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0일 오전 11시,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에서 미디어 작가전 《김희천: 두더지들》 프레스 투어가 열렸다. 전시 기간은 8월 20일부터 11월 8일까지이며,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지하 1층에서 열린다.
서울시립 서서울미술관 박나운 관장
이번 전시는 서서울미술관이 기획한 '미디어 작가전'의 첫 번째 전시다. 급변하는 사회에 대한 예술적 관점을 제시해 온 한국 동시대 주요 미디어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시리즈로, 첫 작가로 김희천을 선정했다.
전시 투어와 작품 설명을 하는 김희천 작가
김희천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든 신작 〈말린〉(4채널 비디오, 35분)과 〈레몬〉(게임), 그리고 작가가 직접 촬영한 사진 중에서 선별한 〈.dng〉를 처음 공개한다. 이와 함께 〈커터3〉과 〈더블포져〉를 한국에서 처음 선보인다. 전시는 게임, 영상, 사진, 설치 등 다양하게 구성된다.
작가는 기술환경이 갖는 여러 주제를 단순히 재현하는 형식에서 벗어나, 시각적 매체의 구조 안에서 이미지와 서사를 생산하는 기술로 사용하고 우리와 세계를 매개하는 과정으로 설계해왔다. 이번 전시는 그 10년의 여정을 압축적으로 조망하는 자리다.

전시장은 총 3개의 상영관으로 구성된다. 작가는 관람객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서 오른쪽 로비에 도착하면 왼쪽으로 꺾어서 들어오도록, 영화관처럼 전시를 구성했다는 의도를 밝혔다. 스크린 1에는 신작 〈말린〉이, 스크린 2에는 〈.dng〉 사진 연작과 〈커터3〉, 〈더블포져〉, 〈레몬〉이 배치되며, 스크린 3은 전시 연계 프로그램과 작가의 구작 상영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김희천, 〈말린〉, 226, 4채널 비디오, 6.1채널 오디오, 흑백, 컬러, 35분. 서울시립미술관 제작 지원.
스크린 1의 신작 〈말린〉은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제작한 4채널 비디오 작업이다. 두 파트로 구성되며, 첫 번째 파트는 작가가 AI에게 프롬프트 생성까지 맡겨 자동으로 만들어낸 세로 화면 3개의 자연 영상이다. 두 번째 파트는 자연 다큐멘터리 감독 '찬종'을 주인공으로 한 흑백 가로 영상이지만 AI가 실제 촬영된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낸 서사 작업이다. 작가는 자신과 친구들을 AI로 생성하는 과정에서 느낀 독특한 감각을 설명했다.
작가에 의하면, 그가 바라보는 자신, 그리고 AI가 만든 자신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이 작업에서 작가는 생성형 모델이 단순한 이미지 생산 도구가 아니라, 비가시적으로 작동하는 기술 시스템을 설명하는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dng〉연작이 전시된 전경
〈.dng〉는 작가가 2023년부터 최근까지 휴대전화로 찍은 5,841장의 사진 중에서 100여 점을 선별한 사진 연작이다. 이 사진들은, 기억과 감정 사이에서 자전적인 서사로 현재를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와 세상을 보는 시선을 표현한다.
Screen 2 전시 전경
스크린 2의 핵심은 게임 엔진으로 만든 세 작품 〈커터3〉, 〈더블포져〉, 그리고 신작 〈레몬〉이다. 작가는 코로나 이후 영상을 만드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다 게임 엔진을 도구로 실험하기 시작했다.
김희천, 〈레몬〉, 2026, 게임엔진(유니티)로 제작된 자동 재생 게임, 60fps, 4K. 컬러, 사운드(스테레오).
신작 〈레몬〉은 두 작품 사이를 잇는 연결자다. 작가는 〈커터3〉와 〈더블포져〉에 이스터 에그로 등장했던 두더지가 두 작품 사이를 땅굴을 파며 몰래 오가고 있었다는 상상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두더지 '버터'를 주인공으로 한 가상의 비디오 게임 '버터3'의 플레이를 따라가는 이 작업은, 두 작품이 게임 엔진이기 때문에 실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동시에 기술이 포착한 나로부터 도망칠 수 없는 답답함을 두더지라는 존재로 형상화한다.
예술 생태계가 AI로 인해 급변하는 현재, 기술이 '나'를 포착하고 규정하는 속도는 인간이 자신을 이해하는 속도를 앞질러 가고 있다. 김희천 작가는 게임, 영상, AI 이미지, 사진이라는 네 개의 매체를 통해 그 답답함을 정확하게 감각화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더더욱 모호해지고 그로 인한 찾아온 혼란을 경험할 수 있다. 단순히 우리를 보조하는 데 그치지 않는 기술과 이를 마주하는 데 힘겨운 인간의 관계성이 간접적으로 드러난다고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