만, 작가만의 해석이 들어가 차가운 네온사인이나 회색 거리도 따뜻한 도시 풍경으로 관람객에게 다가온다. 전체적으로 모든 것을 조망하기보다는 어느 한 부분을 주시하는 시야는 결국 나와 타자의 관계성이 온전하지 않고 단편적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 같다.

이주연, 〈한 어중간한 사람이 있었다〉, 2022, 종이에 오일스틱, 오일파스텔, 400×150cm*4ea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네 폭의 드로잉에서는 파편화된 일상과 재조합이 더 두드러진다. 각 화폭에 담긴 장면은 다른 면모를 조명하는 동시에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여러 겹의 공간이 겹쳐 조성하는 풍경은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낯이 익다. 분절적인 구성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장소가 어디일지 유추하게끔 하며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더 이상 작가의 서사와 개입이 절대적이지 않은 현대 미술에서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이 작품, 나아가 전시를 어떻게 완성시키는지 볼 수 있다.

이주연 작가

작가에 의하면 그가 걸으며 본 풍경들을 사진으로 남긴다고 한다. 이렇게 찍은 사진이 '공간 파편'이 되고 빈 화면에 새로운 공간으로 재창조된다. 여기에는 이주연 작가의 고민과 내면을 담은 풍경이 함께 시각화된다. 따라서 내면의 심상과 현실의 일부가 담긴 것이 작가의 세계관이라 할 수 있다.

이주연, 〈실개천(정릉천)〉,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80.3×390.9cm*3ea

이어서 도시 내 생태계에 집중한 작품이 있다. 〈실개천(정릉천)〉(2025)은 각기 다른 그림인 동시에 하나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캔버스의 흐름 속에서 같은 그림자와 돌이 시선을 따라 움직일 때 제각각의 형상과 색감의 변주를 보인다.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선 속에 놓인 존재는 결코 같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

본 전시의 오프닝에는 기획자인 이인범이 전시와 작가 소개를 했으며 주영규 성악가의 축가가 있었다. 올림픽공원 인근에 자리한 공간인 만큼 산책을 하다가 둘러보아도 좋고, 전시를 본 후에 작가가 그랬듯이 옆의 장미 공원에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시각을 연습해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