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파리서 김향안 여사와 인연…반평생 유목적 창작 궤적 조망




환기미술관은 지난 7월 24일부터 9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환기미술관 별관에서 2026 환기재단 작가전 《김주영, 창 저편》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87년 프랑스 파리에서 김향안 여사와의 만남을 계기로 반평생 길 위에서 작업을 이어온 노마드 작가 김주영의 예술 궤적을 종합적으로 조망한다. 8월1일 전시장에서 작가를 만나 인터뷰하여 유튜브에 방송하였다.

한옥 창틀과 영상


녹색의 전령사 : 아줌마 2026년


정착을 거부한 예술적 여정과 ‘창’의 상징성
이번 전시는 작가가 전 세계를 누비며 수집해 온 생각과 유목적 기억의 조각들을 ‘창(Fenêtre)’이라는 서정적인 매개체로 다층적으로 펼쳐낸다. 작가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인 ‘노마디즘(Nomadism·유목주의)’은 특정 지역이나 형식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게 이동하며 쉼 없이 새로운 예술적 사유를 탐구하는 태도를 뜻한다.

전시장에는 1980년대 청년 시절의 한옥 창문 연작부터 1994년 파리 시절의 검은빛 회화, 파리 8대학 박사 학위 청구전시에서 선보인 10m 규모의 대형 회화 설치 작품이 함께 설치됐다. 최근 2024-26년 반려견과 삶의 소회를 다채로운 알레고리로 풀어낸 최근의 대형 회화 및 공간 설치에 이르기까지 대표작들이 단일 공간에 입체적으로 구성됐다.


알레고리 창 저편 - 철수의 파라다이스  2024-2026년 

1980년대 파리로 떠나기전 창 시리즈



상처를 감싸 안는 마음속 유토피아
청년 시절 닫힌 한옥 창살 틈새로 바라보던 미지의 세계는 파리와 세계 오지를 누비는 긴 노마드의 여정을 거쳐 마침내 마음속 아늑한 '작은 마을(Cité)'에 도달한다. 작가가 말하는 '유토피아(Utopie)'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거대한 이상향이라기보다, 고단한 삶의 길 끝에서 마주하는 마음속의 따뜻하고 정겨운 안식처를 뜻한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손때 묻은 한옥 창틀 오브제, 창 너머의 달빛 영상, 정겨운 개구리 소리 등 조형적 장치들은 삶과 세월의 상처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관객은 창틀이라는 경계를 넘어 작가가 길 위에서 발견한 고요한 마음의 풍경을 따라 거닐게 된다.

김주영 작가와 환기재단의 인연은 1987년 파리 김환기 화백 유작 전시장에서 시작됐다. 가난한 유학생이던 작가의 가능성을 알아본 김향안 여사는 작업실 마련과 재정 보증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그의 창작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또한 '나에게 방황의 노마드는 때로 검은 미로로, 상처의 내면적 우회로로 비쳐지는 독백'이라며 '여기서 촉각적인 이야기거리를 엮어가는 과정의 예술은 즐겁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을 견인해 온 환기재단의 후원 정신을 되새기는 한편,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관객들에게 따뜻한 치유의 안식처를 제시한다.


사진: 김달진 촬영 ⓒ Whanki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