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9일 월요일,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제1회 2026 성북아트위크 개막 간담회가 열렸다. 성북구립미술관의 전시 《서세옥·서도호: 어루만지다(撫)》를 시작으로 거리갤러리, 한양도성, 심우장, 성북동 별서, 최만린미술관 등 성북 일대 전시장을 차례로 둘러보았다.


김보라 성북구립미술관장


성북아트위크는 성북구청, 성북문화재단, 성북구립미술관이 주최·주관하며 10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성북구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의 주제는 ‘집: 이어진 숨결’이다. 특별기획전시 7개, 성북 역사문화예술 공간프로젝트 11개 장소, 성북구 22개 미술 기관의 네트워크 전시를 하나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성북구립미술관이 2009년 개관 이후 쌓아 온 연구와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기획했다는 점에서 지역미술사적으로 유의미한 전시로 볼 수 있다. 성북구립미술관 김보라 관장은 전시장을 넘어 성북의 집과 정원, 역사적 장소를 직접 거닐며 과거와 현재, 예술과 일상이 맞닿는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성북구립미술관의 특별전 《서세옥·서도호》는 세대를 이어 예술가로 활동한 서세옥과 그의 아들 서도호의 작품으로 '집'을 바라보는 전시다. 전시는 2층과 3층에 걸쳐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한옥, 즉 집을 중심으로 한 작업을 다뤘으며, 2부는 사람과 존재를 주제로 하여 두 작가가 정신적으로 교감하는 장이었다. 


서도호, 〈문고리〉, 2026, 닥지에 흑연, 44.5×55.2

서도호, 〈돌상〉, 2026, 닥지에 흑연, 41×28.3×23.2


1부에는 서도호가 성북동 한옥의 부분들을 탁본한 작품이 놓였다. 문고리와 손잡이처럼 사람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닿는 부분을 탁본해 사람과 공간을 잇는 매개를 드러내려 했다는 설명이다. 함께 놓인 작은 돌상은 서세옥이 수집한 옛 석상을 서도호가 탁본한 작품이다. 담당 학예연구사는 이 석상을 불상으로 부르기도 했으나 나한처럼 보이기도 해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세옥의 〈기다리는 사람들〉과 서도호의 〈카르마〉가 함께 전시되어 있다.


3층에는 서세옥의 〈인간〉 연작과 서도호의 〈카르마〉 작품이 나란히 놓였다. 두 작품 모두 사람들이 쌓여 탑처럼 형상을 이룬다. 전시 마지막에는 2021년에 촬영한 서도호 작가의 5분 인터뷰 영상이 상영되고, 할아버지와 아버지, 아들로 이어지는 혈연 관계를 표현한 작품도 놓였다. 서도호는 부자가 함께 여는 전시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서도호 작가도 함께 참석했다.


성북구립미술관 바로 지척에는 거리갤러리가 조성되어 있다. 현재 한승훈의 영상작업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가 10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관람할 수 있다. 작가는 생성과 소멸을 거듭하는 두꺼비집을 통해 사라진 것들이 흔적과 기억으로 지속되는 방식을 탐색한다. 이와 함께 정보원의 〈산책〉(2026)과 〈풍경〉(2023)이 전시 중이다.


한승훈,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2026, 싱글채널 비디오, FHD, 무음, 25분 30초


이어서 심우장은 만해 한용운이 말년을 보낸 한옥으로, 여러 문인과 독립의 염원이 모였던 장소다. 이우성은 이곳의 염원에 음악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노래하는 마음으로〉를 선보였다. 잃어버린 소를 찾아 나서는 여정을 그린 〈심우도〉도 오늘의 시선으로 재해석했다. 또한,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볼 수 있는 하얀 원은 사전 워크숍 '소 찾으러 가자!'로 제작된 설치 작업이라고 한다. 전시 기간 동안 볼 수 있는 관객참여형 작품이다.


심우장 입구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작품들


한양도성 성벽 아래에는 정현의 〈서 있는 사람〉 7점이 자리한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작품 뒤로 1396년 축조 이후 여러 차례 개축과 보수를 거친 성벽은 시대별로 다른 축성 방식과 흔적을 지니고 있다. 작품은 열차 침목을 깎은 조각으로, 쓰임과 역사가 다른 두 물질을 맞댐으로써 인고의 시간을 견딘 존재의 강인함과 존엄을 보여준다. 정현 작가는 특별히 이 장소를 고른 이유를 성벽의 시간성과 침목이 지는 견고함으로 설명했다.



정현, 〈서 있는 사람들〉, 2015-2021, 침목, 철, 100×80×280~340


정현 작가


성북동 별서는 조선 말기에 조성된 전통 정원의 원형을 지닌 공간이다. 한성필은 2025년 화재로 일부 소실된 송석정을 가림막 위에 수묵채색화로 직접 그려 재현했다. 작품 제목은 〈송석정: 비움으로 짓는 집〉(2026)이다. 


한성필의 〈송석정: 비움으로 짓는 집〉이 소실된 송석정과 연결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최만린미술관은 최만린이 거쳐간 집을 톺아보며 박병욱 작가와의 관계도 함께 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 장소가 되는 최만린미술관은 1970년 파리 유학을 마친 신진 건축가가 의뢰받아 지은 집이다. 김경민 학예연구사는 목재 계단과 천장의 나무, 아치 등 당시 주택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최만린은 이 집을 매입해 작업실로 쓰다가 성북구에 넘겼고 미술관 개관 뒤 3개월 만에 작고했다. 현재 미술관은 최만린 작가가 거주한 세 번째 집으로 김경민 학예연구사는 그 이전에 그가 지냈던 첫 번째 집을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관에 소환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집: 두 조각가를 잇다》는 두 작가, 최만린과 박병욱의 관계를 ‘집’을 통해 조명한다. 


최만린, 〈이브 58-1〉, 1958, 석고, 42×29×133

 
전시장에는 1958년에 제작한 〈이브 58-1〉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최만린이 국전 특선으로 데뷔한 기념비적 작품으로, 전쟁 이후의 상흔을 담은 시기의 작품이다. 제목의 '이브'는 성경 속 인물보다 모든 생명을 품는 여인의 상징으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작품인만큼, 그가 직접 작품의 자리까지 지정했다. 


박병욱의 조각 4점이 전시장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박병욱은 1990년대 오른손이 마비된 뒤 왼손으로 종이 반죽을 빚는 작업을 이어 갔다. 윗층에는 최만린이 남긴 아카이브도 주목을 받는다. 서신 3천여 점, 사진, 앨범, 작업 도구 등 기증 아카이브가 4만 5천여 점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이번 성북아트위크는 단순히 성북구와 인연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성북구’라는 공간과 그 곳에서 생활, 인연을 맺은 작가들의 관계성에 집중하고 있다. 지역과 예술, 함께 활동한 작가들간의 네트워크와 기관과 기관의 이음을 통해 기획된 촘촘한 전시로 볼 수 있다.