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생명체의 움직임을 미디어아트로 구현
폭포수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전통 풍경화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



《시어무형 청어무성: 생명과 존재를 향한 회화적 사유》 전시는 2026년 9월 23일 부터 2026년 10월 24일까지 학고재에서 개최된다. 한국 미디어아트 1세대 작가 이이남이 2009년 이후 오랜만에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다뤘다. 작가는 기존의 명화 변환 작업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미지가 만들어지기 전의 상태와 생명 자체에 주목했다. 전시 제목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고 소리 없는 것에서 듣는다는 뜻을 지녔다. 눈과 귀로 느낄 수 없는 미세한 존재들을 살핀다는 의미를 담았다. 감각에 잡히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직접 용소폭포에서 물을 채집했다. 현미경을 이용해 육안으로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세계를 관찰했다. 물방울 속에서 태어나고 사라지는 미생물들을 살폈다. 이를 통해 생명의 시작과 끝에 대해 질문했다. 미생물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선은 마치 산맥의 능선처럼 표현됐다. 익숙한 표면을 깊이 파고들어 세포 단위의 새로운 결을 찾아냈다.




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다뤄온 산수화를 새롭게 해석한 결과물로 제시됐다. 전통 풍경화는 눈앞에 보이는 자연을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았다. 작품에는 미세한 움직임과 물질의 변화가 함께 자리했다. 멀리서는 큰 산으로 보이던 화면이 가까이에서는 수많은 미세 입자로 흩어졌다. 보는 거리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이 포착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진짜라고 믿어온 기존 시각에 틈을 냈다.

이이남 작가는 이번 전시의 핵심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고 소리 없는 것에서 듣는 행위는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존재까지 시야에 담으려는 태도"라고 밝혔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단순히 크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았다. 자연과 기술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관계망으로 생각을 넓혔다.





이이남은 옛 그림과 디지털 매체를 결합해 새로운 예술 언어를 구축했다. 영상 예술과 건물 외벽에 영상을 쏘는 미디어파사드 등 여러 영역으로 활동을 넓혔다. 최근에는 △로마 콜로세움 △마드리드 △정저우 등 해외 주요 명소에서 영상 작업을 진행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주요 미술관에 소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