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관성’을 비틀다, 에케이다 《관성적 어긋남》
을지로에 새롭게 개관한 전시공간 에케이다(ECKEIDA)에서는 권현진, 허내훈의 2인전 《관성적 어긋남 Inertial Drift》(2026년 4월 11일부터 25일까지)가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물과 도구의 기능과 의미가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반복적인 사용 속에서 사물은 점차 고유한 역할을 지닌 것처럼 인식되며, 이러한 상태는 일종의 ‘관성’으로 작동한다.
두 작가는 이 관성을 직접적으로 해체하기보다, 미묘하게 비틀거나 다른 맥락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익숙한 기능을 유지한 채 낯선 상황에 놓이거나, 사소한 변형을 통해 기존의 사용 방식이 어긋날 때, 사물은 더 이상 자명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이때 관람자는 사물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기능과 의미가 형성되는 방식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관성적 어긋남》은 이러한 작은 균열의 순간들에 주목한다. 이는 사물의 기능을 부정하기보다 그것이 고정된 것이 아님을 드러내는 과정에 가깝다. 전시는 익숙한 질서에 미세한 틈을 만들어내며, 그 틈을 통해 새로운 감각과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디지털매체와 물리적 행위 사의 모순적 관계를 탐구하는 권현진 작가의 가위로 물을 자르는 행위를 반복하는 영상 작업.
가위는 움직이고 자르는 행위도 계속 수행되지만 물은 결코 잘리지 않는다.
행위는 존재하되 목적에 닿지 못한 채 그 사이 어딘가를 맴도는 것이다.'



권현진 〈모니터 작업 2024-2 Monitor Work 2024-2〉, 24-inch monitor, laser engraved, single-channel video, 04:19, 2024



허내훈 〈궤도 Orbit #1-3〉, digital pigment print, Diasec, 40x40cm, ed. 2/3, 2025
〈궤도 Orbit #4-6〉, digital pigment print, Diasec, 40x40cm, ed. 1/3, 2026
'사진 연작 <궤도 Orbit〉는 위성 이미지 속 생태 통로를 왜곡한 작업으로,
복원의 의지와 인간의 논리가 공존하는 이 구조물은 변형을 통해 본래의 목적지를 잃고 나선형으로 맴도는 하나의 낯선 궤적으로 남는다. 허내훈의 작업 속에서 대상은 그 이탈의 순간 비로소 하나의 독립된 '사건'이 된다.'
ECKEIDA 기획전 《관성적 어긋남》
권현진·허내훈
2026년 4월 11일 – 4월 25일
ECKEIDA
관람료: 무료
작성: 한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