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은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전을 6월 19일부터 10월 11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개최한다.

윤진섭

이교준 / 사진 김달진
개념미술은 눈에 보이는 작품의 형태나 재료보다 작가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미술 양식이다. 1960년대 중반 서구 미술계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이 주지 못하는 새로운 질문을 미술계에 던졌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이 시각적인 대상을 그리는 것에서 벗어나 언어와 논리를 바탕으로 사고를 넓혀간 전환기를 다룬다. 이건용, 안규철, 박이소 등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28명의 작품 140여 점과 관련 기록물이 한자리에 모인다.
한국의 개념미술은 서구와 달리 물질성을 완전히 없애기보다 언어적 생각과 구체적인 재료를 함께 다루는 독특한 방식으로 발전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는 신체 행위와 언어를 결합해 미술의 본질을 묻는 실험이 주를 이루었다. 1990년대 전후에는 현실 정치와 사회적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방법론으로 확장했다. 전시 제목은 한국 개념미술을 하나의 정의로 묶기보다 작품마다 담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두고자 하는 의도를 담았다.

안규철 / 사진 김달진
이번 전시는 ‘언어·논리·행위’, ‘사물과 언어’, ‘지도와 측정’, ‘기호의 조정자들’ 등 총 4개 부문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첫 번째 부문에서는 1970~90년대 신체 활동과 언어를 결합한 초기 실험을 소개한다. Space & Time 조형미술학회(ST)에서 활동한 이건용의 〈장소의 논리〉, 성능경의 〈수축과 팽창〉 등을 선보인다. 작가들은 일상의 평범한 몸짓을 예술적 사건으로 바꾸며 세계의 본질을 탐구했다.
두 번째 부문에서는 사물과 그것을 가리키는 언어 사이의 불완전한 관계에 주목한다. 안규철의 〈무명 작가를 위한 다섯 개의 질문〉과 김범의 〈정지용의 시를 배운 돌〉 등이 대표적이다. 돌에게 시를 가르치는 행위처럼 사물이 언어에 반응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식과 현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1992년 제작 이후 24년 만에 처음 공개되는 공성훈의 〈개념 간의 교집합〉은 언어의 의미가 고정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계속 변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 번째 부문에서는 지도, 시계, 계량기 등 세상을 통제하는 표준 체계를 의심하는 작업을 다룬다. 성능경의 〈세계전도〉와 곽덕준의 〈3개의 계량기와 돌〉은 지도와 측정 도구가 절대적으로 정확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임의로 만든 불안정한 기준임을 드러낸다. 이건용의 〈실내측정〉 역시 길이나 면적의 단위가 사회적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증명한다.
네 번째 부문에서는 신문, 광고, 통계 등 사회적 기호를 재배열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김용익, 김홍석, 주재환 등은 기존 인쇄물이나 기호의 배열을 바꾸어 그 뒤에 숨은 권위를 풍자했다. 이외에도 미술관을 벗어나 우편이나 광고 시스템을 활용했던 김구림 등의 실험적 시도도 함께 소개한다.

홍명섭 / 사진 김달진
전시 기간에는 작품에 담긴 개념을 깊이 있게 다루는 ‘작가의 수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는 8월 19일에는 국내외 미술 전문가들이 참여해 아시아 맥락에서 개념미술을 논하는 국제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개념미술의 역사와 현대적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논의를 더욱 넓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동천

김순기 / 사진 김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