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미술의 싹트기 둘러보기, 《1946, 성북회화연구소》

2026.03.26.-05.24.

성북구립미술관




미술관 전경


1946년, 해방 1년 후에 성북구 보문동에 성북회화연구소가 설립됐다. 광복과 냉전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던 사회 속에서 이쾌대(1913-1965)를 필두로 30여 명의 예술가들이 성북구에서 함께했다. 이 연구소는 예술가들에게 단순히 화실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본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기별로 전시 섹션이 나뉘어져서 한국 전후 미술의 변화 양상을 톺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1부는 ‘성북회화연구소의 시작’이라는 주제 아래에서 펼쳐졌다. 이쾌대, 남관(1911-1990), 조덕환(1915-2006) 등 한국 근대 미술 작가들의 초기 드로잉과 작업들을 선보인다. 한 쪽에는 사진과 아카이브 자료를 비롯한 미술사 사료들을 진열해두었다. 이어질 2부와 3부를 보고 다시 이 자리를 돌이켜보면 이쾌대와 성북회화연구소가 초기 한국 미술계에 끼친 영향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부 아카이브 전경


이어서 2부는 ‘현실을 그리다’로 연구소가 1950년에 폐소된 후 얼마 안 가 6.25 전쟁이 발발한 시기를 다룬다. 초반에는 예술의 대중화를 고심하던 이쾌대의 관심사가 예술의 사회적 역할로 옮겨가기도 했다. 1부와 다르게 2부에 전시된 작품들은 당대 사회상을 반영했듯이 전쟁과 아픔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나 있었다. 



조덕환, 〈이승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 그 참모들〉, 1953, 캔버스에 유화, 91×116.8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조덕환의 〈이승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대통령, 그 참모들〉(1953)을 보면 전쟁 당시의 현장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해당 섹션에서는 김창열 작가의 〈제사〉(1965)도 볼 수 있었다. 물방울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의 또다른 작업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60년대의 앵포르멜 경향이 느껴지는 작품으로 현재의 김창열 작가 작업이 형성되기 전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김창열, 〈제사〉, 1965, 캔버스에 유화, 162×13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하지만 모든 작품이 암울한 현실만 그리지 않았다. 2부가 광복 이후 전쟁의 현실을 담아냈다면 3부는 이후 다채로운 작업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쾌대 화백이 연구소에서 작가들에게 특정 양식을 강조하지 않고 자유로운 작업을 격려했듯이 재료와 주제도 작가마다 각양각색이었다. 김창열의 〈물방울〉(1983)부터 우리나라의 야외 풍경과 권진규의 조각까지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김창열, 〈물방울〉. 1983, 마포에 염료, 유화, 129×96.5cm, 제주도립김창열미술관 소장.



(좌측 상단부터) 이용환, 〈비원(祕苑) 애련정(愛蓮亭)〉, 연도미상, 캔버스에 유화, 49×63cm; 김서봉, 〈춘천 동면 거두리(春川 東面 擧頭里)-복사꽃 끝 무렵〉, 1998, 캔버스에 유화, 65.1×90.9cm; 심죽자, 〈여름〉, 2017, 캔버스에 유화, 40.9×31.8cm ;조덕환, 〈늦가을의 정취 I〉, 1991, 캔버스에 유화, 45.5×60.5cm, 성북구립미술관 소장; 김서봉, 〈도립리(道立里)의 가을〉, 1994, 캔버스에 유화, 33.4×45.5cm; 이용환, 〈운악산(雲嶽山)〉, 1988, 캔버스에 유화, 60.6×72.7cm; 심죽자, 〈향원정〉, 1978, 캔버스에 유화, 31×38.5cm



경직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 개인의 미학과 역사를 예술적으로 풀어낸 작품들이 어우러진 전시였다. 성북구에서 시작된 연구소가 오늘날 한국 현대 미술에 끼친 영향을 살피는 동시에 예술가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은 어제오늘이 아니란 것도 새삼 느끼게 됐다. 지금은 대학의 과실에서 함께 작업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동기들과 나의 역량을 키워나간다. 즉, 예술은 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렇게 돌고 돌아서 결국 예술은 축적되어 사회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친다. 성북구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사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전시이며 동시대 작가들 또한 본 전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예술이 가진 위치와 흐름, 역사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장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