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점의 조각에서 출발해 20세기 예술의 흐름으로…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잇는 KAIST 미술관




 대전 KAIST 미술관에서 100여 년 전 파리의 예술적 순간이 펼쳐지고 있다. 전시 제목은 《파리와 로댕, 그리고 예술의 순간들(Rodin de Paris)》. 2026년 4월 14일부터 내년 2월 26일까지 KAIST 미술관 제3전시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한 점의 조각에서 출발했다. 바로 오귀스트 로댕의 〈기둥 곁의 아담을 위한 습작〉이다. 


 로댕의 청동 조각은 인간의 몸을 단순히 재현하지 않는다. 실제 모델을 바탕으로 고통과 고뇌,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던 작가는 뒤틀린 인체와 미묘하게 변화하는 표면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형상화했다. 빛에 따라 달라지는 조각의 표면은 정지된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대표작 〈지옥의 문〉의 일부를 통해 전체를 상상하게 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오귀스트 로댕 〈기둥 곁의 아듬을 위한 습작〉 c.1912 / 청동 주조 (Cast in 1969)

청동, 45.5(h)×13(w)×15.1(d)cm, 이광형 기증





 이번 전시는 로댕 한 사람에 머물지 않는다. 마르크 샤갈,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브라크, 외젠 들라크루아, 조르주 루오, 마리 로랑생, 릴리 엘베 등 서로 다른 예술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의 회화·판화·조각 10점이 함께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세계 각지의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던 파리는 새로운 예술이 태어나는 중심지였다. 화려한 창작의 이면에는 개인의 상처와 사회적 소외도 존재했다. 전시는 그 시대의 빛과 그늘을 함께 바라본다.


 이번 전시를 더욱 눈여겨볼 이유는 작품이 놓인 장소다. KAIST 미술관은 2024년 12월 문을 열었다. KAIST는 그 이전부터 연구동 곳곳에 작품을 전시하는 ‘캠퍼스 갤러리’를 운영해왔고, 미술관 개관을 계기로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본격화했다. 이광형 전 총장이 미술관 건립을 제안했고, 고(故) 정문술 미래산업 회장의 건립기금과 작품 기증이 더해졌다. 이후 각계의 기증이 이어지면서 KAIST의 소장 작품은 300여 점으로 늘었다. 







 이번 전시 역시 이러한 기증의 흐름 위에 있다. 한 독지가의 지속적인 기증과 이광형 전 총장의 로댕 작품과 더불어 기증이 지속된 것이다. 한 개인의 기증이 대학의 소장품이 되고, 다시 학생과 연구자, 시민이 함께 보는 공공의 예술 자산으로 확장된 것이다.


 KAIST 미술관이 말하는 ‘예술’은 장식에 머물지 않는다. 과학자가 새로운 답을 찾기 위해 기존의 질서에 질문을 던지듯, 예술가 역시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본다. 로댕이 인간의 몸에서 존재의 본질을 탐구했듯, 파리의 예술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시대를 바라봤다.


 한 세기 전 파리에서 시작된 질문이 오늘 대전의 과학 캠퍼스에 도착했다. 《파리와 로댕, 그리고 예술의 순간들》은 작품을 보는 전시인 동시에, 다르게 보고 생각하는 힘에 관한 전시다.



전시일정: 2026.4.14-2027.2.26

전시장소: 카이스트미술관 제3전시실

전시 관람안내: 평일, 10:00-17:00



작성: 한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