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프리즈(KIAF-Frieze)가 주최되는 9월 첫째 주부터 예술인들이 모여 네트워킹을 하고 늦은 시간까지 전시를 볼 수 있는 행사가 준비된다. 각각 을지로, 한남, 청담, 삼청동에서 매일 돌아가며 나흘간 진행된다. 2026년 9월 4일은 그 축제의 마지막 날이자 삼청나잇이었다. 

수많은 인파들이 서대문역에 위치한 세화미술관부터 경복궁역 인근에 있는 갤러리와 미술관들을 찾아가며 발빠르게 전시를 보고 오랜 지인과 재회했다. 하지만 여기서 제일 큰 관심사는 각 갤러리의 케이터링 사정이었다. 


갤러리현대


어디서 무엇을 마시고, 먹고, 볼 것이냐. 그래서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학예실에서 이를 알아보고자 삼청 나잇에 참가했다. 먼저 김보희 작가의 개인전과 함께 에비스 맥주, 치즈볼과 아몬드를 간단하게 제공한 갤러리현대가 있다. 《Towards: There Was Light》는 김보희 작가의 대규모 작품부터 신작까지 선보인 만큼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더 인기가 많았던 건 갤러리에서 제공하는 맥주와 안주였다. 사람들은 긴 줄을 기꺼이 서서 기다렸다. 그렇게 손에 들어온 것은 맥주와 간단한 안주거리, 그리고는 먹을 곳을 찾으러 움직였다. 스탠딩 테이블 위에는 논픽션 향초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선선한 바람과 은은한 향과 함께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었다. 


갤러리현대에서 제공한 에비스와 안주


라거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씁쓸함과 맥아 특유의 단맛이 에비스의 특징이다. 그러다가 짭쪼름한 치즈볼을 한 입 넣으면 이를 씻어내기 위해 다시 맥주를 마시게 된다. 그렇게 각자 모이기 전에 본 전시가 무엇이었고, 어떤 걸 보고 싶은지부터 서로의 후기를 공유하는 시간과 함께 공간에서 머문다. 그렇게 허기짐을 달랜 후, 좀 더 시원한 바람을 맞기 위해 다들 갤러리 안으로 들어갔다. 

《Towards: There Was Light》전시 전경


이 때 김보희 작가의 작품을 지하 1층에서 2층까지 관람할 수 있다. 김보희 작가는 한국화를 서구적으로 재해석해서 작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회화’라는 넓은 장르에서 ‘한국화/서양화’로 나뉘는 경향 속에서 각 양식이 지닌 특징들을 서로 접목한다. 작가는 시간과 계절에 따라 변하는 정원과 바다 풍경을 관찰하여 화면 위로 옮긴다. 빛 반사로 인하여 생기는 수면 위의 미세한 색 변화와 꽃과 잎사귀들, 노을. 김보희의 풍경화는 작가가 봤던 시간과 경험을 자연으로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도 그의 작품을 보면서 그 경험을 함께 공유하게 된다. 



김보희 작가의 작품을 관람 중인 방문객


또한, 화면 속 장소가 지속적으로 움직이듯이 사람들도 계속해서 움직였다. 다음 목적지는 예전부터 케이터링 음식이 맛있기로 유명한 국제갤러리였다. 이곳에서는 두 개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으며 그만큼 많은 인파가 몰리기도 했다. 

박서보 작가의 작고 3주기를 맞아 K1, K3, 한옥 공간에서 전시하는 《Changing Unchanging》 전시와 김세은 작가의 개인전이었다. 한 명이 아닌 두 작가의 개인전을 여는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전시 공간이었다. 안타깝게도 많은 인파로 인하여 삼청나잇을 즐기러 간 학예실은 박서보 작가의 개인전 일부만 운 좋게 관람할 수 있었다. 전시를 보고자 하는 이들, 국제갤러리가 준비한 케이터링 줄이 평소에 한적하던 거리를 복작복작하게 만들었다. 





국제갤러리가 준비한 케이터링은 두 가지 종류가 있었다. 야외에는 바비큐와 쌈 야채, 화요를 넣은 라임 칵테일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떡볶이와 튀김 등을 주는 푸드트럭도 함께 와서 전시를 보느라 발품을 팔며 돌아다닌 이들의 식욕을 자극했다. 실내에는 국제갤러리 내부에 위치한 더 레스토랑에 또다른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었다.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펜네 파스타, 샐러드, 햄 두 종류와 피자 등 함께 준비된 화이트와인과 곁들이기 좋은 음식들이 준비됐다.  


국제갤러리 안에서


결국 전시장은 식사하는 사람 반, 전시 관람하는 사람 반이 섞였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도 전시를 보는데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평소에 경건하고 진지한 태도로 본 박서보의 작품은 디제이의 음악과 너무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는 다르게 비쳤다. 김세은 작가의 개인전은 애석하게도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했다. 


국제갤러리 전시전경


삼청나잇은 평소와는 다른 활기로 미술이라는 매체를 통해 사람들이 연결되는 장면을 보여줬다. 하지만 모든 것이 그렇듯 장단점이 공존했다. 어떤 음식을, 얼마나 잘 주냐에 따라 인기도가 달라지고 반응도 천차만별이었으니, 결국 잿밥에만 관심 있는 이들이 대다수로 보이기도 했다. 키아프·프리즈에 처음 발을 들인 이들에게는 흥겨운 파티였겠지만,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도 전시에 집중하거나 늦은 시간까지 미술인의 밤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던 이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밤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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