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대한제국실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2026년 7월 30일 재개관한 대한제국실은 채용신의 〈고종황제어진〉과 보물 〈데니 태극기〉를 비롯해 총 65점의 문화유산을 선보인다.



전시실 입구, AI 기술을 이용한 영상


이 가운데 보물은 7점, 등록문화유산은 1점이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외에도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독립기념관의 소장품이 함께 전시된다.


이번 개편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한제국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16년 조선실과 대한제국실을 개편하면서 대한제국 부분에서는 1897년 자주 독립 국가를 지향하며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근대화를 추진한 과정을 주요 역사적 변화 가운데 하나로 설명했다. 전시품의 역사적 기능과 의미를 문헌 기록과 함께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도 당시 개편의 중요한 방향이었다.


2026년 개편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대한제국의 성립과 근대화를 단순한 제도 변화나 서구 문물의 도입 과정으로 설명하기보다, 제국주의가 팽배했던 근대 전환기에 국가의 자주권을 지키려 했던 선택이라는 맥락을 보다 분명하게 부각한다.




고종의 황제 즉위와 대한제국 선포, 근대화 정책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연결된다. 박물관은 조선왕조가 근대적인 주권 국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대한인(大韓人)’이라는 정체성에 주목하고, 이러한 정체성이 이후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는 과정에서 더욱 강화되었다는 점을 새로운 전시의 주요 내용으로 제시한다.




즉 이전 전시가 ‘대한제국은 무엇을 바꾸려 했는가’를 보여주는 데 상대적으로 무게를 두었다면, 이번 개편에서는 ‘왜 그러한 변화가 필요했는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국가와 국민의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었는가까지 시야를 넓힌 셈이다.


전시 환경에서도 변화가 크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번 대한제국실의 가장 큰 변화로 직접 꼽은 것은 최신 기술과 기법을 활용한 영상이다. 대한제국기의 흑백사진을 재가공한 영상이 전시장 곳곳에 배치되면서 문화유산과 역사 자료를 중심으로 구성됐던 기존 전시에 시각적인 역사 경험이 더해졌다.




전시장 도입부에는 근대 문물을 상징하는 전등과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이화문이 겹쳐지는 영상이 투명 OLED를 통해 나타난다. 대한제국이 맞닥뜨렸던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시각적으로 환기하는 장치다.


내부 영상은 대한제국의 근대화와 외교 활동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1부 영상은 관람객이 대한제국기의 양관(洋館)에 들어선 듯한 공간감을 활용해 근대 도시로 변화하던 한성의 모습을 보여주며, 2부에서는 한성에 자리 잡은 각국 공사관과 대한제국의 대외 외교를 다룬다. 실물 전시품만으로 전달하기 어려운 도시의 변화와 국제 관계를 영상으로 보완한 것이다.




전시품의 구성 역시 새롭게 정비됐다. 〈국새 칙명지보〉, 〈안중근 의사 유묵〉, 〈데니 태극기〉 등 보물 7점을 포함해 모두 65점의 문화유산이 한 공간에 모였다. 특히 〈데니 태극기〉는 대한제국을 둘러싼 국내 정치와 외교, 근대 국가의 상징 체계를 생각하게 하는 중요한 자료 가운데 하나다.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 야욕을 드러낸 지도(日帝野慾戰爭地圖)〉, 일본, 1904, 종이에 색·인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한제국은 1897년부터 1910년까지 불과 13년간 존재했다. 국권 상실이라는 결말 때문에 그동안 대한제국기의 여러 시도가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개편을 바라보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편과 관련해 대한제국이 스스로 시대적 전환을 준비했던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한국 근대의 출발을 제대로 살펴보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병합기념장과 증서〉, 1912, 금속·직물(기념장), 종이(증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한제국실의 개편은 인접한 조선실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박물관은 대한제국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국가가 아니라 19세기 조선 사회의 변화와 개항, 개혁의 연장선에서 성립했다는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조선 3실의 19세기 전시도 함께 손봤다고 한다. 그 차이를 전시장에서 직접 찾아보는 것도 박물관을 즐기는 다른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