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 주차장, 실제 관람 동선은 본스타에서 시작해 5관에서 1관으로 역순으로 이루어진다.
지난 8월 7일, 처음으로 제주 본태박물관을 찾았다. 이름은 익숙했지만 직접 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작품이나 건축만이 아니라, 박물관을 둘러싸고 있는 제주의 풍경이었다.

본태박물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안도 다다오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실제로 공간을 걸어보니 콘크리트 건축 자체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빛과 물, 바람 그리고 주변의 제주 자연이 건축과 만나는 방식이었다. 낮은 산과 나무, 넓게 열린 하늘 사이에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자리하고 있고, 전시관과 전시관 사이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주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본스타 외관
마침 올해 새롭게 문을 연 신관 ‘본스타(bonstar)’까지 함께 볼 수 있어 첫 방문임에도 박물관의 오래된 시간과 새로운 변화가 동시에 느껴졌다. 본태박물관은 2012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개관했다.
‘본태(本態)’라는 이름은 ‘본래의 모습’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박물관은 설립자 이행자가 오랜 시간 수집해 온 한국의 전통 공예품과 민속품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우리 고유의 아름다움을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설립되었다.

설립자 이행자(b.1945, 현재 박물관 고문)는 1970년대부터 40년 넘게 소반, 문갑, 반닫이, 조각보 등 사라져가는 한국의 옛 생활문화와 전통 공예품을 꾸준히 수집해온 수집가다.

제1전시관:전통공예
그래서 본태박물관의 뿌리에는 화려한 현대미술보다 먼저 우리의 일상과 가까웠던 물건들이 있다. 소반과 목가구, 보자기, 병풍, 의복과 생활공예품처럼 오래전 누군가의 삶 속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던 것들이다.
박물관을 둘러보다 보면 ‘오래된 것’을 보여준다기보다, 그 안에 담긴 재료와 손길, 형태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본스타 내 안도 다다오 건축 섹션
본태박물관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건축이다. 기존 본태박물관과 이번에 새롭게 문을 연 본스타는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가 설계했다. 본스타에서는 개관을 기념해 안도 다다오의 건축 세계를 소개하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제주와 일본 나오시마를 연결하며 그의 건축을 모형과 드로잉, 영상 등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제2전시관:현대미술
본태박물관은 여러 개의 전시관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에서 현대미술까지 폭넓은 작품을 보여준다.
제1전시관에서는 한국의 전통공예를 만날 수 있다. 소반과 목가구, 보자기, 병풍 등 우리 생활과 밀접했던 물건들을 통해 한국적인 색과 형태, 재료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다.

제1전시관:전통공예
제2전시관에서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백남준의 〈TV Cello〉, 로버트 인디애나의 〈LOVE〉와 〈HOPE〉 등 현대미술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통적인 공예품을 보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현대미술을 마주하게 되는데, 그 대비가 오히려 본태박물관만의 특징처럼 느껴졌다.

제5전시관:불교미술, 박선기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어 전통과 현대를 교차하는 미감을 전달한다.
제3전시관에서는 유고의 제례 문화를, 제4전시관에서는 상여와 꼭두 등을 통해 전통 상례 문화를 볼 수 있다. 제5전시관에서는 불교미술과 사람들의 삶이 만나는 전시가 이어진다.
이렇게 공간을 따라 걷다 보면 본태박물관이 단순히 ‘전통미술관’이나 ‘현대미술관’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활공예와 제례, 죽음과 종교, 그리고 현대미술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때문이다.

전통과 현대미술을 한 번에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건축과 제주 풍경을 천천히 함께 보고 싶은 사람에게 더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전시를 얼마나 많이 보느냐보다 조금 느리게 걸으면서 건물 사이로 보이는 제주를 함께 바라볼 때, 본태박물관의 매력이 더 잘 보이는 것 같다.
제주에서 미술관을 찾는다면, 작품만 보고 나오는 곳보다는 공간 자체를 오래 기억하게 되는 곳. 나에게 첫 본태박물관은 그런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