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4일 아트위크의 마지막 날인, 삼청나잇에서 여러 갤러리와 미술관을 방문했다. 첫 번째로는 세화미술관에 들러 《게오르그 바젤리츠》전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세화미술관, 《게오르그 바젤리츠》 전시 전경


이 전시는 올해 작고한 독일 현대미술작가인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 1938-2026)의 회고전으로, 60여 년에 이르는 창작의 여정과 작품 세계를 조망한다. 전쟁의 상흔과 분단의 기억을 파편화된 신체와 거꾸로 뒤집힌 형상으로 풀어낸 바젤리츠는 전후 독일 미술의 정체성을 새롭게 세운 작가로 꼽힌다. 


게오르그 바젤리츠, 〈세 줄 외투(리믹스)〉, 2007, 캔버스에 유화물감, 300×250㎝


 게오르그 바젤리츠, 〈프랑스에서의 엘케 II〉, 2019, 캔버스에 유화물감, 300×212㎝


전시는 1960~80년대 초기작에서 출발해 아내 요한나 엘케 크레치머의 초상, 2000년대 이후 과거의 모티프를 자기 참조적으로 재해석한 ‘리믹스’ 연작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작가가 타계 직전까지 작업한 ‘골드 페인팅’ 연작을 선보인다. 역사적 트라우마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당대 미술의 어느 사조에도 편승하지 않고 끊임없이 회화의 본질을 탐구해 독자적인 회화세계를 펼친 그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였다. 


(좌) 강요배, 〈대서(大暑)〉,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3㎝ / (우) 강요배, 〈소서(小暑)〉,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3㎝


(좌) 강요배, 〈돌아보기〉,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72.7×60.6㎝ / (우) 강요배, 〈녹음(綠陰)〉,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162×130.3㎝ 


두 번째로는 강요배 작가의 개인전 《소소, 반색》이 열리고 있는 학고재 갤러리에 방문했다. 학고재에서 4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이다. 강요배(1952-)는 제주의 자연과 역사를 작업의 토대로 삼아온 작가다. 1980년대 민중미술의 중심에서 한국 현대사의 굴곡을 화폭에 담아냈고, 제주 4·3을 다룬 연작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업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은 자연을 향한 깊은 관찰과 경외심이다. 그는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그 안에 축적된 시간의 결을 화폭에 새겨 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 시선은 한껏 가까이 당겨진다. 넓은 시선으로 전체를 조망하던 화면이 이제 한 그루의 나무와 떨어지는 열매 한 알, 곁을 스쳐가는 길고양이 등 사소하고 세밀한 풍경으로 시선이 옮겨진다. 제목의 ‘반색’은 늘 곁에 있었으나 무심히 지나쳤던 존재들을 새삼 반갑게 맞이하는 태도에 가깝다.


학고재 갤러리, 《소소, 반색》 전시 전경 


갤러리에서 행사와 이벤트가 열리는 삼청나잇에서 학고재는 케이터링도, 별도의 이벤트도 없었다. 그럼에도 전시장은 붐볐고, 사람들은 오래 화면 앞에 머물렀다. 작고 사소한 것 앞에 멈춰 서기를 권하는 전시와 그 풍경이 묘하게 겹쳐 보였다.


아트선재센터 아트홀, 《김무영: Pig》 전시 전경


세 번째로는 갤러리현대와 국제갤러리에 방문하여 다양한 부대행사와 이벤트에 참여하며 음식과 전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초대입장만 가능했던 아트선재센터에 방문했다.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지난 8월 28일에 개최된 《김무영: Pig》 전시와 《함양아: 정의되지 않은 파노라마》 전시를 동시에 관람할 수 있었다. 지하 1층 아트홀에서 열리는 《김무영: Pig》 전은 김무영(1995-)의 첫 미술관 개인전이다. 연극적인 것의 역사와 그 작동 원리를 탐구해 온 작가는 연구의 대상이었던 ‘극장’을 이번에 실제 공간으로 다룬다.






전시 제목의 ‘피그(Pig)’는 무대 장치를 지탱하는 무게추를 이르는 연극 용어다. 선철(pig iron)에서 온 말로, 공연에 필수적이지만 관객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김무영은 이 장치를 주목하여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극장을 전시를 위한 공간으로 전환해, 무대와 시선의 구조, 백스테이지를 노출시킨다. 공사를 앞둔 아트홀이 곧 일부 철거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전시 전반에 반영됐다. 소록도에서 촬영한 신작 사진과 공사 중인 서대문형무소를 담은 흑백 연작, 신작 조각을 함께 선보인다. 


아트선재센터 삼청나잇 파티 현장


라이브 DJ




아트선재센터는 야외 한옥 공간에 함양아·김무영 작가의 야외 스크리닝과 칵테일 리셉션, 라이브 DJ 세트를 마련해 프라이빗한 삼청 나잇 파티를 준비했다. 전시를 보고 나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잔을 들고 모여들며 음악과 분위기를 즐기는 현장이었다. 고즈넉한 한옥과 라이브 DJ라는 낯선 조합이 묘하게 어울리던 여름 끝자락의 밤이었다. 


이번 삼청 나잇은 갤러리마다 분위기가 달랐다. 케이터링 없이 작품만으로 관람객을 불러들인 곳이 있었고, 부대행사로 북적인 곳이 있었으며, 초대받은 이들만의 파티가 열린 곳도 있었다. 공통점이라면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훨씬 늦은 시간까지 전시장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미술관과 갤러리의 문턱이 낮아져 다양한 사람들이 찾는 밤이라면, 다음 삼청 나잇도 기다려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