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을 역사와 문화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의 식문화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첫 특별전으로, 고고학 자료부터 역사 기록, 회화, 민속자료와 근현대미술까지 폭넓게 한자리에 모았다. 공식 보도자료 기준으로 51개 기관이 참여해 총 488건 684점의 자료가 출품됐다.

이종구, <밥상>, 2026, 소반에 아크릴 물감 / 전시장 초입 설치
《우리들의 밥상》
국립중앙박물관
2026.7.1-10.25
최근 세계적으로 한식, 이른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전시의 시선은 현재의 유행 자체보다는 그 바탕을 이루는 오랜 생활문화에 놓여 있다. 무엇을 먹었는지뿐 아니라 누구와 먹었는지, 어떻게 음식을 마련하고 저장했는지, 식사를 둘러싼 생활과 자연환경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여러 시대의 자료를 통해 살펴본다.

전시장 초입에는 ‘밥’이 가지는 다양한 인문학적 맥락을 레터링 작업으로 제시하고 있다. “밥값은 해야지.” 등 다소 무거울 수 있는 문구는 전시장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등 관람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로 보였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번 전시에서 고고·역사·미술·민속 분야의 자료를 하나의 서사로 연결해 밥상을 삶과 정서, 자연이 응축된 공간으로 조명한다.
전시는 크게 1부 ‘삶과 함께 한 우리 밥상’, 2부 ‘자연이 빚은 우리 밥상’으로 나뉜다. 1부가 우리가 ‘어떻게 먹어왔는가’를 중심으로 밥과 식기, 상차림, 함께 먹는 문화 등을 다룬다면, 2부에서는 계절과 지역의 식재료, 저장과 발효, 양념 등 ‘무엇을 먹어왔는가’로 시선을 넓힌다.

전시 초반에서 만나는 것은 거창한 왕실 음식이나 진귀한 식재료가 아니라 ‘밥’이다. 청동기시대 여주 흔암리에서 출토된 약 3천 년 전의 불탄 볍씨를 비롯해 시루와 솥 등의 유물을 통해 쌀이 한국인의 주식으로 자리 잡아온 과정을 살핀다.

이어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6세기 숟가락과 젓가락, 19세기 말 조리서 『시의전서』, 1936년판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 등 다양한 자료가 밥과 국, 반찬으로 구성되는 한국 밥상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흥미로운 것은 서로 다른 시대와 장르의 전시품이 한 주제 안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3~4세기 부산 기장군 고촌리 출토 도마와 박수근의 1952년 작품 〈도마 위의 굴비〉가 함께 전시된다. 약 1,700년의 시차를 둔 두 전시품을 통해 밥상을 준비하는 손길이 오랜 시간 이어져 왔음을 보여준다.

박수근, <도마 위의 굴비>(좌), 1952; <도마 위의 감자>(우), 1952
김홍도의 〈주막〉, 〈새참〉, 김득신의 〈강가에 모여 먹고 마시다〉 등 조선시대 회화 역시 단순한 풍속화로 소개되기보다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누구와 음식을 나눠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생활사의 자료로 읽힌다. 왕실의 식문화를 보여주는 『원행을묘정리의궤』부터 허균이 유배지에서 전국의 별미를 기록한 「도문대작」까지 문헌과 회화, 실제 생활유물이 한 주제 안에서 연결되는 점도 전시의 특징이다.

변월룡, <어머니>; 장욱진, <독>
후반부로 갈수록 그릇과 저장, 발효를 둘러싼 이야기도 미술작품과 자연스럽게 만난다. 변월룡의 〈어머니〉과 장욱진의 〈독〉은 옹기를 둘러싼 한국의 정서를 환기한다. 특히 변월룡의 1985년작 〈어머니〉가 옹기를 둘러싼 한국적 정서를 전달하는 작품으로 소개되는 등, 근현대미술이 전시의 감정적인 층위를 보완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가 일반적인 유물 중심의 식문화 전시보다 한층 다채롭게 느껴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수근, 변월룡, 오윤, 이종구와 같은 근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 주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 오래된 볍씨와 그릇, 조리서와 식기만으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생활의 온도와 사람의 표정을 보완한다

성협, <성협필풍속화첩-고기 굽기>, 조선 19세기, 종이에 먹과 색
때문에 《우리들의 밥상》은 ‘옛날 사람들은 무엇을 먹었을까’를 확인하는 전시만은 아니다. 3천 년 전의 볍씨에서 조선의 그림과 조리서, 근대와 현대의 회화, 현재의 밥상 영상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시대의 자료를 연결하며 한국인의 생활사를 한 끼의 밥상이라는 친숙한 소재로 풀어낸다.
전시에는 음식 자체를 전시장에 가져오기 어려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됐다. 음식을 만들 때 발생하는 소리와 의성어·의태어, 조리 영상과 이미지 등을 활용하고, 식문화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함께 구성했다.

결국 이번 전시가 보여주는 밥상은 특정 시대의 식탁이라기보다 오랜 시간 축적된 생활의 풍경에 가깝다. 무엇을 먹느냐는 자연환경과 계절의 문제였고, 어떻게 먹느냐는 기술과 생활방식의 문제였으며, 누구와 함께 먹느냐는 가족과 공동체의 문제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들의 밥상》은 익숙해서 특별히 바라볼 일이 없었던 한 끼의 식사를 역사와 미술, 생활문화가 만나는 장면으로 다시 펼쳐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