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 속에서 예술의 본질을 치열하게 탐구한 50여 년의 수행 궤적 조명
박서보 개인전《변하는 변하지 않는》 은 2026년 8월 24일 부터 10월 18일까지 국제갤러리 서울에서 열렸다. 이번 전시는 고 박서보 화백 3주기를 맞아 50여 년 묘법의 변화를 총망라해 조망한다.
이번 회고전은 박서보 화백이 남긴 40점의 작품을 세 공간에 나누어 소개한다. 전시는 국제갤러리 서울점의 K1과 K3, 한옥 전시장으로 이어진다. 박 화백은 생전에 "변하지 않으면 추락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잘못 변해도 또한 추락한다"며 스스로 경계했다. 수행으로 확신이 쌓인 뒤에야 새 작업을 내놓았던 그의 철학을 조명한다.

한국 모더니즘을 이끈 박서보는 시대에 부응하는 회화의 기능을 모색했다. 1950년대 말 앵포르멜 양식의 〈원형질〉 연작을 발표했다. 1960년대 후반에는 원색과 기하학적 구성을 담은 〈유전질〉 연작을 그렸다. 1967년부터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캔버스에 선을 긋는 대표 작업인 〈묘법〉 연작이 출발했다.

K1 바깥쪽 전시장에서는 1967년부터 1986년까지의 초기 묘법을 선보인다. 묘법은 글을 쓰듯 그리는 기법으로, 비움의 수행을 뜻한다. 박 화백은 어린 아들이 공책에 글씨를 쓰다 체념하는 모습에서 착안했다. 칸 밖으로 빗금을 긋던 아들의 행동을 반복적인 그리기로 옮겼다. 흰 안료가 굳기 전 연필로 선을 그어 신체의 호흡과 리듬을 담아냈다.
박 화백은 1982년부터 서양 캔버스 대신 전통 한지를 사용했다. 한지는 물감을 빨아들이며 신체 행위와 하나가 되는 매체다. 1980년대 중반부터는 빗살무늬가 화면을 채우는 지그재그묘법이 나왔다. 작가는 △쑥 △담배 우린 물 △먹물 등 자연에서 얻은 수성 안료를 썼다. 물기 머금은 한지가 밀리며 화면은 부조 같은 입체 공간으로 바뀌었다.

1990년 무렵부터는 선의 구성을 단순화한 흑백묘법으로 나아갔다. 젖은 한지를 굵은 흑연으로 밀어내 뚜렷한 수직의 선을 세웠다. 작가는 건축 도면 같은 밑그림을 먼저 그리며 화면을 엄격하게 짰다. 검은색은 어머니가 불을 때던 아궁이의 그을음 색에서 따왔다. 박 화백은 깊은 정신성을 품은 이 검은색을 생전에 가장 아꼈다.
K3 전시장에는 자연의 색을 담아낸 2000년대 이후의 색채묘법이 걸렸다. 일정한 고랑 위에 대비되는 색을 칠해 시점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인다. 디지털 문명 시대의 회화는 자기를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고 보았다. 박 화백은 스스로 "치유의 색"이라 부른 자연의 색채를 화면에 끌어들였다. 그는 관람객이 그림을 통해 마음의 피로를 씻어내기를 바랐다.

한옥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말년 작업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2019년에 재개한 연필색채묘법은 선의 반복에 생명의 에너지를 더했다. 작가는 몸의 움직임에 맞춰 크기를 조절하며 자신의 숨을 화폭에 새겼다. 마지막 작업인 신문지묘법은 오래된 신문 위에 안료를 칠하고 연필을 그었다. 사건 사고가 실린 활자를 지워나가며 시대의 아픔을 보듬는 기록으로 남겼다.
박서보 화백은 한국 단색화를 세계에 알린 현대미술의 대표 거장이다. 2021년 금관문화훈장과 2011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2018년에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아시아 아츠 게임 체인저상을 수상했다.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국 뉴욕현대미술관 △프랑스 퐁피두 센터 등에 소장돼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