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렘브란트 등 명작 30여 점 ‘디지털 마스터피스’로 재탄생
한·러 문화교류 교두보… 2027년 블라디보스토크 분관 등 협력 가속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겨울궁전’이 서울 상암동의 거대한 탱크 안으로 들어왔다.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정수를 첨단 디지털 기술로 재해석한 공식 특별전 ‘찬란한 에르미타주’가 4월30일 서울 상암문화비축기지에서 개막을 앞두고 4월28일 기자간담회에 다녀왔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원화를 영상으로 투사하는 기존의 미디어아트 전시와는 궤를 달리한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이 원화 보존의 한계와 물리적 이동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제작한 ‘디지털 마스터피스’를 해외 최초로 선보이는 자리다.
전시의 핵심은 ‘정밀함’에 있다. 항공우주 산업에 사용되는 초정밀 스캐닝 기술이 예술과 만났다. 이를 통해 앙리 마티스의 강렬한 색채 뒤에 숨은 붓의 결, 렘브란트가 쌓아 올린 유화의 층위, 캔버스의 거친 질감까지 수치화하여 복원했다. 관람객들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육안으로는 놓치기 쉬웠던 거장들의 세밀한 숨결을 입체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전시장에는 박물관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작들이 대거 포진했다. 앙리 마티스의 〈춤〉,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베누아의 성모〉 등 회화 20여 점과 미켈란젤로의 〈웅크린 소년〉을 포함한 조각 8점이 디지털 옷을 입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특히 정교한 기계 장치의 정점으로 불리는 콕스의 〈공작 시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그 구동 원리까지 상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연출됐다.
전시 구성 역시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된 에르미타주 박물관 본관 ‘겨울궁전’의 내·외부는 관람객이 마치 러시아 현지 궁전 복도를 거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영상 연출은 건축물의 장식 요소와 어우러지며 시공간을 초월한 경험을 선사한다.

아트웍스의 유민석 대표
주관사인 아트웍스의 유민석 대표는 “이번 전시는 에르미타주가 직접 제작한 고화질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작의 물성과 공간적 경험을 동시에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첨단 기술로 재해석한 새로운 전시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장 전문가들은 에르미타주가 첫 해외 디지털 전시지로 한국을 낙점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경색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문화적 교류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양국은 이번 전시를 기점으로 2027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에르미타주 분관 개관과 더불어 한국 내 ‘에르미타주 디지털 센터’ 설립을 위한 실무 협력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이 예술의 ‘아우라’를 대체할 수 있느냐는 해묵은 논쟁을 뒤로하고, 이번 전시는 기술이 예술을 얼마나 대중 곁으로 밀착시킬 수 있는지를 증명하고 있다. 전시는 오는 7월 30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